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시티라이프 언론사 이미지

[Movie] “모두의 삶은 아름답다”…영화 ‘척의 일생’

시티라이프
원문보기

[Movie] “모두의 삶은 아름답다”…영화 ‘척의 일생’

속보
환율, 전일대비 9.5원 내린 1440.3원 마감
톰 히들스턴 주연의 토론토영화제 수상작 ‘척의 일생’은 주인공 척의 삶을 바라보며, ‘종말을 앞둔 전 세계’라는 미스터리한 상황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묻는 독창적인 이야기다. 삶에 대한 따스한 위로와 찬사를 담고 있어, 연말에 보기 좋다.


[※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터넷은 끊기고, 도로 곳곳은 구멍이 뚫려 마비된 세상. 마치 지구의 마지막 날이 다가오는 것만 같은 나날들의 연속이다. 그런데 이 절박한 시간에도 거리, TV, 라디오에서는 ‘척 크랜츠’(톰 히들스턴)라는 정체 불명의 남자를 위한 광고가 끊임없이 나온다. “39년 동안의 근사했던 시간, 고마웠어요 척!” 교사 ‘마티’(치웨텔 에지오포)는 온 세상이 언제 어둠에 갇혀도 이상할 리 없는 지금, 이혼했지만 사랑이 남은 ‘펠리샤’(카렌 길런)를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선다.

다시 과거로 돌아간 다음 챕터에서는 회계사인 척이 거리를 걷다가 버스킹을 하던 드러머를 만나 광장에서 즉흥적으로 춤을 춘다. 다음 챕터에서는 어린 시절 춤을 사랑했던 소년 척이 등장한다. 관객들은 척이 누구이며, 종말 이후 스토리가 어떻게 이어질지 호기심을 가지다가 뒤로 갈수록 잘 짜여진 전체 디테일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구조와 ‘인셉션’의 상상력,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세계관을 섞어놓은 느낌이랄까.

(사진 워터홀컴퍼니㈜)

(사진 워터홀컴퍼니㈜)


‘미저리’, ‘샤이닝’, ‘그것’, ‘쇼생크 탈출’ 등 호러에서 감동 드라마까지 넘나드는 세계적인 작가 스티븐 킹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영화는 3막 죽음, 2막 중년, 1막 소년의 3막 구조를 통해 역순으로 진행된다. 3막은 교사 마티가 이혼했지만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아내와 지구 종말을 준비하는 내용으로, 정체 불명의 남자 척 크랜츠가 믿기지 않는 방식으로 계속해서 그들의 앞에 나타나는 전개다.

2막을 지나 어린 시절 그의 일상을 통해 척의 모든 비밀이 밝혀지는 1막까지 마이클 플래너건 감독의 수려한 연출은 관객들에게 몰입감을 선사한다. 특히 한 사람의 일생에 결정적 영향을 주게 되는 순간들이 아주 소소한 일상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1막은 3막과 2막을 자연스럽게 연결해내며, 마지막 순간 클라이맥스 감동을 선사한다.

(사진 워터홀컴퍼니㈜)

(사진 워터홀컴퍼니㈜)


‘어벤져스’ 시리즈 ‘로키’ 역의 톰 히들스턴이 주인공 척 크랜츠 역을 맡아 생을 관조하는 한 남자의 기쁨과 슬픔을 노련하게 표현해낸다. 그 외에도 ‘노예 12년’으로 제67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을 차지한 치웨텔 에지오포(3막의 남편 ‘마티’ 역)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어벤져스’ 시리즈의 ‘네뷸라’를 연기한 카렌 길런(3막의 아내 ‘펠리샤’ 역) 등 명배우들이 총출동했다. 영화 ‘룸’에서 납치 피해자의 아이를, ‘원더’에서 안면기형아를 연기한 제이콥 트렘블레이가 주인공 척의 소년 시절을 맡았다. ‘스타워즈’의 원조 ‘루크 스카이워커’였던 마크 해밀은 ‘숫자’를 사랑한 척의 할아버지 역을 맡아 입체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짧든, 슬프든, 비참하든, 누구나의 인생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고 아름답다는, 인생을 관통하는 메시지가 예상 못한 스펙타클함을 선사한다. 특히 광장에서 선보인 5분이 넘는 척의 댄스 장면에선 춤을 전공한 톰 히들스턴의 실력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러닝타임 111분.


(사진 워터홀컴퍼니㈜)

(사진 워터홀컴퍼니㈜)

[ 최재민 사진 워터홀컴퍼니㈜]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11호(25.12.30)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