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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20대 대선 앞두고 "한일 해저터널 추진 'VIP 라인'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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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20대 대선 앞두고 "한일 해저터널 추진 'VIP 라인'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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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13일 경북 경주시의 한 컨벤션홀에서 통일교 측 주최로 열린 '한일 해저터널 심포지엄'에서 한 통일교 간부가 ″'VIP 라인'을 형성하고 시군구마다 150명씩 동원해 (대통령 선거에서) 표를 몰아줘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하고 있다. 〈사진=동아일보〉

2021년 10월 13일 경북 경주시의 한 컨벤션홀에서 통일교 측 주최로 열린 '한일 해저터널 심포지엄'에서 한 통일교 간부가 ″'VIP 라인'을 형성하고 시군구마다 150명씩 동원해 (대통령 선거에서) 표를 몰아줘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하고 있다. 〈사진=동아일보〉


오늘(26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통일교 측이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숙원 사업인 '한일 해저터널'을 성사시키기 위한 로비 조직, 이른바 'VIP 라인'을 구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통일교 유관 단체 '한일터널연구회(현 신한일미래포럼)'는 2020년부터 정치권 접촉을 본격화했습니다. 당시 업무 현황에는 '20대 대선 국가정책제안서 연구팀'을 구성해 정치 라인에 점진적으로 접근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2021년 10월에는 '유라시아 신시대를 위한 한일 터널' 정책 제안서를 발간해 대선 캠프와 국회의원 등에 전달했습니다. 종교 단체 외곽 조직이 조직적으로 정치권과 접촉하고 정책 제안 계획을 세운 점이 문건을 통해 확인된 겁니다.

이 같은 정황은 통일교 간부 박모 씨가 한일 해저터널 관련 행사에서 언급한 이른바 'VIP 라인' 구상이 실제로 추진 단계에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당시 박씨는 "우리가 도는 100바퀴보다도 1바퀴를 돌아서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그런 VIP 라인을 형성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해저터널 입법화를 위해 표를 몰아줄 추진위원 1만명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72개 시군구에서 150명씩 모으자"고 구체적 수치를 제시했습니다.

1981년 고 문선명 전 통일교 총재는 일본 도쿄와 서울, 미국 뉴욕을 잇는 '국제 평화 고속도로' 구상을 발표했는데, 그 출발점이 한일 해저터널이었습니다. 통일교가 한일 해저터널에 공을 들인 배경엔 한국과 일본을 잇는 터널이 만들어지면 통일교 교세를 확장하는 것은 물론 두 나라를 하나의 경제·문화권으로 묶는 장기 구상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의 키맨으로 지목된 송광석 전 천주평화연합(UPF) 회장이 이사로 있는 '세계평화도로재단'도 지원 사격에 나섰습니다. 이 재단은 2020년 한일터널연구회에 2억원을 기부하고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사업 홍보와 학계 네트워크 형성을 주도했습니다. 이들이 주최한 포럼에는 국내 대학교수와 대기업 연구원,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수 등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석했습니다.

이에 대해 통일교 측은 "현재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이기에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려운 점을 양해해 달라"면서도 "이번 수사에서 교단 전체에 대한 섣부른 일반화나 오해로 이어지는 일이 없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동아일보 측에 전했습니다.

한편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2022년 3월 22일에 당선인 신분이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 종로구 통인동 인수위원회에서 만나 활동 결과물을 전달한 것도 확인됐습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2022년 4월 8일 윤 전 본부장은 다른 통일교 고위 관계자들에게 "당선인께서 한학자 총재님께 감사 인사를 꼭 전해 달라고 두 번 말했다"고 언급했습니다. 또 대선 직전 윤 전 대통령 측근과의 식사를 거론하며 "9일이 선거 날인데 (득표율이) 10% 앞선다"고 했다며 "2번(윤 전 대통령)이 안 되면 저는 이제 미국에 이민을 가는 것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윤 전 본부장은 한 총재에게 독대 사실을 사후 보고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대통령 독대는 직전에 무산되는 경우가 많아 어머니(한 총재)에게 보고를 못 드렸다"고 했습니다. 다만 그는 "어머님이 주신 선물을 (윤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라고도 말해, 한 총재가 사전에 몰랐다는 주장과는 모순됩니다.

여야를 가리지 않는 전방위 로비 정황도 나왔습니다. 윤 전 본부장은 "여의도에 수없이 다녔고 여야 모두 직접 어프로치(접촉)했다"면서 "정치인과 만난 사실이 소문나면 기사화되거나 지방선거에 이용될 수 있으니 절대 묻지 말라"고 단속했습니다.



허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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