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해석 지침 행정예고]
원청이 하청 직원 숫자, 자격 결정하거나
계약해지로 하청 폐업 위기 시 '사용자 인정'
하청 직원 통근버스 이용 여부 결정하면 '진짜 사장'
앞으로는 원청이 하청의 인력 운용과 근로 시간, 작업 방식 등 업무 전반을 구조적으로 통제할 경우 사용자로 인정된다. 예를 들어 원청이 작업에 투입할 하청 노동자의 규모, 근로 시간대와 교대 방식을 사전 승인하고 지정한다면 실질적 사용자는 원청이 된다.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통근버스나 휴게시설 운영과 같은 복리후생 제도를 결정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만 공장 관리자가 전산장비 유지보수업체(하청)에 장애 신고 처리나 서버 점검을 수행해달라고 요청하는 것과 같이 통상적 도급계약에서 이뤄지는 지시는 구조적 통제로 보지 않기로 했다.
하청 노동자들의 진짜 사장은 누구이며, 언제 파업할 수 있는가. 원청 대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려는 취지로 내년 3월 시행을 앞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의 쟁점을 두고 정부가 구체적 해석 지침을 26일 행정예고했다. 사용자 범위 확대(노조법 제2조 2호)와 노동쟁의 범위 확대(노조법 제2조 5호) 관련 내용이 핵심이다.
지침은 누가 하청 노동자의 진짜 사장인지 판가름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노란봉투법에서는 원청업체가 하청 노동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더라도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한다면 사용자로 인정하도록 했다. 원청 대기업이 하청노동자의 근로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않았더라도 임금이나 근로방식을 실질적으로 좌지우지한다면 진짜 사장(사용자)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원청이 하청 직원 숫자, 자격 결정하거나
계약해지로 하청 폐업 위기 시 '사용자 인정'
하청 직원 통근버스 이용 여부 결정하면 '진짜 사장'
8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이 여당 주도로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
앞으로는 원청이 하청의 인력 운용과 근로 시간, 작업 방식 등 업무 전반을 구조적으로 통제할 경우 사용자로 인정된다. 예를 들어 원청이 작업에 투입할 하청 노동자의 규모, 근로 시간대와 교대 방식을 사전 승인하고 지정한다면 실질적 사용자는 원청이 된다.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통근버스나 휴게시설 운영과 같은 복리후생 제도를 결정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만 공장 관리자가 전산장비 유지보수업체(하청)에 장애 신고 처리나 서버 점검을 수행해달라고 요청하는 것과 같이 통상적 도급계약에서 이뤄지는 지시는 구조적 통제로 보지 않기로 했다.
하청 노동자들의 진짜 사장은 누구이며, 언제 파업할 수 있는가. 원청 대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려는 취지로 내년 3월 시행을 앞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의 쟁점을 두고 정부가 구체적 해석 지침을 26일 행정예고했다. 사용자 범위 확대(노조법 제2조 2호)와 노동쟁의 범위 확대(노조법 제2조 5호) 관련 내용이 핵심이다.
진짜 사장 판단 기준은 '구조적 통제'
금속노조 현대제철·한화오션 비정규직지회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이 15일 세종시 고용노동부 앞에서 쟁의조정 돌입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뉴스1 |
지침은 누가 하청 노동자의 진짜 사장인지 판가름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노란봉투법에서는 원청업체가 하청 노동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더라도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한다면 사용자로 인정하도록 했다. 원청 대기업이 하청노동자의 근로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않았더라도 임금이나 근로방식을 실질적으로 좌지우지한다면 진짜 사장(사용자)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는 우선 원청 업체가 하청 노동자를 구조적으로 통제하고 있다면 실제 사용자로 봐야 한다고 지침에서 제시했다. 하청 노동자의 일하는 시간이나 방식 등을 지속적으로 통제하는 경우다. 예컨대 원청이 작업에 필요한 하청 노동자 수와 자격 등을 정해주고, 이를 변경할 권한을 가졌다면 진짜 사장으로 봐야 한다.
원청의 생산공정이나 교대제 운영 방식이 변했을 때 하청의 교대제나 근무시간까지 함께 변한다면 구조적 통제로 본다. 또 원청이 세밀한 작업 지시를 직접 내리거나 업무배정과 업무순서 등을 직접 결정할 때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현대차 정규직 직원의 근무조가 변할 때 하청 직원들의 근무체계도 이에 맞춰 바뀌거나 현대차 관리자가 하청 직원에게 업무 배정을 한다면 현대차를 진짜 사장으로 본다.
안전 등 특정 분야 한정해 사용자 지위 인정 가능
그래픽=강준구 기자 |
실제 사용자 여부를 가르는 두 번째 기준은 '조직적 사업 편입 및 경제적 종속성'이다. 원·하청 계약이 해지됐을 때 하청 업체가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경제적으로 종속된 것으로 보고 원청업체를 하청 노동자의 진짜 사장으로 판단해야 한다.
지침에서는 근로조건에 따른 사용자성 인정 기준도 제시했다. 특정 분야에 한정해 원청의 사용자 지위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 하청 노조가 해당 분야를 두고 단체교섭을 원하고, 노동위원회가 이를 인정한다면 원청 업체 측은 교섭 테이블에 앉는 게 원칙이다.
우선 노동안전 부문에서는 원청업체가 작업공정과 안전절차 등 전반적 안전보건 관리 체계를 지배할 경우 사용자 지위를 인정한다. 예를 들어 원청과 하청 노동자가 같은 장소에서 일하는데 원청이 허락해줘야만 위험 요인을 없애거나 안전설비를 설치할 수 있다면 원청을 안전 분야의 사용자로 봐야 한다.
복리후생 분야에서는 원청업체가 하청 노동자의 이용 여부를 결정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실제 사용자로 봐야 한다. 예컨대 하청 직원의 통근버스 탑승 여부를 원청 업체가 정한다면 원청을 이 분야의 진짜 사용자로 봐야 한다.
임금과 수당 분야에서는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인건비나 임금 인상률, 각종 수당 등을 직접 정한다면 실제 사용자로 판단된다.
인수, 합병 정리해고는 단체교섭 가능
김영훈(왼쪽) 고용노동부 장관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9월 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주요 기업 CHO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
노란봉투법에서 노사 간 큰 쟁점이었던 '노동쟁의 범위'도 정부의 해석 지침에서 정리됐다. 노란봉투법은 임금·근로시간·근로자의 지위 등 근로조건의 결정 과정에서 노사 의견이 불일치하면 파업 등 쟁의 행위를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또 '사업 경영상 결정'에 대한 노사 주장이 다를 경우에도 쟁의 행위 대상이 된다. 이를 두고 경영계는 해당 조항이 인수·합병 등 경영적 판단을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반발해왔다.
우선 해석 지침은 기업의 합병, 분할, 양도, 매각 등 사업경영상 결정 자체는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다만 이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정리해고, 구조조정에 따른 전환배치는 단체교섭 대상이 된다. 예를 들어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노조는 단체협약을 요구해 '정리해고를 실시하지 않는다', '정리해고는 노동조합과 사전 합의해 시행한다' 등의 합의를 요구할 수 있다. 이때 사측이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거나 단체교섭 합의 이후 이를 어기면 파업 등 쟁의 행위가 가능하다. 노동부 관계자는 "(정리해고 등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는 것이 입법 취지"라고 설명했다.
해석지침은 고용형태 변경과 징계, 승진에 대한 기준을 설정하거나 변경하는 경우도 노동쟁의 대상으로 분류했다. 예컨대 회사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기준을 바꾸거나 노동자에 대한 징계, 승진 기준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노사 간 분쟁이 발생하면 파업 등 쟁의 행위에 나설 수 있다.
정부는 이번에 발표된 행정지침을 내년 1월 15일까지 행정예고한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