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민 기자] 엔비디아가 삼성전자가 투자한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그록(Groq)을 사실상 인수한다. 구글과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추론용 칩을 앞세워 엔비디아의 아성에 도전하자 이를 조기에 차단하고 추론 시장까지 장악하기 위해 엔비디아 역사상 최대 규모인 200억 달러(약 28조 4000억 원)를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는 평가다.
25일(현지시간) 그록은 자사 블로그를 통해 "그록의 추론 기술에 대해 엔비디아와 비독점적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며 "이 계약은 고성능·저비용 추론 기술에 대한 접근성 확대라는 공동의 목표를 반영한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에 따라 조너선 로스 그록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와 서니 마드라 사장 등 핵심 인력이 엔비디아에 합류해 기술 확장을 지원하게 된다.
25일(현지시간) 그록은 자사 블로그를 통해 "그록의 추론 기술에 대해 엔비디아와 비독점적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며 "이 계약은 고성능·저비용 추론 기술에 대한 접근성 확대라는 공동의 목표를 반영한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에 따라 조너선 로스 그록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와 서니 마드라 사장 등 핵심 인력이 엔비디아에 합류해 기술 확장을 지원하게 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연합뉴스 |
구글·AWS의 거센 추격… 'TPU의 아버지' 영입해 맞불
엔비디아의 이번 딜은 단순한 기술 확보를 넘어 최근 급부상한 '반(反) 엔비디아 전선'을 무력화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로 해석된다.
최근 구글은 7세대 텐서프로세싱유닛(TPU) 아이언우드를, AWS는 트레이니엄3를 잇달아 공개하며 엔비디아 GPU 대비 높은 전력 효율성을 과시했다.
학습용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지만 추론용 시장에서는 이들 빅테크의 자체 칩이 강력한 잠재적 경쟁자로 부상한 상황이었다.
엔비디아의 결단 배경이 여기에 있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구글 TPU의 핵심 설계자 출신인 조너선 로스 CEO를 영입함으로써 경쟁사의 기술적 예봉을 꺾고 미래 경쟁자를 아군으로 포섭한 것으로 분석한다.
그록의 LPU, GPU의 약점 '지연 속도' 잡았다
엔비디아가 주목한 것은 그록이 보유한 언어처리장치(LPU)의 독보적인 아키텍처다.
그록의 LPU는 데이터 처리 순서를 정리하는 하드웨어 '스케줄러'를 과감히 제거하고, 이를 '컴파일러'라는 소프트웨어로 대체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 GPU는 스케줄러로 인해 데이터 지연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 반면 그록은 데이터 처리 순서를 미리 결정해놓는 결정론적 구조를 도입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칩 안에 수백 MB급 SRAM을 주 메모리처럼 통합해 데이터를 바로 파이프라인에 입력하는 방식을 통해 GPU나 TPU 대비 속도는 10배 빠르면서도 전력 소비와 지연 시간은 10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실시간 응답이 필수적인 거대언어모델(LLM) 추론 시장에서 엔비디아가 확실한 기술적 우위를 점하게 하는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규제 피한 '우회 인수'… 핵심만 빼가는 아키하이어(Acqui-hire)
이번 거래는 전통적인 인수합병(M&A)과는 결이 다르다. 그록 법인은 존속하되 핵심 인력과 지적재산권(IP)만 엔비디아로 이동하는 형태다.
양사는 구체적인 계약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미 경제매체 CNBC 등은 엔비디아가 현금 200억 달러를 지급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9월 평가받은 그록의 기업가치 69억 달러(약 9조 8000억 원)를 3배 가까이 상회하는 금액이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각국 규제 당국의 까다로운 반독점 심사를 피하기 위해 이 같은 우회로를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메타의 스케일AI 인수나 구글(알파벳)의 캐릭터AI 인력 확보와 유사한 인력 흡수(Acqui-hire) 방식이다. 형식상으로는 라이선스 계약 및 채용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경쟁사를 거액에 삼켜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전략인 셈이다.
한편 이번 거래로 삼성전자 역시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카탈리스트펀드는 그록의 초기 투자자로 참여한 바 있어 상당한 투자 차익이 예상된다. 엔비디아는 이번 거래를 통해 학습용 시장에 이어 추론용 칩 시장에서도 '초격차'를 유지하며 AI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대한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작권자 Copyright ⓒ ER 이코노믹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