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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 통제' 여부 따라 원청도 사용자성 인정…노동부, 노봉법 첫 해석지침

뉴스1 나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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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 통제' 여부 따라 원청도 사용자성 인정…노동부, 노봉법 첫 해석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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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사용자·노동쟁의 판단 지침 20일간 행정예고

"관리와 결정은 다르다"…원·하청 경계선 제시



고용노동부 전경 2025.11.28 ⓒ 뉴스1 김승준 기자

고용노동부 전경 2025.11.28 ⓒ 뉴스1 김승준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원·하청 교섭과 쟁의 범위 논란에 대해 정부가 처음으로 구체적인 판단 잣대를 내놨다. 고용노동부는 26일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 기준을 '근로조건에 대한 구조적 통제'로 규정하고, 정리해고·구조조정 등 경영상 결정도 근로조건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경우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명시한 해석지침(안)을 공개했다. 법 시행을 앞두고 노사 모두가 해석을 둘러싸고 겪어온 혼선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노동부는 이날부터 내년 1월 15일까지 20일간 개정 노동조합법 제2조에 대한 해석지침(안)을 마련해 행정예고한다고 밝혔다. 내년 3월 10일 시행되는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의 현장 혼선을 줄이고 제도 안착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이번 해석지침은 법 개정 이후 가장 논란이 컸던 '원청의 사용자성'과 '노동쟁의 대상 확대'를 정부가 공식적으로 설명한 첫 가이드라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개정 노동조합법 제2조 가운데 △제2조제2호 '사용자' △제2조제5호 '노동쟁의'의 정의와 관련해 판단 기준과 적용 사례를 구체화한 것이 핵심이다. 고용부는 현장지원 TF를 통해 수렴한 노사 의견과 전문가 논의를 토대로 지침(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원청도 사용자 될 수 있다…핵심 기준은 '구조적 통제'

개정 노동조합법에 따라 사용자 개념은 계약서상 사용자에서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용자'로 확대됐다. 근로계약을 직접 맺지 않았더라도, 근로조건을 사실상 좌우하면 사용자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하청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길이 열렸지만, 어디까지를 사용자로 볼 것인지는 가장 큰 쟁점이었다.

이번 해석 지침은 사용자성 판단의 핵심 기준으로 '근로조건에 대한 구조적 통제'를 제시했다.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일회성 지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묶어두는지가 판단의 출발점이라는 설명이다. 예컨대 원청이 특정 공정에 필요한 인력의 수와 자격을 정하거나, 생산공정·교대 운영 방식에 따라 하청 근로 시간이 상시적으로 연동되는 경우, 세밀한 작업지시서나 관리시스템을 통해 업무 배정과 순서를 결정하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다만 고용부는 모든 원·하청 관계를 곧바로 사용자 관계로 보지는 않겠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납기·품질 요구, 거래조건 협상·변경, 발주서에 따른 작업 이행 요구 등은 계약을 이행하기 위한 관리 범위로 보고, 곧바로 '구조적 통제'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독립된 설비를 갖추고 완제품이나 부품을 생산해 납품하는 일반적인 물량도급 관계에서는 사용자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다. 즉 원청이 일을 '관리'하는 것과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것은 다르다는 선을 그은 셈이다.


또한 해석 지침은 그간 법원 판결에서 원청의 사용자 여부 판단에 활용돼 온 '원청 사업에의 편입'과 '경제적 종속성'을 구조적 통제를 보완하는 판단 요소로 제시됐다. 하청 근로자의 노무가 원청의 사업체계에 직접 편입돼 있거나, 전속 계약이 해지되거나 하청기업의 존속이 불투명해질 정도로 경제적 종속성이 큰 경우에는 원청이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 지배력을 행사했는지 판단하는 데 참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8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8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재석 186인, 찬성 183인, 반대 3인, 기권 0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2025.8.2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8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8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재석 186인, 찬성 183인, 반대 3인, 기권 0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2025.8.2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안전·임금·근로시간별 사용자성 판단 기준 제시

해석지침은 노동안전, 근로시간, 임금·수당, 복리후생 등 근로조건별로 사용자성 판단에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예시도 제시했다. 원청이 작업공정과 안전절차,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총괄하고 하청이 단독으로 위험요인을 제거하기 어려운 구조라면 노동안전 분야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근로시간 역시 원청이 생산계획과 작업일정, 교대제, 연장근로 여부를 사실상 결정하거나 승인하는 경우 사용자로 볼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임금·수당과 관련해서는 원청이 투입 인원과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인건비를 사실상 결정하거나 임금 인상률과 수당 기준을 직접 제시해 하청의 재량을 본질적으로 제한하는 경우 사용자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도급총액 범위 내에서 수급인이 자율적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경우에는 사용자성 인정 가능성이 낮다고 명시했다.


공공부문에 대해서는 법령·조례나 국회의 예산 심의·의결에 따라 정부가 기준을 집행하는 경우, 이는 공공정책의 결과로 개별 노사 간 교섭 대상이 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예산 집행 과정에서 정부가 실제로 구체적인 근로기준을 정하거나 조정할 재량이 있는지, 현장 운영기관이 근로조건 결정의 자율성을 갖는지 등을 사안별로 종합 판단해야 한다는 점도 함께 제시했다.

노동쟁의 대상도 확대됐다. 해석지침(안)은 개정 노동조합법에 따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 △근로자 지위 결정에 관한 분쟁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을 노동쟁의 대상으로 새롭게 포함했다. 이에 따라 그간 경영상 판단이라는 이유로 쟁의 대상에서 제외돼 왔던 사안도, 근로조건에 실질적·구체적 변동을 초래하는 경우에는 단체교섭과 쟁의 대상이 될 수 있게 됐다.

다만 합병·분할·매각·양도 등 기업조직 변동 그 자체는 노동쟁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으며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정리해고나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 등 근로조건의 실질적 변화가 발생할 경우에 한해 교섭 대상이 된다고 고용부는 설명했다. 또 해당 결정으로 고용조정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 노동조합은 고용보장 요구 등에 관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노동쟁의 대상이 되는 '근로자 지위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에는 고용형태 변경, 징계, 승진 기준의 설정·변경 등을 둘러싼 분쟁이 포함되며, 이번 법 개정을 통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요구 등도 노동쟁의 대상임을 명확히 했다.

고용부는 행정예고 기간에 노사와 전문가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합리적인 의견은 적극 반영하고, 해석 지침의 완성도와 수용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권창준 차관은 "개정 노동조합법은 원하청의 상생 성장을 위해 대화 자체가 불법인 상황을 해소하고 불법파업과 과도한 손해배상청구, 그리고 극한투쟁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서 새로운 노사관계 패러다임을 만드는 것"이라면서 "이번에 예고된 해석 지침(안)은 이러한 입법취지를 반영하려는 것으로 과거와 달리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예고기간 중 다양한 현장 의견에 귀 기울이고 토론 등을 통해 최종안을 확정하겠다"라고 밝혔다.

freshness41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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