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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블록버스터 뮤지컬'의 미덕, '물랑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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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블록버스터 뮤지컬'의 미덕, '물랑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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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물랑루즈!' 한 장면. CJ ENM 제공.

뮤지컬 '물랑루즈!' 한 장면. CJ ENM 제공.


뮤지컬 '물랑루즈!'가 블록버스터 뮤지컬의 미덕을 제대로 발휘하며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물랑루즈!'는 2001년 개봉한 배즈 루어먼 감독의 동명 뮤지컬 영화를 무대로 옮긴 작품이다. 1899년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스타 사틴과 작곡가 크리스티안, 귀족 몬로스 공작의 엇갈린 사랑을 그린다.

2019년 6월 브로드웨이 초연부터 CJ ENM이 글로벌 공동 프로듀싱에 참여했다. 초연 개막과 동시에 제74회 토니상 최우수 작품상 등 10관왕에 올랐다. 한국에서는 2022년 12월 초연했고, 3년 만인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재연의 막을 올렸다.

뮤지컬 '물랑루즈!' 한 장면. CJ ENM 제공.

뮤지컬 '물랑루즈!' 한 장면. CJ ENM 제공.


대형 세트와 화려한 의상, 대규모 앙상블이 동원된 '물랑루즈!'는 '블록버스터'라는 단어와 가장 잘 어울리는 뮤지컬이다. 세트는 그 어떤 공연보다 압도적이다. 공연장 양 벽면에 우뚝 서 있는 초대형 코끼리, 풍차 세트는 영국과 호주에서 각각 5개월 제작 기간을 거쳤다. 1막 마지막에 등장하는 에펠탑 세트도 미국에서 5개월여 동안 만들었다. 이를 설치하기 위해 동원된 스태프만 80여 명, 공연장 곳곳을 휘감은 전구가 2500여 개에 달한다.

형형색색의 의상에는 1899년 프랑스 파리 보헤미안의 자유로운 영혼이 투영됐다. 다리를 들어 올리면 한 송이의 꽃처럼 피어나는 캉캉 치마부터 아찔한 코르셋까지 약 200벌이 무대를 꾸민다. 극 중 극을 꾸미는 앙상블은 무대가 꽉 차게 등장하고, 켜켜이 목소리를 쌓는다. 주·조연 배우뿐만 아니라 앙상블 역량 또한 공연의 화려한 매력을 극강으로 끌어올리는 데 일조한다. 활약에 힘입어 내년 1월 19일 열리는 제10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앙상블상 후보에 올랐다.

뮤지컬 '물랑루즈!' 한 장면. CJ ENM 제공.

뮤지컬 '물랑루즈!' 한 장면. CJ ENM 제공.


거대한 규모와 함께 '관객 체험형'이란 키워드가 '물랑루즈!'를 정의하는 핵심으로 꼽힌다. 본 공연 10분 전부터 열리는 '프리 쇼'는 놓쳐서는 안 될 재미다. 댄서들이 섹시하고 매혹적인 무언의 댄스를 펼치면서 '물랑루즈!' 세계관에 몰입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한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는 붉은색 천으로 온통 뒤덮이고 전구가 반짝이는 세트장을 마음껏 촬영할 수 있다. 공연장 곳곳에서 일행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며 추억을 남기는 관객들을 보고 있으면 관광지에 온 것 같은 설렘마저 느껴진다.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줄거리도 '블록버스터 뮤지컬'답다. 가난한 작곡가 크리스티안과 최고 스타 사틴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가 많은 작품의 러브스토리와 엇비슷하게 흘러간다. 동료들의 생계를 위해 재력가 몬로스 공작 곁에 있으면서도 진정한 사랑인 크리스티안을 놓지 못하는 사틴의 모습이 가슴을 저릿하게 만든다. 창의성이나 개연성은 다소 부족하고, 일부 관객 사이에서 '신파'란 지적이 있다. 그러나 세대와 취향 구분 없이 폭넓은 관객을 아우르는 데에는 익숙한 구성과 애틋한 멜로만 한 것이 없다.

뮤지컬 '물랑루즈!' 한 장면. CJ ENM 제공.

뮤지컬 '물랑루즈!' 한 장면. CJ ENM 제공.


70여 곡의 팝송을 한국어 가사로 옮겨 섞은 '매시 업' 형태의 넘버는 단숨에 귀를 사로잡는다. '물랑루즈!' OST인 '컴 왓 메이'(Come What May), '레이디 마멀레이드'(Lady Marmalade) 뿐만 아니라 시아의 '샹들리에'(Chandelier), 레이디 가가의 '배드 로맨스'(Bad Romance), 리한나의 '온리 걸 인 더 월드'(Only Girl in the World) 등 5년간의 글로벌 히트곡이 대거 추가됐다. 한국어로 옮긴 가사가 어색하지 않고, 극의 전개와 딱 맞아 떨어져 색다른 매력을 자아낸다.

크리스티안 이석훈·차윤해, 사틴 정선아 등 뉴 캐스트들의 저력은 특히 빛난다. 이 중에서도 정선아는 섹시하고 고혹적인 사틴의 존재감을 십분 살려내며 극의 중심으로 활약한다. 진한 키스 장면이나 '악마의 술' 압생트를 마시는 장면 등 곳곳에 포진한 '19금 요소'들도 과감하게 소화한다. 배우들의 호연이 연말연시의 설렘을 겨냥하는 '물랑루즈!'의 화려한 분위기를 더욱 증폭시킨다. 내년 2월 22일까지 공연.


유지혜 엔터뉴스팀 기자 yu.jihye1@jtbc.co.kr

사진=CJ ENM 제공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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