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웨이 유선희 기자]카카오가 포털 '다음'을 운영하는 자회사 AXZ를 국내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관련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카카오의 사업 구조조정과 상장을 앞두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려는 업스테이지의 전략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거래가 양측 모두가 이득을 볼 수 있을지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2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다음 운영사 'AXZ' 매각을 위해 업스테이지 측과 막바지 협상 중이다. 매각 방식으로는 포괄적 주식교환이 거론된다. 업스테이지가 AXZ 지분을 취득하고, 카카오는 그에 상응하는 업스테이지 주식을 취득하는 구조가 유력하다.
AXZ는 올해 5월 카카오가 다음을 담당하던 콘텐츠 CIC(사내독립기업)를 분사해 만든 법인이다. 카카오가 100%의 지분을 가진 자회사로 다음뉴스·다음쇼핑·다음검색·다음메일·다음카페 등 핵심 서비스를 맡았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보유 중이던 검색사업 부문도 AXZ가 사업을 양도받았다.
주요 사업인 포털 다음은 지난 2000년 포털 시대가 열리면서 네이버와 '국내 양대 포털'로 불렸지만, 현재는 포털 시장 점유율 2%대에 머물며 존재감이 희미해진 상태다. 매출도 5년 연속 하락세를 겪고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카카오 포털비즈 매출액은 2252억원으로, 2019년 연간 매출이 5000억원을 넘어섰던 것을 고려하면 약 5년 만에 반토막났다. 카카오 포털비즈는 포털 다음의 PC와 모바일 광고·커머스 실적 등이 속해 있다.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타일 등도 포털비즈에 포함되지만 다음의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거래를 통해 업스테이지는 기업가치 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업스테이지는 자체 개발한 대규모 언어모델(LLM) '솔라(Solar)'를 통해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2020년 네이버 AI리더 3인방(▲김성훈 전 네이버클로바 AI리더 ▲이활석 전 네이버 클로바 OCR·Visual 리더 ▲박은정 전 파파고 번역기 모델링 리더)이 모여 설립했다. 올해 8월에는 시리즈 C 대신 620억원 규모 브릿지 투자를 받으면서 설립 5년 만에 상장(IPO)을 본격화했다. 시장에서는 상장 시 기업가치를 최소 2조원 이상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스타트업인데다 연혁이 길지 않아 이익 체력은 낮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업스테이지의 2024년 영업수익은 139억원, 순손실은 360억원대로 나타났다. 다음 인수를 위한 현금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지분교환이야 말로 최적의 거래 조건인 셈이다. 현 상태에서 상장할 경우 높은 기업가치를 책정받기 어려운 만큼 검색 엔진을 보유한 다음 인수를 통해 이용자 기반과 데이터 자산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카카오로서도 이득을 보는 측면이 있다. 현재 카카오가 최근 AI와 카카오톡을 핵심 사업으로 삼고 비핵심 계열사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업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번 매각은 지난 2014년 카카오가 다음과 합병을 진행한 지 11년 만에 진행되는 것이다. 당시 비상장사이자 신생 기업이었던 카카오는 다음을 품으면서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시작했다. 그러나 다음이 포털 시장에서 영향력이 축소되면서 수익성은 점차 떨어졌다. 현 상황에서 AXZ를 매각한다면 플랫폼 운영 비용과 인프라 확보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또 카카오가 현재 자체 AI 모델 개발에 힘쓰는 만큼 유망있는 AI 스타트업 지분 확보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있을 것으로도 보인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AI 발전에 필요한 인프라를 확보하는 측면에서 카카오나 업스테이지 모두 중장기 사업 확장을 기대할 수 있는 기회"라며 "거래가 성사된다면 업스테이지가 내년 IPO에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마냥 긍정적인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다. AXZ를 넘겨받게 된 업스테이지는 거대 포털 운영 경험이 미비한 만큼 향후 경영상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다. 카카오는 다음 인수로 코스닥 시장에 우회 입성해 2017년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상장한 뒤 매각에 나섰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포털 다음은 신생기업에서 신생기업으로 최대주주가 바뀌며 사업 안정성이 저해될 가능성도 나온다.
다만 현재 카카오와 업스테이지는 이번 거래에 대해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카카오는 "이번 거래와 관련해 드릴 수 있는 입장이 없다"고 말했고, 업스테이지 관계자 역시 "별도로 드릴 말이 없다"고 했다.
유선희 기자 point@
저작권자(c)뉴스웨이(www.newsway.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