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파이낸셜뉴스 언론사 이미지

"카스트로와 데일로 최형우 지우고 박찬호 덮겠다"... KIA의 파격 실험, '혁명'일까 '무모함'일까

파이낸셜뉴스 전상일
원문보기

"카스트로와 데일로 최형우 지우고 박찬호 덮겠다"... KIA의 파격 실험, '혁명'일까 '무모함'일까

속보
원-달러 환율 1,440.3원...코스피·코스닥 상승 마감
카스트로, 내외야 모두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
2025년 AAA 3할 21홈런 타격 기대
데일의 수비는 박찬호 수준 평가... 방망이가 변수
10개구단 유일의 아쿼 내야수
우승 전력 아닌데 유망주 기회 뺏는다는 비판도


KIA의 새 외국인 투수 해럴드 카스트로.KIA 타이거즈 제공

KIA의 새 외국인 투수 해럴드 카스트로.KIA 타이거즈 제공


[파이낸셜뉴스] KIA 타이거즈가 2026시즌을 위한 외국인 선수 구성을 완료했다. 늘 합리적인 선택을 추구하던 KIA 프런트가 이번 겨울에는 그야말로 ‘파격’ 그 자체인 승부수를 던졌다.

핵심은 간단하다. 떠나간 '레전드' 최형우와 '주전 유격수' 박찬호의 공백을 외국인 선수로 메우겠다는 것. 하지만 그 이면에는 팬들의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는 위험한 시나리오가 숨어있다. 최악의 상황에는 KBO 리그 44년 역사상 전무후무한 '외국인 키스톤 콤비(유격수-2루수)'의 탄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IA는 24일 투수 아담 올러(120만 달러), 타자 헤럴드 카스트로(100만 달러), 아시아쿼터 내야수 제리드 데일(15만 달러)과의 계약을 발표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투수진이 아니다. 네일-올러-양현종-이의리-김도현 등으로 이어지는 선발진과 강화된 불펜 뎁스는 나쁘지 않다. 전력 누수가 거의 없기때문이다. 문제는 야수진의 재편 방향성이다.

새 외국인 타자 헤럴드 카스트로는 사실상 ‘최형우의 대체자’다. 메이저리그 통산 타율 0.278, 올해 트리플A 타율 0.307에 21홈런을 기록했다. AAA에서 이정도 기록이라면 정교함에 장타력까지 갖췄다. 이범호 감독은 그를 우선 외야수로 기용할 가능성이 크다.

기본 외국인 선수 계획에서 "외야수를 뽑게 될 것 같다"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카스트로는 내야수지만, 외야수도 소화한 멀티플레이어다. 어차피 수비 부담을 크게 지울 생각은 없다. 좌익수 자리에서 타격만 잘해주면 된다. 중견수는 김호령으로 고정된 가운데, 나성범을 지명타자로 돌리거나 우익수 수비 이닝 부담을 덜어주면서 공격력을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이다.

아시아쿼터 제리드 데일은 철저하게 ‘박찬호의 대체자’다. 몸값은 단돈 15만 달러(약 2억 원). 하지만 이범호 감독은 그의 수비력을 "오지환, 박찬호에 준하는 급"이라고 평가했다.

이미 자체 테스트를 마쳤다. 타격은 물음표지만, 수비만 되어도 남는 장사라는 철저한 ‘가성비 전략’이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새 외국인 타자로 내야수 제리드 데일을 신규 영입했다고 24일 밝혔다. KIA 아시아쿼터 선수 제리드 데일이 계약서에 사인하고 있다.연합뉴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새 외국인 타자로 내야수 제리드 데일을 신규 영입했다고 24일 밝혔다. KIA 아시아쿼터 선수 제리드 데일이 계약서에 사인하고 있다.연합뉴스


논란의 핵심은 카스트로의 '포지션 유동성'에 있다. 카스트로는 커리어의 대부분을 2루수와 유격수로 뛰었다. 외야수도 소화했지만, 외야보다는 내야가 훨씬 익숙한 선수다. 이범호 감독이 "외야수를 생각한다"고 했지만, 이는 시즌 개막 시점의 이야기일 뿐이다.

만약 시즌 중 주전 2루수 김선빈의 체력이 떨어지거나, 부상 변수가 발생한다면. 혹은 윤도현이 또 다시 부상의 늪에 빠져든다면. 카스트로는 즉시 내야로 들어올 수 있다. 이때 유격수 데일과 2루수 카스트로가 짝을 이룬다면 KBO 사상 최초의 '외국인 키스톤 콤비'가 완성된다.

이는 KIA 입장에서 강력한 '보험'이다. 김도영의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고, '차세대 스타' 윤도현이 풀타임을 소화할 수 있을지 미지수인 상황에서 카스트로의 내야 진입 능력은 팀 운영에 숨통을 틔워준다.


그리고 이는 아직 김규성이나 박민의 주전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을 긋는 전략이기도 하다. 아직 그들이 풀타임 동안 안정적인 활약을 담보할 수 없는 선수가 아니기때문이다.

하지만 팬들의 시선은 복잡하다. "리빌딩도 아니고 윈나우도 아닌 어정쩡한 스탠스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데일을 유격수로 박고, 카스트로마저 내야로 들어온다면 윤도현 등 팀 내 특급 유망주들이 설 자리는 사라진다.

팀의 미래를 생각해야 할 시점에 외국인 두 명이 센터 라인을 점령하는 모양새는 장기적으로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팬들은 유도영(유격수 김도영)에 대한 아쉬움도 함께 공존한다. 김도영은 고교 시절 유격수를 봤던 선수이고, 박찬호가 나간 지금 시점이야 말로 김도영에게 유격수 자리를 줘야할 시점이라고 많은 팬들이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런 팬들의 의견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내년 시즌 '유격수 김도영'을 볼 수 있을까. /뉴스1 DB ⓒ News1 김진환 기자 /사진=뉴스1

내년 시즌 '유격수 김도영'을 볼 수 있을까. /뉴스1 DB ⓒ News1 김진환 기자 /사진=뉴스1


2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KBO 리그' 기아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 경기에서 3회초 2사 상황 기아 윤도현이 솔로 홈런을 치고 있다.뉴스1

2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KBO 리그' 기아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 경기에서 3회초 2사 상황 기아 윤도현이 솔로 홈런을 치고 있다.뉴스1


KIA의 2026년 플랜은 명확하다. 투수력으로 버티고, 타격은 카스트로가 최형우만큼 쳐주길 바라며, 수비는 데일이 박찬호만큼 막아주길 바라는 것이다.

데일이 헐값에 주전 유격수 역할을 해낸다면 가성비 자체는 매우 좋은 영입이다. 카스트로가 내야로 들어올일이 없이 외야수 자리에서 타점 기계가 된다면 이보다 좋은 영입은 없다.

하지만 반대로 키스톤 콤비가 모두 외국인으로 채워지는 상황이 고착화된다면, KIA는 성적과 육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수도 있다. 말 그대로 어정쩡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최근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내야수를 외국인이 소화하며 우승한 사례는 없다.

또한,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아시아쿼터를 포함해 외국인 야수 두 명을 운용하는 구단은 KIA가 유일하다.

KIA는 성적을 포기하지 않았다. 성적을 포기했다면 굳이 이런 진용을 갖고갈 이유가 없다. "카스트로와 데일로 최형우 지우고 박찬호 덮겠다"는 파격적이고 위험한, 그래서 가장 궁금한 KIA의 2026시즌 실험이 시작됐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