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도 쟁의 대상…노란봉투법 기준 구체화

노동부, 개정 노조법 해석지침 행정예고
'구조적 통제' 기준으로 사용자 인정 갈려
정규직 전환도 쟁의 가능…1월까지 의견 수렴

[세종=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정부가 오는 3월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현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 구체적인 해석지침을 마련했다. 앞으로 정리해고, 구조조정을 비롯해 정규직 전환 등도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된다. 노동부는 행정예고 기간인 내년 1월까지 노사와 전문가 등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보완 과정을 거쳐 최종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지난 8월4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노란봉투법)’이 통과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노동부는 개정 노조법 제2조 해석지침(안)을 내년 1월15일까지 20일 동안 행정예고한다고 26일 밝혔다. 노란봉투법의 주요 쟁점 대상인 사용자와 노동쟁의 개념 확대에 대한 구체적인 예시 등을 담았다. 노동부 관계자는 “행정예고 기간 동안 정부 초안에 대해 노사가 협의하고 다양한 의견도 줄 수 있다”며 “구체적인 보완이 필요하면 충분히 반영해서 최종안을 확정하겠다”고 설명했다.

노동부는 확대된 ‘사용자’의 범위를 △근로조건에 대한 구조적 통제 △조직적 사업 편입 및 경제적 종속성 △근로조건별 사용자성 인정 등으로 구체화했다. 개정 노조법에 따라 근로계약을 체결한 당사자가 아니어도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도 사용자로 인정된다. 이 경우 하청노조가 원청 사용자를 대상으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원청사용자가 하청 소속 근로자의 인력운용, 근로시간, 작업방식 등 결정 권한을 본질적·지속적으로 제한하는 경우 구조적 통제가 인정된다. 가령 휴일근로 구조를 변경하려고 하는데 원청의 생산공정 방식과 연동된 탓에 이를 따를 수밖에 없을 경우 원청이 사용자로 인정될 수 있다. 구조적 통제는 원청과 하청의 업무가 단계별로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거나 작업공정이 상호의존적인 경우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모든 도급관계가 구조적 통제에 있는 건 아니다. 도급인이 △납기 및 품질 요구 △거래조건 협상·변경 △발주서 등에 따른 작업이행 요구를 하는 경우는 계약상 관리범위 내의 행위로 본다.

하청 근로자의 노무가 원청 사용자의 사업체계에 직접 편입되어 있거나 경제적으로 종속된 경우에는 사용자로 인정될 수 있다. 다른 업체와 계약하지 않은 하청기업의 경우 원청과 거래가 끊기면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라 원청이 우월적 지위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제적 종속성은 구조적 통제 가능성이 큰 탓에 보완적 지표로 활용된다.

근로조건별로 보면 노동안전의 경우 원청이 작업공정·안전절차 등 전반적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지배·통제하는 경우 사용자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복리후생 분야(통근버스, 휴게시설 등)에 대해 하청 근로자의 이용을 실질적으로 결정하거나 사용 기준 설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원청이 인건비를 결정하거나 임금 인상률, 각종 수당 기준을 직접 제시해도 사용자로 인정될 수 있다. 정부가 원청이 돼서 직접 집행하는 경우는 교섭 대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노동부는 노동쟁의 대상도 구체화했다. 합병, 분할, 양도, 매각 등 기업의 결정 자체는 단체교섭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리해고, 구조조정은 교성 대상이 된다. 노조는 고용조정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 ‘정리해고를 실시하지 않는다’, ‘정리해고 시 노동조합과 사전 합의해 시행한다’ 등에 관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징계·승진 기준의 설정 및 변경 요구 등도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된다.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은 “과거와 달리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예고기간 중 다양한 현장 의견에 귀 기울이고 토론 등을 통해 최종안을 확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