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소프트랜딩을 위해 가장 전제돼야하는 것은 탄탄한 시장 신뢰의 구축이다. 동시에 새로운 미래 금융 혁신서비스의 비전이 제시돼야한다.
국내 주요 거래소들은 그동안 빈발했던 해킹 사태의 위기를 딛고 보안 체계를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한편 K-POP과 e스포츠를 결합한 마케팅으로 젊은 층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특히 2단계 가상자산법 시행과 맞물려 단순 거래를 넘어선 적립식 투자, 대여 서비스 등 이용자 중심의 혁신 서비스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콜드월렛 99%까지… 가상자산 거래소, ‘신뢰’로 제도권 문 두드린다
최근 가상자산 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보안 강화'다.
국내 최대 거래소 업비트는 지난달 27일 발생한 445억원 규모의 해킹 사고 대응을 위해 고객 자산의 99%를 콜드월렛(Cold Wallet)에 보관하는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현행 법정 기준인 80%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으로, 거래소 스스로 보안의 문턱을 높인 셈이다.
두나무 관계자는 "98%에서 99%로 콜드월렛 비중을 1%포인트를 올리는 것이 수치상으로는 미미해 보일 수 있지만 수백조 원의 거래가 오가는 시장에서 이는 엄청난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콜드월렛 비중이 높아질수록 입출금 속도 지연 등 불편이 발생할 수 있어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보다 배 이상의 인력과 기술 리소스를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빗 관계자는 “보안 전담 부서를 중심으로 임직원 교육과 정기 감사 체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관련 법령에 따른 내부 통제를 철저히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업계의 움직임은 곧 시행을 앞둔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입법)’과도 맞닿아 있다.
지난 19일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2단계 입법안에는 해킹이나 전산 장애 등 사고 발생 시 전자금융거래법에 준해 디지털자산사업자에게 무과실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제도권 금융에 편입되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신뢰 확보’가 강조되는 가운데, 거래소 간 보안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투자도 문화처럼"… K-POP·페이커 내세워 MZ세대 공략
보안이 내실을 다지는 과정이라면, 마케팅은 시장 저변 확대를 위한 공격적인 전략이다. 가상자산 업계는 과거의 ‘투기적 이미지’를 벗고 친근한 금융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문화 콘텐츠와의 결합을 적극 선택하고 있다.
업비트는 최근 ‘제40회 골든디스크어워즈’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해 글로벌 K-POP 팬을 대상으로 대만 현지 관람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대중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e스포츠의 상징적 인물인 ‘페이커’ 이상혁 선수와의 협업을 통해 팬미팅 및 경기 직관 이벤트를 열며 MZ세대 팬덤을 가상자산 생태계로 끌어들이고 있다.
빗썸 역시 ‘2025 SBS 가요대전’ 메인 타이틀 파트너로 나서며 글로벌 K-POP 팬층을 대상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하는 등 문화 마케팅 경쟁에 가세했다.
◆‘코인 모으기’에서 '대여'까지… 가상자산 거래소, 자산관리 플랫폼으로 진화
거래소의 서비스 모델 역시 단순 매매 중개를 넘어 종합 자산 관리 영역으로 진화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이용자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투자 습관을 유도하는 적립식 투자 서비스의 확산이다.
업비트가 선보인 자동 투자 서비스 ‘코인 모으기’는 최근 누적 투자액 4400억원을 돌파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약 21만명의 이용자가 이 서비스를 통해 변동성 리스크를 분산시키며 소액으로 꾸준히 자산을 축적하는 투자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가상자산을 활용한 대여 및 운용 서비스도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코빗은 원화 거래소 최초로 보유 중인 코인을 담보로 다른 코인을 빌릴 수 있는 ‘코인 렌딩’ 서비스를 도입했다.
특히 여러 종류의 코인을 하나의 담보로 설정할 수 있는 ‘복합 담보 기능’을 통해 이용자들이 자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업계에서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2026년을 제도적 기반이 완성되는 원년으로 보고 있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와 맞물려 가상자산의 대중화와 신뢰 회복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거래소들이 ‘투기 시장’이 아닌 ‘디지털 금융 인프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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