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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내년 2월 HBM4 세계 첫 양산···‘K-반도체’ 시장 압도한다 [갭 월드]

서울경제 서종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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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내년 2월 HBM4 세계 첫 양산···‘K-반도체’ 시장 압도한다 [갭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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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갑 기자’의 갭 월드(Gap World) <27>
엔비디아 차세대 AI 칩 ‘루빈’ 탑재
SK ‘안정성’ 삼성 ‘기술 격차’ 경쟁
마이크론 따돌려 HBM 선두 차지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가 메모리 반도체 업계 최초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를 내년 2월 나란히 양산한다. 한국 반도체 투 톱이 세계 최대 인공지능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 ‘루빈’에 탑재될 HBM4를 가장 먼저 대량 생산하며 시장 주도권 굳히기에 들어갔다. 마이크론 등 후발 주자와 ‘기술 초격차’를 증명한 것이다. 내년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도 K-반도체 독주 체제가 이어질 전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이천 M16 공장과 청주 M15X 팹에서 내년 2월부터 HBM4 생산에 본격 돌입한다. 엔비디아에 제공한 HBM4 유상 샘플이 최종 품질 테스트를 사실상 통과하며 양산 체제로 전환하는 수순이다. 삼성전자 역시 같은 시점인 내년 2월 평택 캠퍼스에서 HBM4 양산을 시작한다.

TSMC 동맹과 선단 공정 맞불
성능·수율 두 마리 토끼 잡는다


HBM4는 단순한 성능 개선을 넘어 고객사 맞춤형 제품으로 전환되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와 협력해 HBM4의 두뇌 역할을 하는 베이스다이에 12㎚ 로직 공정을 과감히 도입했다. 이를 통해 전작 대비 대역폭은 2배 넓히고 전력 효율은 40% 이상 개선했다. 업계에서는 내년 하반기 엔비디아의 루빈 출시와 맞물려 HBM4가 주력 제품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본다. SK하이닉스는 9월 양산 체제 구축을 마친 데 이어 가장 빨리 최종 제품 양산을 시작하며 시장 리더십을 공고히 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두 수행하는 턴키 솔루션과 앞선 미세 공정 기술로 승부수를 띄웠다. HBM4 생산에 과감하게 선단 공정을 도입해 엔비디아로부터 성능 면에서 최고 수준의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HBM4는 내부 기술 평가에서 11.7Gbps 수준의 업계 최고 성능을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양산 시점을 당초 예상보다 빠른 2월로 앞당겼다. 반면 업계 3위 마이크론은 내년 2분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어 한국 기업들과의 시차는 불가피하다. 엔비디아는 삼성과 SK의 2월 양산 일정에 맞춰 차세대 칩 개발 로드맵을 확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조기 가동 M15X vs 평택 캠퍼스
물량 공세로 ‘공급난’ 해소 주력



SK하이닉스는 내년 2월 HBM4 양산과 동시에 청주 M15X 팹의 첫 번째 클린룸을 가동하며 물량 공세에 나선다. 총 20조 원 이상이 투입된 M15X는 SK하이닉스의 핵심 생산 거점이다. 이곳에서는 현재 주력인 HBM3E와 차세대 HBM4가 생산될 예정이다. 또 7세대 제품인 HBM4E에 적용될 10㎚급 6세대(1c) D램 생산라인도 도입된다.

M15X는 총 2개의 클린룸으로 운영된다. 내년 2월 첫 번째 클린룸 가동을 시작으로 연말에는 두 번째 클린룸까지 완공될 예정이다. 올 10월 오픈한 첫 번째 클린룸에서 양산 물량이 일정보다 2개월 빨리 출하되는 셈이다. M15X가 100% 가동되는 2027년 중순에는 12인치 웨이퍼 기준 매월 약 5만 장의 D램이 추가 생산된다. SK하이닉스는 이를 통해 HBM 공급 부족 현상을 해소하고 매출 극대화를 노린다.


삼성전자는 막강한 기존 생산능력을 앞세워 추격의 고삐를 죈다. 현재 삼성전자의 월 D램 생산 규모는 약 65만 장으로 SK하이닉스의 55만 장(M15X 포함 시)을 상회한다. 특히 HBM 생산 역량만 놓고 봐도 삼성전자가 월 17만 장 수준으로 월 16만 장인 SK하이닉스를 앞선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생산 능력 우위를 바탕으로 HBM4 수율과 기술력을 끌어올려 시장 판도를 뒤흔들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물론 일본과 유럽 등 전 세계 기업과 국가들이 AI 산업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수백조 원을 쏟아붓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는 필수적이다.



용인 클러스터 등 미래 투자 지속
내년 영업익 93조 장밋빛 전망



양사의 경쟁은 중장기적으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로 이어진다. SK하이닉스는 총 120조 원이 투입되는 용인 클러스터의 1기 팹을 2027년 5월 준공할 목표다. 1기 팹이 완전 가동되는 2030년이 되면 월 약 35만 장이 추가돼 전체 생산능력은 월 90만 장까지 대폭 늘어난다. 이는 단순한 물량 증대를 넘어 인공지능 반도체 생태계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다.

금융투자 업계는 내년에도 SK하이닉스가 HBM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유지하며 독주 체제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본다. 삼성전자는 30%대 중반, 마이크론은 20% 내외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고부가 제품인 HBM 시장 장악력을 바탕으로 올 3분기 11조 383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4분기에는 15조 원 규모의 이익이 예상되며 내년 한 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최대 93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집계된다.


업계 관계자는 “HBM 시장은 이제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안정적인 공급 역량이 핵심 경쟁력이 되는 2라운드에 진입했다”며 “내년 2월 HBM4 양산과 M15X 가동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세계 메모리 시장에서 압도적인 ‘1등’ 지위를 굳히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갭 월드(Gap World)’는 서종‘갑 기자’의 시선으로 기술 패권 경쟁 시대, 쏟아지는 뉴스의 틈(Gap)을 파고드는 코너입니다. 최첨단 기술·반도체 이슈의 핵심과 전망, ‘갭 월드’에서 확인하세요.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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