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와 안보 및 산업화 전략을 통해 지난 70년간 한국이 생존하고 도약한 과정을 하나의 서사로 엮은 책 ‘턴베리 체제의 한국 경제’가 e북으로 출간됐다.
경제 기자로 30년 넘게 활동한 저자는 “전쟁의 잿더미에서 ‘코어 근육’을 길러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거듭나고, 위기를 기회로 바꾼 대한민국의 선택을 다뤘다”며 “생존을 넘어 더 큰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가 걸어온 길에서 오늘의 답을 찾고자 했다”고 말했다.
책은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지정학적 상황을 맞아 한미동맹을 주축으로 안보를 지켜낸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과 해결의 순간들을 소개하고 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물론 주한 미군을 둘러싼 50~70년 전의 신경전을 담았다.
저자는 지난 4월 교역상대국에 대한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조치와 관련해 미국의 이런 일방적 조치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1971년엔 미국이 달러로 금을 바꿔주던 ‘금태환’을 정지시키는 동시에 외국에서 들어오는 물품에 대해 수입세를 물렸고, 1985년에는 일본 엔화 등의 강세를 유도한 ‘플라자 합의’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미래의 주역인 2030세대에게 우리나라가 여기까지 온 데에는 어떤 전략이 있었고, 앞으로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지침서가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 책의 제목에 반영된 ‘턴베리 체제’는 지난 8월 7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언론 기고문에서 주장한 표현이다. 그는 열흘 전인 7월 27일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무역 합의를 이룬 장소가 스코틀랜드 턴베리인 점을 들어, 미국의 새로운 다자간 무역 정책을 ‘트럼프 라운드’라고 주장하면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끝나고 ‘턴베리 체제’의 막이 올랐다고 주장했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됐다. 1부 국가 생존의 외교전에서는 이승만 전 대통령 특유의 외교술과 ‘닉슨 독트린’에 따른 미국의 아시아 정책 변화 및 한국군의 베트남전 파병과 미국의 원조 등을 다뤘다. 2부 안보 위기의 순간들에선 청와대 습격을 시도한 1·21 사태와 이후 대책으로 마련된 보복 특공대와 예비군 창설, 주민등록번호 발급 등을 소개했다.
3부 산업화의 대전환에선 1970년대 최우선 정책과제로 추진한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의 배경과 이를 추진하기 위한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의 부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당시 초미의 관심이었던 조선·전자·자동차 등 주요 전략산업과 함께 기술인력 양성, 종합무역상사 지정 등 산업 인프라 확충 정책도 다루고 있다.
4부 통상환경의 뉴노멀에서는 금태환 정지, 플라자 합의, 트럼프 라운드 등 세계 경제질서를 뒤흔든 미국의 주요 정책 전환 사례를 다뤘다. 국가 전략적으로 주목할 변수로는 미국의 동아시아 방어선을 꼽았고, 지금의 위기를 80~100년 주기로 순환하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지난 12월 5일 발표된 미국의 새 국가안보전략(NSS)을 앞두고 한국과 관련한 함의에 대해서도 짚었다.
박용선 기자(brav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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