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대출 연체율 추이. 금감원 제공 |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이 10월 들어 급증했다. 신규 연체 증가와 정리 감소가 맞물리며 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0월 말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58%로 전년 동월(0.48%) 대비 0.10% 올랐고, 전월(0.51%)보다는 0.07%포인트 상승했다.
연체율이 상승한 원인은 신규 연체 발생이 늘고, 연체 채권 정리 규모가 줄었기 때문이다.
10월 신규 연체 발생액은 2조9000억원으로 전월(2조5000억원)보다 4000억원 늘었다.
반면 연체 채권 정리(상·매각 등) 규모는 1조3000억원으로 전월(4조8000억원)보다 3조5000억원 줄었다.
신규연체율도 0.12%로 전월(0.10%)보다 0.02%포인트 높아졌다. 신규 연체율은 분기말 정리 강화로 연체율이 하락하다가 다음 달 반등하는 패턴이 반복되지만, 이번에는 상승 폭이 컸다.
부문별로 보면 기업대출 연체율은 0.69%로 전월 대비 0.08%포인트 올랐다. 대기업(0.14%)은 0.02%포인트, 중소기업(0.84%)은 0.09%포인트, 개인사업자(0.72%)가 0.07%포인트 상승하며 취약 차주 부실이 두드러졌다.
가계대출은 0.42%로 0.03%포인트 올랐다. 주택담보대출(0.29%)은 0.02%포인트, 신용대출 등 기타 가계대출(0.85%)은 0.10%포인트 상승했다.
연체율 상승은 경기 둔화와 고금리 장기화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12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도 올해 3분기 말 기준 금융기관의 기업대출 잔액은 1943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증가율은 은행과 비은행권 모두에서 둔화 흐름이 이어졌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대출 확대 폭이 축소됐다.
은행권 기업대출은 1350조원으로 전년 대비 2.8% 늘었지만,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와 신용 리스크 관리 강화로 증가세는 점차 약해지는 모습이다. 비은행금융기관의 기업대출은 전년 대비 0.1% 증가에 그쳤고, 상호금융을 제외한 대부분 업권에서는 오히려 잔액이 감소했다. 기업대출 연체율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대출 태도가 한층 보수적으로 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연체율 흐름을 보면 기업대출 전반의 위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기업대출 연체율은 2.50%로 1분기 말보다 다소 낮아졌지만, 장기 평균을 웃도는 수준을 유지했다.
금감원은 “개인사업자와 건설·지방 부동산 등 취약 부문에서 부실 확대 우려가 있다”며 “부실채권 상·매각, 충당금 추가 적립 등으로 손실 흡수 능력을 강화하라”고 은행권에 주문했다. 연체·부실 확대 가능성 대비를 지속 유도할 방침이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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