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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언 교수의 트럼프 행정부 2기 국가안보전략서 분석]⑤ '미국 우선주의'와 지속가능성 협력의 구"적 위기

SDG뉴스 SDG뉴스 이창언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시민사회학과 SDGs 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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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언 교수의 트럼프 행정부 2기 국가안보전략서 분석]⑤ '미국 우선주의'와 지속가능성 협력의 구"적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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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언 한양대 지속가능발전연구센터 센터장, 공공정책대학원 시민사회학과 SDGs 전공 교수

이창언 한양대 지속가능발전연구센터 센터장, 공공정책대학원 시민사회학과 SDGs 전공 교수


트럼프 2기 국가안보전략서(NSS)는 목표(Ends)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수단(Means)을 논하는 Ⅳ. 수단과 도구 (Means) 섹션에서, 경제력과 에너지 주권을 넘어 동맹 관계 자체를 하나의 전략적 도구로 재정의한다. 제3회와 제4회 칼럼에서 NSS가 경제적 무기화(Economic Weaponization)와 에너지 지배력(Energy Dominance) 확보를 통해 '미국 우선주의' (America First)의 실행 엔진을 구축하는 전략을 분석했다면, 이번 칼럼에서는 동맹국에 대한 '거래적 일방주의(Transactional Unilateralism)' 전략과 그 핵심 수단인 NATO 5% 압박의 본질을 심층적으로 고찰한다. NSS는 동맹을 가치(Values)가 아닌 계약(Contract)의 영역으로 끌어내리며, 70년 동맹 질서의 근본을 뒤흔든다.

1. 동맹 관계의 재정의: 가치 공동체에서 이익 공동체로
NSS는 동맹 관계에 대한 전통적인 미국의 접근 방식, 즉 '자유주의적 가치 공동체' (Liberal Value Community)라는 이념적 틀을 단호히 거부한다. NSS는 동맹을 '미국에 실질적인 이익을 제공하는가의 여부'에 따라 존속 여부를 결정하는 '거래 관계'로 규정한다. 이는 동맹을 국가 안보를 위한 '공공재' (Public Good)가 아닌, '유료 서비스' (Paid Service)로 전환하겠다는 선언과 같다.

이러한 동맹 재정의는 NSS가 추구하는 '유연한 현실주의(Flexible Realism)'의 핵심 축이다. 동맹 관계를 이념적 구속에서 해방시켜, 미국의 선택적 개입(Selective Engagement) 및 자원 재배치의 자유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다. 국제정치학에서 논의되는 부담 공유 (Burden Sharing) 문제는 이미 오래된 주제였으나, NSS는 이를 협상의 대상이 아닌 강요된 "건으로 격상한다. 이는 마치 고대 로마 공화정 시대의 동맹 도시들(Socii)이 로마의 보호를 받는 대가로 로마에 병력과 세금이라는 봉헌(Tribute)을 이행해야만 했듯이, 동맹국들에게 냉혹한 실리를 요구하는 논리인 것이다.
▶ NSS는 동맹 관계를 자유주의적 가치 공동체가 아닌 '미국에 실질적인 이익을 제공하는가의 여부'에 따라 존속하는 거래 관계로 규정한다. 이는 동맹을 국가 안보를 위한 '공공재'가 아닌 '유료 서비스'로 전환하겠다는 선언과 같다.(이미지=AI 생성,SDG뉴스)

▶ NSS는 동맹 관계를 자유주의적 가치 공동체가 아닌 '미국에 실질적인 이익을 제공하는가의 여부'에 따라 존속하는 거래 관계로 규정한다. 이는 동맹을 국가 안보를 위한 '공공재'가 아닌 '유료 서비스'로 전환하겠다는 선언과 같다.(이미지=AI 생성,SDG뉴스)



2. NATO 5% 공약의 충격: 부담 공유인가, 부담 이전인가
NSS의 거래적 일방주의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대통령 서한에서 직접 언급된 "NATO 동맹국들의 국방비 지출을 GDP의 2%에서 5%로 인상하겠다는 역사적인 공약"이다. 이 '5% 헤이그 공약(5% Hague Commitment)' 은 단순한 수치상의 증액 요구를 넘어선다.


기존의 부담 공유 논의는 최소한의 기준을 충"하고 동맹 전체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었으나, NSS의 5% 요구는 사실상 '부담 이전(Burden Transfer)' 을 강요하는 행위다. 이는 동맹국들에게 "미국이 너희를 위해 지출하는 비용의 대부분을 너희가 책임지라"는 노골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과 같다. 사회학적으로, 이는 미국이 동맹국들을 비용을 지불하는 클라이언트(Client)로 인식하며, 관계의 위계를 명확히 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NSS는 이러한 재정적 압박을 통해 동맹국들의 자주 국방 능력(Self-Defense Capability)을 강제로 끌어올리고, 미국이 중국 견제라는 핵심 목표에 자원을 집중할 수 있는 전략적 여유 (Strategic Bandwidth)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이 요구는 현실적으로 달성 불가능에 가깝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시한 것은 동맹 재편을 위한 협상 테이블의 첫 번째 카드를 극단적인 수준으로 높여 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 NSS가 요구하는 5% 공약은 '부담 공유'라는 명분 하에 미국의 안보 비용 부담(좌측)을 동맹국(우측)에게 대폭 이전시키려는 '거래적 일방주의'의 본질을 보여준다.(이미지=AI 생성,SDG뉴스)

▶ NSS가 요구하는 5% 공약은 '부담 공유'라는 명분 하에 미국의 안보 비용 부담(좌측)을 동맹국(우측)에게 대폭 이전시키려는 '거래적 일방주의'의 본질을 보여준다.(이미지=AI 생성,SDG뉴스)



3. 전략적 유용성 테스트: '멜로스인의 대화' 재현

NSS의 동맹 전략은 단순히 돈을 더 받겠다는 것을 넘어, 동맹국들의 전략적 유용성 (Strategic Utility)을 냉철하게 테스트하는 과정이다. 5% 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미국이 지정한 핵심 위협(중국, 혹은 국경 통제 문제)에 협"하지 않는 동맹국은 '불필요한 부담'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엄포가 깔려 있다. 이는 고전적인 패권 안정론 (Hegemonic Stability Theory)의 관점에서 벗어나, 패권국이 자신의 힘을 선별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신현실주의 (Neorealism)적 접근법을 극단으로 밀어붙인 것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Thucydides)가 기록한 '멜로스인의 대화' (Melian Dialogue)를 연상시킨다. 멜로스인들이 정의(Justice)와 명분(Righteousness)을 주장했을 때, 아테네인들은 "강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약자는 자신이 겪어야 할 것을 겪는다"는 냉혹한 힘의 논리를 들이댔다. NSS는 동맹국들에게 이념이나 역사적 유대 대신 오직 실리(Self-interest)만이 관계를 유지시키는 유일한 근거임을 주지시킨다. 미국은 "필요할 때만 개입하고, 나머지는 스스로 책임지라"는 명확한 신호를 보내며, 자국의 자원을 낭비할 수 있는 모든 지역 분쟁으로부터 거리를 두려 한다. 이러한 선택적 개입 전략은 NSS가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 '영구적 주둔'을 배제하고 '거래적 파트너십'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에서도 명확히 확인된다.

4. 동맹 재정의가 글로벌 안정성에 미치는 구"적 영향

NSS의 이러한 거래적 일방주의는 NATO 동맹의 결속력 약화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동맹 질서에 심각한 불안정성을 초래한다. 동맹국들은 NSS의 예측 불가능성(Unpredictability)이라는 구"적 압력에 직면하여 '의존성의 딜레마' (Dilemma of Dependence)에 빠진다. 미국에 의존할수록 더 큰 대가를 지불해야 할 위험에 처하고, 자율성을 키울수록 미국과의 관계 단절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동맹국들은 자체적인 억지력 (Self-deterrence) 강화와 외교적 다변화 (Diplomatic Diversification)를 동시에 추진하는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특히 한국이나 일본과 같은 동북아시아 동맹국들 역시 NATO에 대한 5% 압박이 '아시아판 5%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NSS의 동맹 전략은 국경 통제를 통해 내부 자원을 확보하고, 경제 무기화를 통해 부를 축적하며, 동맹 압박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미국 우선주의'의 치밀한 자원 관리 전략이다. 미국은 더 이상 동맹국들에게 무제한적인 안보를 약속하지 않으며, 안보는 '유료 서비스'임을 명확히 선언한다. 이 선언은 동맹국들의 안보 개념을 수동적인 보호 대상에서 능동적인 자기 방어 주체로 전환할 것을 요구한다.

▶ 다음 칼럼에서는 NSS의 이러한 거래적 접근법이 유럽 및 러시아 정책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발현되는지, 특히 러시아를 '위협'에서 제외하고 유럽을 압박하는 전략적 포석을 심층 분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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