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 통해 대주주 오른 업체, 행방 묘연
舊 대주주 특관으로 엮여…비히클 가능성도
전기차 신사업 공수표에 신사업 행보 ‘우려’
舊 대주주 특관으로 엮여…비히클 가능성도
전기차 신사업 공수표에 신사업 행보 ‘우려’
경기도 하남시에 위치한 이제이앤피 등록 주소지. 다른 업체가 존재했고, 관계자를 만날 수 없었다.[사진=서울경제TV] |
[서울경제TV=권용희기자] ‘임영웅 샴푸’로 알려진 코스닥 상장사 TS트릴리온을 인수한 새 주인의 행방이 묘연하다. TS트릴리온은 주인 변경과 함께 돌연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사업 진출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상태. 하지만 과거에도 전기차 관련 사업에 나서겠다고 밝힌 후 현실화되지 않은 바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행방 묘연한 새 주인
26일 금융감독원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TS트릴리온의 50억원 규모 유상증자 납입이 완료되며 이제이앤피라는 업체로 대주주가 변경됐다. 신주 발행가는 197원으로 발행 예정 주식수는 2538만여주다. 상장 예정일은 다음달 9일이다.
이제이앤피는 지난달에 설립된 신생 법인으로, 사실상 페이퍼 컴퍼니로 확인됐다. 경기도 하남시에 위치한 등록 주소지를 직접 방문했지만 다른 업체가 존재했고, 관계자를 만날 수 없었다.
TS트릴리온 관계자는 "특정한 실질 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이 아니고, 유증을 위해 설립된 법인"이라고 말해 실체가 없음을 자인했다.
또한 이 업체 주요 인물인 박상선 씨는 올해 3월 기준 직전 대주주인 디에스조합의 특별관계자다. 이 조합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TS트릴리온 주식 1063만여주(지분율 9.2%)를 보유 중이다. 또한 같은 시점 천일실업이란 업체도 266만여주(지분율 2.3%)를 확보한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유증 대상자 선정 이유에 대해 "이제이앤피의 박주훈, 박상선 공동대표는 TS트릴리온 김용채 대표와 오랜 친분관계가 있다"고 전했다. 다만 장기간 회사를 둘러싼 경영권 다툼이 이어진 전적이 있어, 지분을 여러 주체가 나눠 갖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단 지적도 제기된다.
아울러 이제이앤피가 비히클(이동 수단)으로 사용됐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제이앤피는 자기 자금으로 유증을 납입했다고 밝혔는데, 이에 앞서 이 업체는 투자자로부터 차입 또는 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밝혔기 때문. 게다가 이 중 20억원은 타법인 증권 취득 자금으로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강서구에 위치한 비비알컴퍼니 등록 주소지. 사무실에는 한 명의 직원만이 있었다.[사진=서울경제TV] |
◇ 49억에 사겠다는 업체, 실체는
이와 함께 회사는 비비알컴퍼니라는 업체 인수를 예고했다. 이 업체 주식 30만주를 49억원에 사들인다는 계획인데, 취득 예정일자는 다음달 9일이다. 회사는 이를 위해 3회차 전환사채(CB)를 발행해 대용 납입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를 통해 AI 데이터센터 장비사업으로의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유동성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채까지 발행하며 무리하게 인수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TS트릴리온의 지난해 3분기 말 연결 기준 유동자산과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각각 104억원, 21억원이다. 또한 같은 시점 유동비율은 45%에 불과하다. 유동비율은 기업의 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통상 200%가 넘어야 안정적이라고 평가된다.
비비알컴퍼니는 전기공사업 등을 주력으로 하는 업체로 알려졌다. 지난해 매출액과 순이익은 각각 42억원, 1억원이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등록 주소지를 직접 방문했지만 사무실에는 직원 한 명만이 존재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모두 외근을 나가서 혼자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TS트릴리온은 재작년 전기차 배터리 관련 사업 진출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지만 현실화되지 않은 바 있다. 회사 관계자는 "신사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전기차 관련 영역도 후보군으로 살펴본 바 있다"며 "현재 기준으로 관련해 확정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샴푸 판매 등을 주력으로 하는 TS트릴리온은 장기간 실적 부진 상태다. 지난해 연결 매출액과 순손실은 각각 308억원, 5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과 순손실은 각각 200억원, 15억원이다. 3분기 말 기준 결손금은 102억원에 달한다.
TS트릴리온 관계자는 "대주주가 이제이앤피로 바뀌었다고 해서 경영진이 변경된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yonghee@sedaily.com
권용희 기자 yongh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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