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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은 입점업체 사용자일까?…노란봉투법 지침 '10문10답'

이데일리 김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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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은 입점업체 사용자일까?…노란봉투법 지침 '10문10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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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사용자 책임 구조적·구체적 지배 범위로 한정
정규직 인정은 법원, 정규직 전환 기준은 협상 대상
공공기관·지자체 하청 노동자도 '재량권'내 교섭 요구가능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025년도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기관보고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025년도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기관보고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민 경제전문기자] 정부가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 시행을 앞두고 내놓은 해석지침(안)을 통해 정리해고 역시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공식화했다. 그동안 ‘경영 판단’으로 분류돼 교섭 대상에서 제외돼 온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이, 근로조건에 실질적·구체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노사 교섭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고용노동부는 다만 “모든 경영상 결정이 교섭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며, 원청의 사용자 책임 역시 구조적·구체적 지배가 인정되는 범위로 한정된다”고 선을 그었다. 노란봉투법 해석지침의 핵심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1. 원청이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는데 어떻게 ‘사용자’가 되나

A. 노란봉투법은 계약서 형식이 아니라 실질적인 결정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본다. 하청업체가 근로조건을 바꾸고 싶어도 원청의 시스템·예산·운영 구조 때문에 사실상 아무런 재량이 없다면, 그 범위에서는 원청도 사용자로 본다는 취지다.

예를 들어 원청이 생산라인 속도를 실시간으로 통제하고, 휴게시간까지 원청 스케줄에 맞추도록 강제한다면 하청 근로자의 근로시간에 대해서는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될 수 있다.

2. 납기일을 맞추라고 독촉하는 것도 사용자성 판단 근거가 되나

A. 아니다. 이는 일반적인 도급 관계에서 허용되는 범위다. “이번 달 30일까지 물량을 맞춰달라”는 요구는 계약 이행 요청일 뿐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근거가 되지 않는다.

다만 “A 직원을 야간조로 편성해 작업하라”처럼 구체적인 인력 배치와 근무형태까지 개입하면 사용자성이 문제 될 수 있다.


3. 원청이 주는 금액이 적어 임금을 못 올리는 경우는

A. 단순히 도급 총액이 적다는 이유만으로는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하청업체가 그 범위 내에서 임금 체계를 자율적으로 설계한다면 하청이 사용자다.

하지만 원청이 “시급 1만1000원 기준으로 인건비를 산정하라”는 식으로 임금 기준을 구체적으로 지정해 하청의 결정권을 사실상 박탈했다면, 그 범위에서는 원청의 교섭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4. 정리해고도 노사 교섭 대상인가

A. 그렇다. 지금까지 정리해고는 ‘경영권’으로 분류돼 교섭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개정법과 해석지침에 따르면 근로자 지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리해고는 단체교섭 및 쟁의 대상이 된다. 앞으로는 해고 규모, 대상자 선정 기준, 보상책 등을 두고 노사가 교섭할 수 있으며, 이를 둘러싼 쟁의행위도 원칙적으로 보호 대상이 된다.


5. 기업 매각이나 합병도 노사 교섭대상인가

A. 아니다. 매각·합병 등 결정 그 자체는 여전히 경영권 영역이다.

“회사를 매각하지 말라”는 요구를 이유로 한 파업은 정당화되기 어렵다. 다만 매각이 확정된 이후 고용 승계, 해고 방지, 전환 배치 기준 등을 요구하는 교섭은 가능하다.

6.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요구도 가능한가

A. 현재 지위를 다투는 ‘권리분쟁’은 쟁의 대상이 아니다. “우리를 정규직으로 인정하라”라는 주장은 법원의 판단 영역이다. 하지만 “앞으로 정규직 전환 기준과 절차를 정하자”는 요구는 이익분쟁에 해당해 교섭과 쟁의가 가능하다.


7. 백화점·면세점 입점업체 직원도 백화점이 사용자인가

A. 전면적으로는 아니지만 특정 영역에서는 가능하다.임금은 입점업체가 지급하지만, 휴게실·화장실 등 시설 이용 기준은 백화점이 결정한다면 복리후생·근무환경 분야에 한해 교섭 상대가 될 수 있다.

8. 공공기관·지자체 하청 노동자도 정부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나

A. 법령이나 국회 확정 예산으로 이미 정해진 사항은 교섭대상이 되기 어렵다. 다만 발주기관이 예산 범위 내에서 재량권을 가지고 위탁 기준을 정하는 경우라면, 그 범위에서는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

9. 원청이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를 무시하면

A. 지침에 따라 사용자성이 인정되는데도 정당한 이유 없이 교섭을 거부하면 부당노동행위가 될 수 있다. 하청 노조는 노동위원회 조정을 거쳐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할 수 있다.

10. 해석지침에 법적 구속력은 있나

A. 해석지침은 법원 판결을 대신하는 규범은 아니다. 다만 노동부와 노동위원회가 법을 집행·지도하는 사실상의 기준선이 된다. 정부는 “일반적인 도급·납품 관계까지 포괄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하청의 자율성이 구조적으로 봉쇄된 예외적 경우에 한해 사용자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