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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사업상 결정 따른 정리해고·배치전환도 파업 가능”

동아일보 최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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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사업상 결정 따른 정리해고·배치전환도 파업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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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시행 노란봉투법 지침 예고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노란봉투법 후속조치 입법예고안(노조법 시행령) 의견청취 전문가 심포지엄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5.12.23 서울=뉴시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노란봉투법 후속조치 입법예고안(노조법 시행령) 의견청취 전문가 심포지엄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5.12.23 서울=뉴시스


내년 3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노동조합은 사측의 정리해고에 대해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정리해고는 파업 대상이 아니었지만 법 개정에 따라 고용노동부가 행정해석을 변경하기로 해 노사 갈등이 예상된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하청의 단체교섭 요구가 빗발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단체교섭은 사실상 사내하청처럼 원청의 통제를 받는 하청노조에 국한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이같은 내용의 ‘개정 노동조합법 2조 해석지침안’을 내년 1월 15일까지 행정예고한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지침의 핵심은 그동안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노동조합법 2조 2호의 ‘사용자’ 범위의 예시를 제시하고 같은 조항 5호의 쟁의행위 허용범위를 정한 것이다.

노동쟁의를 규정한 5호에서는 하청 뿐만 아니라 전체 노조의 노동쟁의 범위를 규정했다. 지침에 따르면 기업이 합병·분할·매각·양도 등 사업 경영상 결정을 하는 것은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다. 매각 등을 이유로 노조가 파업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업상 결정에 따라 근로자의 정리해고나 배치전환 등이 예상되는 경우는 고용보장 등을 이유로 파업할 수 있다고 봤다. 그동안 대법원 판례나 노동부 행정해석은 정리해고를 파업대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정리해고도 파업 대상에 포함되면서 현장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법 2조 2호에 규정된 사용자 개념에 대해 노동부는 ‘구조적으로 통제’가 가능한지 살펴봐야 한다는 지침을 내놨다. 개정 노조법 2조는 사용자 개념을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원청이 작업 투입 인원과 규모, 시간대, 교대 구성 등을 사전에 승인한다면 사용자성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하청 노동자의 통근버스를 운영하거나 휴게시설을 운영한다면 역시 사용자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성과급이나 상여금 지급 여부를 원청이 결정하고 하청이 배분만 한다면 사용자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사내하청에 국한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노동부의 지침에 노동계와 경영계가 모두 반발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구조적 통제’라는 개념으로 다시 사용자 책임을 좁히고 있다”며 교섭을 인정하는 범위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원청 사용자성 인정 기준으로 파견 판단요소보다 더 엄격한 것을 요구하고 간명한 사안조차 단서를 달고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반발했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경영계는 정리해고 등에 대해 여전히 지침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정리해고 등이)‘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는 불분명한 개념으로서 합병 분할 등의 사업경영상 결정 그 자체가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기준이 형해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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