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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잡히는 환율, 역부족인 대책 [이슈앤뷰]

헤럴드경제 김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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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잡히는 환율, 역부족인 대책 [이슈앤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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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특검, '관저이전 특혜' 김오진 전 국토차관 구속기소
원/달러 환율 1449.9원 개장
1450원대 초반에서 횡보 중
24일 구두개입 이후 급락에도
수입업체 매수 등에 효과 상쇄
외환보유액 활용하기도 제한
한은 “내년 적극적 안정조치”
원/달러 환율이 26일 상승 출발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오전 9시 5분 기준 원·달러 환율이 1451원을 나타내고 있다. 임세준 기자

원/달러 환율이 26일 상승 출발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오전 9시 5분 기준 원·달러 환율이 1451원을 나타내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올해 원/달러 평균 환율이 지난 외환위기 당시를 넘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4일 당국의 강력한 대책에 원/달러 환율이 1440원 후반까지 급락하면서 환율이 어느정도 안정화됐지만, 시장에서는 앞으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수라는 주장이 나온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24일까지 주간 종가 기준 연평균 원/달러 환율은 1421.8원이었다. 지난 외환위기 당시 1998년(1394.98원)보다도 26.8원가량 높은 수준이다. 남은 기간을 고려하면 역대 최고치 경신이 확실시 된다.

최근 외환당국이 강력한 대책들을 쏟아내면서 연말 환율이 어느정도 안정됐지만 장기적인 해결책이 없이는 올해와 같은 상황이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주간 종가보다 0.1원 오른 1449.9원에 거래를 시작한 뒤 소폭 오르며 1440원 후반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앞서 외환당국이 전방위적 대책을 쏟아낸 뒤 환율 안정세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지난 24일 외환당국의 강력한 구두개입 등 전방위 대응에 원/달러 환율은 급락했다. 이후 낙폭을 키우다가 1449.8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2022년 11월 11일(59.1원) 이후 3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대책이 단기적인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화 가치 하락의 근본 원인인 한·미 간 경제성장률·금리 격차나 국내 주식시장의 평가절하(코리아 디스카운트) 등을 해소하지 않는 이상 언제든 환율이 다시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진경 신한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들은 달러 수급 우려로 촉발된 원/달러 환율의 단기 급등을 진정시키는 데 유의미한 효과를 보일 것”이라면서도 “다만 중장기적인 원/달러 환율 흐름은 대외 여건과 경기 펀더멘탈 요인 등을 반영하며 방향성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달러 강세 기대감 등으로 환율에 대한 기대치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환율이 급락한 지난 24일 서울 강남 지역 하나은행 지점 한 곳에서는 100달러(약 14만5000원) 지폐가 소진되기도 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대책으로 심리 안정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서도 “달러 강세 부담과 수입업체 결제 등 실수요 매수세는 환율 하단을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외환시장에 대한 당국의 개입 정도도 한계가 명확한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국민연금과 외환 스와프 등을 통해 개입을 늘리면 외환보유액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000억 달러 초반으로 높은 편이지만, 향후 연간 2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해야 한다는 상황 등을 고려하면 마냥 여유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작년 말 기준 한국의 명목GDP(국내총생산) 대비 외환보유액 비중은 22.2%인데 일본(30.6%)과 비교하면 8.4%포인트 낮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지금 상황이 국가 경제 위기는 아니기 때문에 외환보유액을 너무 과감하게 소진하기에는 아까운 상황”이라며 “(당국의 조치는)과열된 상황을 되돌리는 국면을 만드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한국은행은 내년에도 수급 쏠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시장안정화 조치를 적극 시행할 방침이다. 지난 25일 한은은 ‘2026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을 발표하고 “대내외 불확실성 요인으로 국내 외환 부문의 경계감이 높아져 있는 만큼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과도한 쏠림현상에 대해서는 시장안정화 조치를 적극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정부와 함께 구조적인 외환수급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외환시장 24시간 개장, 비거주자 간 역외 원화사용 관련 규제 정비 등 외국인 투자자의 접근성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을 지속 추진할 방침이다. 아울러 대외충격 흡수능력을 개선하기 위해 역내 금융안전망 강화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만기 도래 통화 스와프 연장도 추진한다.

내년도 기준금리 결정에도 환율 변동성이 주요 고려 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향후 물가‧성장 흐름 및 전망 경로상의 불확실성,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추가 인하 여부와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