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공급 불안정·유통비 상승 겹치며 가격 압력 지속
본래 방어는 겨울철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비교적 부담 없는 횟감이었다. 다만 최근 몇 년 사이 방어가 겨울 필수 메뉴로 부상하며 수요가 급증했고, 계절·공급·SNS 트렌드가 맞물리며 방어는 사실상 프리미엄 겨울 메뉴로 재편됐다. 공급은 줄고 수요는 늘어난 대표적 계절 식품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 "방어 왜 이렇게 비싸?"… 고수온·적조·물량 부족이 한꺼번에
올겨울 산지 물량은 예년보다 여유롭지 않다. 여름부터 지속된 고수온과 적조로 제주·남해 양식장 폐사가 늘었고, 자연산 어장도 북상하면서 어획량 변동성이 커졌다. 방어는 수온 변화에 민감해 성장 속도가 늦어지면 출하 시기가 밀린다. 이로 인해 성수기 초반 물량 부족이 두드러졌다.
유류비·노동비 등 유통 비용 상승도 가격을 밀어올렸다. 활어 운송비는 작년 대비 증가했고, 경매장에 출하되는 대방어 물량이 적다 보니 높은 가격대가 시장 평균으로 굳어지는 현상이 반복됐다.
노량진 수산시장 경락 시세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확인된다. 12월 25일 기준 일본산·제주산 대방어(1미) 도매가는 1kg당 2만5000~3만원대다. 주간 평균 시세는 전주 대비 하락했지만 실제 횟집에서 취급하는 활대방어 가격대는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다. 통계상 하락분은 대부분 소형·선어 물량에서 발생한 수치로 소비자가 체감하는 활대방어 가격과 괴리가 발생하는 구조다.
결국 방어 가격 상승은 공급 감소와 비용 상승이라는 구조적 요인이 누적된 결과다. 여기에 올해는 수요 변화가 가격을 더욱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방어는 원래 겨울철 단골 메뉴였지만 최근 몇 년 새 젊은 층을 중심으로 유행성이 강화됐다. SNS 먹방, 유튜브 해체쇼, 인스타그램 인증 문화가 확산되며 겨울에 한 번은 먹어야 하는 메뉴로 자리 잡았다. 수요 증가 속도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자 가격은 자연스럽게 급등했다.
현장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서울 홍대 '바다회사랑' 등 유명 방어 전문점 앞에는 성수기마다 3~4시간 대기가 이어진다. 줄 서는 모습 자체가 콘텐츠가 된다. 과거 지역 단골 중심이던 시장이 이제는 2030 대량 유입으로 재편됐다.
경험 소비 트렌드도 강하게 반영됐다. MZ세대는 계절성·한정성·희소성을 중시한다. 겨울 한정, 크고 윤기 나는 대방어의 시각적 요소, 즉석 해체 경험 등 방어는 경험 소비 요소를 모두 갖춘 상품으로 소비된다. 노량진 경매장 관계자들도 "올해는 방어를 처음 먹어본다는 젊은 손님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업계는 올해의 가격 급등이 일시적 현상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방어는 이상기후에 따른 생산 변동성이 큰 데다, 이러한 기상이변이 해마다 반복되면서 공급 불안정이 구조화하고 있다. 여기에 유류비·노동비 등 유통 비용 상승까지 더해지며 가격 압력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과거처럼 성수기 이후 가격이 빠르게 안정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도 나온다.
수산업계 한 관계자는 "방어는 경험 소비가 붙으면서 가격 탄력성이 낮아졌다"며 "물량 증가만으로 가격을 안정시키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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