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넘어 문화로 확장된 카카오게임즈" 배리어프리 실험

[최진홍 기자] 무대 위 배우의 입 모양 대신 텍스트가 흐름을 주도했다. 대사뿐만 아니라 효과음과 배경음악의 분위기까지 글자로 번역되어 전용 기기에 떴다. 소리를 듣지 못해도 극의 긴장감과 감정선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순간이었다. 카카오게임즈가 게임 속 접근성 노하우를 오프라인 공연장으로 옮겨왔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24일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국립서울농학교 중고등부 학생 70여명을 초청해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를 관람하는 행사를 가졌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티켓 기부가 아니었다. 카카오게임즈 임직원들은 이번 공연을 위해 직접 키보드를 잡았다. 사내 사회공헌 캠페인 다가치 나눔파티의 일환으로 직원들이 청각장애인을 위한 배리어프리 자막 제작 봉사에 참여한 것이다.

현장에서는 수어 통역사가 배치되어 공연 전 작품의 줄거리와 관람 규칙을 상세히 설명했다. 공연 중에는 배리어프리 좌석에 설치된 전용 기기를 통해 대사와 소리 정보가 실시간으로 제공됐다. 청각장애인 관객이 비장애인과 동일한 시점에 웃고 감동할 수 있도록 정보의 시차를 없애는 데 주력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게임 업계의 화두인 접근성(Accessibility) 강화 기조와 맞닿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소니 등 글로벌 콘솔 기업들이 장애인 전용 컨트롤러를 개발하고 넥슨이 장애인 게임 접근성 전담팀을 운영하는 것처럼 카카오게임즈는 콘텐츠를 즐기는 환경 자체를 재설계하는 방식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단순히 물품을 지원하는 시혜적 차원을 떠나 누구나 콘텐츠를 동등하게 누릴 권리를 보장하는 인프라 구축으로 사회공헌의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조성된 기부금은 1900여만원 규모다. 임직원들의 참여로 모인 이 성금은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되어 자막 제작과 관람 지원비로 쓰였다. 문화 접근성 개선 전문 기관인 오롯플래닛이 파트너로 참여해 전문성을 더했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장애인 게임 보조기기 지원 사업과 찾아가는 프렌즈게임 랜드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장애인 게임 접근성을 높이고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며 "앞으로도 게임을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 전반에서 누구나 제약 없이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접근성 향상에 대한 고민과 실천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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