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 -신한금융그룹의 신한 프리미어패스파인더 단장 |
정확히 10년 전인 2015년 12월 글로벌 금융시장은 이른바 '대분기'(Great Divergence)라는 단어에 주목했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어온 제로금리에서 벗어나 7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강한 긴축기조를 포기하고 전격적인 양적완화를 통한 돈풀기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긴축을, 유럽은 완화를 진행하는 통화정책의 엇갈림은 보통 미국의 금리정책을 추수하곤 하는 기존의 글로벌 통화정책 공조체계에 익숙한 투자자들은 매우 생소하게 느꼈다.
10년이 지난 2025년 12월에도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된다. 한국시간으로 지난 11일 미국 연준은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고 내년에 추가 금리인하를 예고했다. 그러나 1주일이 지난 12월19일 일본은행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현행 금리를 0.75%로 유지하며 1995년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은 기준금리로 복귀했다.
미국은 금리를 인하하고 일본은 금리를 인상하는 양국 통화정책의 대분기가 나타난 것이다. 이런 변화는 미국과 일본에 그치지 않는다.
최고점 대비 2%포인트 이상의 기준금리 인하를 선제적으로 단행한 ECB는 현행 기준금리가 충분히 낮아졌음을 말하면서 추가 금리인하에 선을 그었을 뿐 아니라 필요한 경우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도 있음을 예고했다. 마찬가지로 신중한 금리인하를 이어가던 호주중앙은행은 기준금리 인하에서 반대로 급격히 선회하며 물가불안을 언급, 조만간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음을 예고했고 빠르면 2월 긴축전환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긴축에 무게를 둔 금리동결을 매파적 동결이라고 하는데 호주와 유로존이 이 스탠스를 시사한 것이다.
스위스프랑 절상에 대한 제어와 트럼프 관세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한 차원에서 기준금리를 제로까지 인하한 스위스중앙은행은 마이너스금리 진입엔 선을 그으면서 멈춰섰고 실물경기둔화 우려가 상존함에도 환율급등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에 대한 부담과 가계부채 및 부동산 가격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낸 한국은행은 추가 인하에 매우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
미국은 금리인하를, 호주와 유로존은 매파적 동결을, 한국·캐나다·스위스 등은 동결기조 유지를, 마지막으로 일본은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카드를 택한 것이다. 각국이 글로벌 통화정책의 흐름보다 자국의 경제상황에 초점을 맞춘 이른바 각자도생 격의 정책을 택하는데 이는 2015년보다 훨씬 두드러지는 통화정책의 대분기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각국 통화정책의 대분기는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환율변동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각국의 금리차는 환율을 결정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각국의 금리가 각자도생 격으로 움직이면 과거의 패턴과는 다른 환율의 높은 변동성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통화정책 대분기가 만들어낼 환율결정의 고차방정식, 환율의 예측가능성을 크게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오건영 신한금융그룹 신한 프리미어패스파인더 단장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