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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하던 김장하 선생 끝내 울음…"고맙습니다, 선생님"

SBS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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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하던 김장하 선생 끝내 울음…"고맙습니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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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신 명신, 우리의 모교. 명신의 교기 위에 영광 빛내리"

일렬로 늘어선 남성들이 목소리 높여 노래를 부르자, 이를 지그시 바라보던 한 노인의 얼굴에 곧 울음이 번집니다.

노래를 부르는 남성들의 눈시울도 이미 붉어져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잘 살겠습니다."

경남 진주시에서 수십 년 동안 기부와 선행을 이어오면서도 그 사실이 알려지는 걸 한사코 거부했던 김장하 선생.

김 선생 취재기 '줬으면 그만이지'를 쓴 김주완 전 경남도민일보 기자는 어제(2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진주 남성당 교육관' 개관식 현장 영상을 올렸습니다.


진주 남성당 교육관은 김 선생이 50년간 운영하다 2022년 문을 닫은 '남성당 한약방' 건물을 진주시가 매입해 조성한 시민 문화, 교육 공간입니다.

김 선생은 자신을 기념하는 시설을 만들까 봐 처음에는 진주시 제안을 거절했지만, 일제강점기 진주의 백정 신분 해방운동, 소년운동을 교육하는 공간 등으로 조성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허락했다고 합니다.

이날 개관식이 끝난 뒤에는 특별한 행사가 이어졌는데, 명신고 출신 남성들이 찾아와 김 선생 앞에서 명신고 교가를 부르기 시작한 겁니다.


평소 과묵하고 담담한 태도로 유명한 김 선생은 이들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울먹이기 시작했고, 결국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의 얼굴을 한 명씩 바라보다 눈물을 터트렸습니다.

영상을 공유한 김주완 기자는 "선생이 우는 모습을 본 것은 2021년 말 가을 문예 마지막 시상식 인사말 때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명신고는 김 선생이 지난 1984년 평생 모은 돈으로 설립해 1991년 국가에 헌납한 학교입니다.


김 선생은 1천 명이 넘는 이 학교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줘왔습니다.

김 기자는 "개교를 앞두고 김장하 이사장은 특별히 진주 출신의 유명 작곡가 정민섭에게 교가 작곡을 부탁했다"며 "사례비로 100만 원을 드렸다고 한다"고 소개했습니다.

김 선생 자신이 가난 때문에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던 한을 풀기 위해 20년 동안 모은 돈으로 설립한 명신고에 특별 교가를 선사했다는 겁니다.

1944년생인 김 선생은 진주시 중앙동에서 한약방을 운영하며 번 돈을 평생 기부와 선행에 써왔는데, 그의 장학금을 받고 공부한 학생 중 한 명이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란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취재 : 김민정, 영상편집 : 이다인, 영상·사진출처 : 김주완TV·경남MBC·진주시, 제작 : 디지털뉴스부)

김민정 기자 compas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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