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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꿈도 못 꿔요”···30대, 10명 중 7명은 ‘무주택’

서울경제 배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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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꿈도 못 꿔요”···30대, 10명 중 7명은 ‘무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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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데이터처, 한국의 사회동향 2025 발표
월세 비중 60% 돌파
일자리는 '초단시간' 전전
"소득 정체에 자산 형성 원천 봉쇄“


대한민국 30대 청년들의 내 집 마련 꿈이 사실상 불가능한 영역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구의 주택 소유 비율은 10년째 제자리걸음인 반면, 30대 이하 청년층의 무주택 비율은 가파르게 상승하며 주거 양극화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주택가격 급등과 소득 정체, 여기에 불안정한 일자리 구조가 맞물리며 청년들을 주거 사다리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연구원이 26일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5’에 따르면 2023년 기준 39세 이하 청년층의 무주택가구 비율은 73.2%에 달했다. 이는 2015년(65.9%) 대비 불과 8년 만에 7.3%포인트 급증한 수치다.

주목할 점은 전체 가구의 주택 소유 구조와 청년층의 지표가 극명하게 엇갈린다는 점이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유주택가구 비율은 56.4%로 2015년(56.0%)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다. 기성세대는 여전히 자가 점유를 유지하며 자산 방어에 성공하고 있지만, 30대 이하 청년층은 주택가격 상승과 1인 가구 증가라는 파고를 넘지 못하고 무주택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셈이다.

임대차 시장의 월세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임차가구 중 월세 비중은 1995년 32.8%에서 2020년 60.1%까지 치솟았다. 25년 만에 월세 비중이 30%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전세사기 범죄에 대한 공포와 주택가격 상승, 1인 가구 급증이 맞물리며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게 된 결과다. 월세 비중의 확대는 청년들의 가처분 소득을 줄여 자산 형성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드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청년들이 집을 사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로 불안정한 노동 시장 구조가 지적된다. 보고서는 1주당 15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시간근로자의 급증을 경고했다. 2015년 임금근로자의 1.5% 수준이던 초단시간근로자 비중은 2025년 4.8%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30세 미만 청년층 초단시간근로자는 숙박 및 음식점업(48.0%), 도매 및 소매업(20.0%) 등 아르바이트 형태의 저임금 업종에 집중되어 있다. 청년 초단시간근로자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19.0%에 달하며 시간당 임금 또한 취업취약계층 중 가장 낮았다.


주거비 부담에 짓눌린 청년 세대가 미래를 위해 투자할 여력마저 고갈되고 있지만 사교육 시장만은 소득 수준에 따라 철저히 양극화되며 격차를 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사교육비 총액은 29.2조 원으로 2015년(17.8조 원) 이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가구소득이 높을수록 사교육 참여율과 지출액이 비례해서 커지고 있다. 800만 원 이상 고소득 가구의 초등학생 사교육 참여율은 93.7%에 달하는 반면에 300만 원 미만 가구는 68.6%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대한민국 전체 인구가 자연 감소하기 시작한 시점은 2020년이지만 인구감소지역은 20년 전인 2000년부터 인구 데드크로스가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역 경제의 허리이자 미래인 20대 청년층의 사회적 유출이 인구 감소의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됐다. 인구감소지역을 떠나는 이들의 특성을 분석한 결과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 비중이 높고 2030 세대가 주를 이루었다. 실제 최근 20년(2001~2020년)간 인구감소지역을 떠나는 이동자 통계를 살펴보면 20대(24.7%)와 30대(19.7%) 비중이 전체 이탈자의 절반에 육박했다. 교육 수준별로는 대졸 이상이 47.2%로 가장 높았으며 직업군에서도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13.5%)와 사무 종사자(12.1%)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양질의 일자리와 주거 환경을 찾아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쏠리면서 지방은 소멸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노인 빈곤층도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 66세 이상 노인의 소득 빈곤율은 39.7%로 집계되었다. 이는 OECD 가입국 평균인 14.8%보다 2.7배가량 높은 수치이며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소득 빈곤율이 14.9%인 것과 비교하면 노인층의 빈곤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 보고서의 설명이다.




배상윤 기자 prize_y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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