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가 2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렸다.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한동훈 대표와 최고위원 당선자들이 당원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인요한, 김민전, 장동혁 최고위원, 한 대표, 김재원 최고위원, 진종오 청년최고위원.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
김성태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 등 당내 중진 인사들이 계파 갈등에 따른 분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중재·조정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당내 갈등이 격화되자 중진들이 전면에 나서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김성태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는 최근 유튜브 채널 '입국열차'에 출연해 “이대로 가면 당이 엉망이 된다”며 “중진들의 의견을 모아 당내 갈등을 조정하는 규합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제는 선배 정치인들이 중심이 돼 당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갈등을 치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김 전 원내대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의 결속과 선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 간 갈등을 조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계파 갈등 중재에 나선 중진 인사로는 김무성 전 대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이 거론된다. 김 전 원내대표는 김무성 전 대표와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 당 원로·중진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특정 계파에 치우치지 않은 중재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논의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결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공감대에서 출발했다. 지도체제와 공천을 둘러싼 불신이 누적될 경우 당내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중진 그룹은 당내 주요 현안과 갈등 구조를 면밀히 점검한 뒤, 양측이 수용 가능한 중재 방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방식과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추가 논의를 거쳐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원내대표는 “과거의 경험을 교훈 삼아 당이 더 큰 위기로 빠지지 않도록 책임 있는 역할을 하겠다”며 “국민의힘이 하나로 결속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방송에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당시 비박·친박 진영 갈등을 조정하려 했던 경험도 언급하며 “지난 12·3 비상계엄 당시에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 전까지 갈등 당사자들이 함께 모여 양측이 수용 가능한 중재안을 마련하려 노력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서울 모처에서 김무성 전 대표와 친박계 핵심 인사들이 모여 윤 전 대통령의 명예로운 퇴진 방안 등을 논의했지만, 정국이 급박해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상황과 관련해 김 전 원내대표는 “지금은 집권 세력이 아니지만, 당이 더 큰 갈등으로 쪼개질 경우 헌법 개정 저지선인 100석마저 무너질 수 있다”며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중재와 조정의 시간이 왔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중재 움직임을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사전 정지 작업으로 해석하고 있다. 당 지도체제가 공천권을 둘러싸고 흔들릴 경우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김 전 원내대표 역시 “선거 체제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 당은 분열된다”며 “지금 결속하지 않으면 각자도생의 국면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김성태 전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중진 그룹의 움직임은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기보다는 갈등 확산을 막기 위한 관리 차원의 시도로 보인다”며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 간 갈등을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향후 당내 중재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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