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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저장이 바꿀 대한민국 산업지도”…화학硏, ‘국산 LOHC 기술’ 자립 속도

헤럴드경제 구본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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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저장이 바꿀 대한민국 산업지도”…화학硏, ‘국산 LOHC 기술’ 자립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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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학연 주도 국가수소중점연구실, LOHC 기술로 새 전환점 제시
한국화학연구원 박지훈(왼쪽) CO2에너지연구센터장이 자체제작 및 구축한 일일최대 5kg의 수소를 저장 및 추출할 수 있는 반응장비를 점검하고 있다.[한국화학연구원 제공]

한국화학연구원 박지훈(왼쪽) CO2에너지연구센터장이 자체제작 및 구축한 일일최대 5kg의 수소를 저장 및 추출할 수 있는 반응장비를 점검하고 있다.[한국화학연구원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우리나라는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에너지 불균형’이라는 현실적인 딜레마에 직면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생산 시설은 주로 호남, 강원, 제주 등 비수도권에 집중되는 반면,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반도체 등 첨단 산업과 인구는 수도권에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전기를 실어 나를 송배전망 확충은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력망 없이도 에너지를 대량으로 안전하게 옮길 수 있는 ‘수소 저장·운송기술’이 새로운 해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액상 유기 수소 저장체(LOHC, Liquid Organic Hydrogen Carrier)’ 기술이 있다. LOHC는 기체 상태의 수소를 특수한 액체 화합물에 반응시켜 저장하는 방식으로, 마치 석유처럼 상온에서 액체 상태로 수소를 운반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기존 주유소, 탱크로리, 파이프라인 등 액체 연료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막대한 구축 비용을 절감하고 도시와 산업단지 깊숙이 수소를 공급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러한 LOHC 기술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한국화학연구원을 주관기관으로 하는 ‘LOHC 국가수소중점연구실’을 출범시켜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연구단은 단순히 하나의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넘어, 소재부터 공정, 시스템 실증까지 전 주기를 아우르는 ‘국가 LOHC 기술 플랫폼’ 완성을 목표로 한다. 한국화학연구원을 필두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서울대학교, 포항공과대학교, 한양대학교, 고등기술연구원 등 국내 최고의 LOHC 전문가 집단이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수소중점연구실 연구책임자인 한국화학연구원 박지훈 CO₂에너지연구센터장.[한국화학연구원 제공]

수소중점연구실 연구책임자인 한국화학연구원 박지훈 CO₂에너지연구센터장.[한국화학연구원 제공]



연구단은 출범 이후 짧은 기간 동안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며 LOHC 기술 자립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우선, 더 적은 에너지로도 수소를 추출할 수 있는 ‘고성능 수소 저장 물질’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또한 수소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촉매 기술에서도 효율성, 내구성 및 경제성을 갖춘 촉매를 개발해 사용화를 위한 실마리를 찾았다.

실제 공정 기술에서도 진전이 있었다. 연구단은 실험실 수준을 넘어 연속적으로 수소를 추출하는 공정을 설계하고, 전기화(electrification) 기술로 촉매를 직접 발열시키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만큼만 에너지를 투입해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수소가 친환경 연료를 넘어, 에너지를 저장하고 이동시키는 ‘에너지 물류’의 핵심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LOHC 기술 도입으로, 전력망 안정화를 위해 생산이 중단되던 재생전력을 액체 형태의 수소에너지로 변환해 수도권과 반도체 산업단지 등으로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송할 수 있게 되며, 기존 석유화학 인프라를 활용한 경제적인 ‘분산형 수소 네트워크’가 실현될 것이다.

박지훈 한국화학연구원 CO₂에너지연구센터장은 “확보된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외 기업 및 지자체와 연계하여 현장에서의 실증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수소 발전, 수소 모빌리티, 해외 수소 등 분야로 기술을 확장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