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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업체 마음대로 근로시간 결정 못 하면 본사와 직접 교섭 가능

조선비즈 이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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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업체 마음대로 근로시간 결정 못 하면 본사와 직접 교섭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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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 3월 10일 시행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해석 지침을 26일 발표했다. 이 법은 본사가 하청업체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으면 하청업체 근로자와 교섭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때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정부는 해석 지침에서 “본사가 하청업체의 근무시간 등 근로조건 핵심 부분을 사실상 결정하거나, 근로자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없으면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이 19일 서울역 앞에서 연 파업 돌입 긴급 기자회견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전국철도노동조합이 19일 서울역 앞에서 연 파업 돌입 긴급 기자회견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 백화점이 입점 브랜드 직원 근무일 사실상 결정하므로 교섭해야

고용노동부는 “본사가 하청업체 근로자에게 직접 지시를 내리지 않더라도 계약 조건이나 세밀한 작업지시서, 또는 자동화된 시스템을 통해 체계적이고 실질적으로 통제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본사가 단발적이거나 일시적으로 하청업체 근로조건에 개입하는 게 아니라 근로자의 자율성을 지속적으로 제약·통제하는 거래관계 등의 구조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가령 백화점·면세점이 입점 브랜드 직원들과 근로조건 개선과 관련해 교섭할 의무가 있다고 한 지난 10월 서울행정법원 판결에서 본사의 하청업체 직원에 대한 ‘구조적 통제’가 인정됐다고 볼 수 있다. 법원은 “백화점·면세점의 영업일, 영업시간 지정·변경은 근로자들의 근무일, 근무시간 관련 근로조건에 적어도 일정 수준의 영향을 미치므로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한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 본사 일감 없이는 존속 어려운 하청업체도 교섭 대상

노동부는 본사가 하청업체와 교섭해야 할지를 판단할 때 하청업체 사업이 본사 사업에 사실상 편입돼 있는지 여부도 살필 예정이다. 예를 들어 본사가 A라는 제품을 생산할 때 핵심 부품 생산을 하청업체가 맡고 있다거나, 본사와 하청업체 직원이 함께 작업을 하는 경우 본사가 하청업체 노조와 교섭해야 한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때 하청업체가 자체 기술을 가지고 외부에 생산시설을 보유한 경우에는 본사에 경제적으로 종속돼 있지 않다고 판단해 교섭 대상이 안 될 수 있다. 반대로 하청업체 매출 대부분이 본사에게 나와서, 본사와 계약이 끊기면 기업 존속이 불투명해지는 경우 본사가 노조와 교섭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7월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이 옥포조선소 사내 하청업체 노동자와 성과급과 학자금 지급, 노동안전 의제에 대해 교섭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하청업체가 한화오션에 경제적으로 종속돼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아울러 노동부는 개별 사안별로 본사가 하청업체와 교섭해야 할지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노동부가 성과급과 관련해 본사가 하청업체 노조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지위에 있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다른 복리후생 항목까지 본사가 교섭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현승 기자(nalh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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