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경제와 산업 생태계 전반 충격
화재 계기로 지지부진하던 공장 이전 논의 구체화
[편집자주] 뉴스1 광주전남취재본부는 올 한 해 광주·전남에서 시·도민을 울고 웃게 한 주요 10대 뉴스를 선정해 5일에 걸쳐 나눠 싣는다.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광주 3대 제조사업장 가운데 한 곳인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의 대형 화재로 생산이 일시 중단돼 지역경제와 산업 생태계 전반에 큰 충격을 줬다.
수년간 지지부진했던 함평으로의 공장 이전 작업이 화재 사고를 계기로 급물살을 타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5월 발생한 광주 광산구 소촌동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2025.5.17/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광주 3대 제조사업장 가운데 한 곳인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의 대형 화재로 생산이 일시 중단돼 지역경제와 산업 생태계 전반에 큰 충격을 줬다.
수년간 지지부진했던 함평으로의 공장 이전 작업이 화재 사고를 계기로 급물살을 타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화재는 지난 5월 17일 오전 7시 11분쯤 광주2공장의 타이어 기본재료를 혼합하는 정련공정에서 발생했다. 고무를 데워 녹이는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에서 스파크가 튄 게 원인이었다.
주불은 화재 발생 약 32시간 만에 잡혔다. 다만, 타이어 재료들이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재발화해 불은 77시간 만에 완전히 진화됐다.
대피 과정에서 20대 직원 1명이 중상을 입었고 소방대원 2명이 다쳤다. 2공장은 50~60%가 소실됐다.
화재 원인은 '인재'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설치된 지 30년 가까이 된 오븐에서 5년간 17차례 불이 났지만 사측은 정밀 분석과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공장장과 임직원 4명은 업무상 과실치상 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정확한 발화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으나 생고무에 섞인 나무 등 이물질이 열에 가열되면서 화재로 이어졌을 것으로 추정됐다.
광주공장은 금호타이어가 국내외에 가동 중인 8개 생산시설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2300여 명이 근무하며 하루 3만 3000본, 연간 1400만 본 이상 타이어를 생산해 왔다. 연간 매출액 규모는 9000억 원이다.
특히 수익성이 높은 특수타이어(고인치, 고성능)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광주공장의 가동 중단으로 글로벌 공급망에도 영향이 우려됐다.
화재는 금호타이어 자체적인 손실과 더불어 광주 지역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이전 수준의 연간 매출 달성이 어려워지면서 광주시와 공장이 자리한 광산구의 지역내총생산(GRDP)이 급감했고, 지역 경제 차원에서도 상당한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직원들은 고용과 생계도 위협받았다. 연계된 화물 노동자와 사내 하청, 협력업체도 일감을 잃고 무기한 휴직 상태에 들어갔다. 입사를 앞둔 신입직원 51명은 '입사 보류'를 통보받았다.
이에 따라 광주시와 광산구, 광주상의 등은 근로자 고용안정 보장을 위해 '고용위기지역 지정'을 정부에 건의했다.
금호타이어가 지난 9일 전남도청에서 전남도, 함평군과 함평신공장 건설에 대한 투자 협약을 체결한 모습. (금호타이어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뉴스1 |
인근 주민들 역시 연기와 분진으로 두통이나 눈·목 따가움 등 건강 문제를 호소하거나 거주지 창문과 내부 오염 등의 피해를 봤다.
금호타이어에 대한 공식 피해 보상 신청 건수는 7134건으로 인적 피해가 64%(4597건)로 가장 많았다. 대물 피해는 26%(1884건), 영업 보상 피해는 9%(653건)로 집계됐다.
화재 피해는 막대했지만 화재 두 달 반 만인 7월 30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노사가 △올해 내 광주1공장 하루 6000본 생산 △함평신공장 1단계 연 530만본 생산 목표로 건설 △최종 부지 매각 후 증설 등의 내용에 합의한 것이다.
1974년 준공된 광주공장은 노후 설비와 도심 입지 한계 등으로 안전 문제와 확장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2019년부터 광주공장을 전남 함평 빛그린국가산업단지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지만 투자 부담과 노사 간 이견 등으로 논의는 수년간 속도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대형 화재로 생산 중단과 지역경제 충격이 현실화하면서 이전 논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떠올랐다.
화재는 분명 엄청난 위기였으나 장기간 표류하던 공장 이전을 공식화하는 계기가 돼 광주공장과 지역 산업 구조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 분기점이 됐다.
금호타이어는 12월 9일 전남도, 함평군과 함평신공장 건설 관련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함평 빛그린산단에 들어서는 신공장 건설 1단계에 6609억 원을 투입한다. 2028년 가동에 들어가 연간 타이어 530만본 생산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련고무 700만본 규모의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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