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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성탄절에 나이지리아 북서부 공습…“기독교인 공격해 온 IS 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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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성탄절에 나이지리아 북서부 공습…“기독교인 공격해 온 IS 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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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 학살 안 멈추면 추가 공격”
미군 “나이지리아 당국과 공습 조율”
일각선 “학살 주장, 나이지리아 정세 지나친 단순화”
나이지리아 북서부를 타격하기 위해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미 국방부 영상 캡처

나이지리아 북서부를 타격하기 위해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미 국방부 영상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성탄절인 25일(현지시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겨냥해 나이지리아 북서부를 공습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이지리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독교인 학살’을 막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토지·자원·종족 등을 둘러싸고 분쟁이 벌어지는 나이지리아의 복잡한 정세를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무고한 기독교인들을 표적으로 삼아 잔혹하게 살해해 온 IS 테러리스트들을 상대로 강력하고 치명적인 공격을 감행했다”며 “기독교인 학살을 멈추지 않으면 엄청난 대가를 치를 것이라 경고해왔고, 오늘 밤 그 경고는 현실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나의 지휘하에 급진 이슬람 테러리즘이 번성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독교인 학살이 계속된다면 더 많은 테러리스트가 죽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격을 실행한 미군 아프리카 사령부는 이날 엑스를 통해 “나이지리아 당국과의 조율을 통해 소코토주에서 공습을 수행해 IS 테러리스트 여러 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나이지리아 외교부의 키미에비 이모모티미 에비엔파 대변인도 미군의 공습을 확인하며 “이번 공습은 테러와 극단주의 폭력의 지속적인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 나이지리아 내 테러 목표물에 대한 정밀 타격이었다”고 밝혔다.

이번 공격은 미국 내 기독교 복음주의 단체와 공화당 고위 인사들이 나이지리아에서 기독교인이 폭력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수개월 동안 우려를 표명해 온 끝에 단행된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일 트루스소셜에 “나이지리아 정부가 기독교인 학살을 계속 용인한다면 미국은 모든 원조를 중단할 것이며, 그 불명예스러운 나라에 곧바로 ‘총을 난사하며’ 들어가 테러리스트들을 완전히 소탕해버릴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11월 말부터 나이지리아 상공에서 정보수집 비행을 해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나이지리아는 대규모 유혈 충돌로 인해 전쟁 중인 국가보다 더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쟁 감시단체에 따르면 올해에만 나이지리아에선 각종 단체의 폭력으로 인해 1만200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보코하람에서 분리된 이슬람국가 서아프리카지부(ISWAP) 등 극단주의 테러단체들이 샤리아법을 따르지 않는 기독교인을 공격 대상으로 삼아온 것은 사실이다. IS는 지난해에도 기독교인 11명을 살해하는 영상을 성탄절 다음날 공개한 바 있다.


그러나 기독교인이 일방적으로 학살당하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나이지리아의 복잡한 정세를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바 카칸다 나이지리아 대통령실 수석 특별보좌관은 미국 내 보수 인사들을 중심으로 제기된 이 같은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지난 10월 알자지라에 기고한 글에서 “나이지리아의 갈등은 종족·토지·자원 등 다면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하며 종교는 부차적인 문제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서방 언론은 보코하람 같은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를 보도할 때 교회와 기독교 공동체에 대한 공격을 부각하지만, 이들은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며 실제 희생자 대부분은 무슬림”이라고 밝혔다.

이날 나이지리아 외교부가 내놓은 성명도 “기독교인, 무슬림 또는 기타 공동체를 대상으로 하는 모든 형태의 테러 폭력은 나이지리아 가치관에 대한 모욕”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일방적인 ‘기독교인 학살’ 주장과 거리를 뒀다. 세계 기독교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나이지리아 인구 중 기독교인은 46.3%, 무슬림은 46.2%, ‘민족 종교들’을 믿는 이들이 7.2%다.

일각에서는 아프리카에서의 역할을 축소하고 서반구에 군사 자산을 집중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갑작스레 나이지리아에 관심을 쏟기 시작한 것은 광물자원 때문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의 본거지인 나이지리아 북동부는 리튬, 니켈, 코발트, 구리 등 국방기술 및 전기차에 필요한 광물이 풍부한 지역이다.


앞서 미군은 지난 13일 시리아에서 IS 요원에 의해 자행된 것으로 보이는 공격으로 미군 병사 2명과 미국인 통역사 등 3명이 숨지자 19일 시리아 내 IS를 표적으로 대대적인 공습 작전을 단행한 바 있다. IS는 미국 주도의 국제연합군 공격을 받으면서 2019년 마지막 점령지였던 시리아 바구즈를 잃고 붕괴했다. 그러나 IS의 잔당들은 이후에도 계속 세력 복원을 시도하며 각지에서 테러 사건을 일으켜왔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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