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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격에…금융권 이사회 개선 착수

헤럴드경제 김은희,유혜림,정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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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격에…금융권 이사회 개선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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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부패한 이너서클’ 직격
당국, 다음주 지배구조 개선 TF 대비
임기 차등화 및 보안·소비자 이사 등
이사회 활동 외부전문기관 평가 계획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본격 착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융권에는 긴장감이 감돈다. 이찬진 금감원장에 이어 이재명 대통령까지 ‘부패한 이너서클(핵심층)’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지배구조 문제를 강하게 비판한 만큼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댈 것으로 예측돼서다. 금융권은 선제적으로 자체 점검과 내부 개선 방향 논의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26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다음주 중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TF를 공식 발족하고 첫 회의를 열 예정이다.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연합회 등에는 이미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TF는 금융지주 및 자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와 자격 기준, 사외이사 추천을 포함한 이사회 구성 방식, 성과보수 체계 등을 전반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19일 업무보고 당시 지적한 CEO 선임 절차 문제를 집중적으로 살필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이 10일 금융지주 회장 간담회에서 언급한 사외이사 추천경로 다양화와 이사회 정합성 제고도 핵심 논의 사안으로 꼽힌다. 이 원장은 당시 “전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의 주주 추천 등 사외이사 추천경로가 다양화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며 국민연금의 주주 추천권 도입을 시사한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를 넘기지 않고 킥오프 회의를 열기 위해 노력해 왔고 조만간 개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금융권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TF에 적극 참여해 지배구조 선진화에 동참하겠다는 게 공식 입장이지만 추가적인 제재로 이어질지 우려하는 분위기는 팽배하다.


이는 금감원의 최근 BNK금융지주 검사 착수와 맞물려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번 검사는 BNK금융의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문제가 있는지 등을 살피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선임 과정에서 진행되는 검사인 만큼 일각에선 관치금융 논란도 나오는 상황이다. 검사는 BNK금융은 물론 현재 경영승계 절차를 진행 중인 다른 금융그룹의 차기 회장 선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금융권은 국민연금의 사외이사 구성 개입을 연상케 하는 이 원장의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배구조 개선 취지를 넘어 경영권과 이사회 독립성에 대한 간섭을 키우고 금융회사의 자율적 의사결정 구조를 흔드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사외이사를 통해 금융사의 주요 경영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 연기금의 중립성과 금융사의 기밀 보호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러한 압박 속에서 주요 금융사들은 지배구조 체계 정비 현황 등을 자체적으로 점검하며 향후 TF 논의 과정에서 중점화될 만한 개선 방향성을 탐색 중이다.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면 그 방향에 따라 우려사항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당장 지주 회장 경영승계 절차를 밟고 있지 않은 하나금융의 경우 이사회 활동에 대한 외부 전문기관 평가를 추가로 진행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하나금융은 앞서 이사회와 사외이사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 전문기관을 선정해 올해 이사회 활동에 대한 평가를 실시했고 내년 초에도 이사회 활동 전반에 대한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하나금융 측은 “외부 평가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함으로써 이사회 운영 전반에 대한 환류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현재 이사회 구성이나 사외이사 선임 방식 등에 미비점이 많다면서도 “민간 기업의 경영에 정부가 일일이 왈가왈부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므로 자율적인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모든 기업을 일괄 규제하기보다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우선 개선해 나가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특히 국민연금의 이사회 추천에 대해 “한국은 관(官)의 힘이 세고 국민연금 비중이 커 정부의 영향력으로 흐를 리스크가 있다”며 “미국처럼 실적에 따라 CEO를 교체하는 선순환이 일어나야 하는데 자본시장 발달이 선행 조건”이라고 역설했다.

김은희·유혜림·정호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