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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이 제시한 전세사기 구제책…회수율 4%의 그늘[only 이데일리]

이데일리 최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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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이 제시한 전세사기 구제책…회수율 4%의 그늘[only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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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대위변제 3년간 2156억…회수액은 90억 뿐
HF “20년 분할상환 구조상 회수 지연 불가피”
전세대출보증 사고 5년 새 3배…2030 피해 집중
재정 지속 가능성·형평성 논란 속 예방 대책 필요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선구제 후회수’ 사업을 진행중인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대위변제 사업 회수율이 최근 3년간 4%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을 통해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선구제 후회수’ 방식의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HF의 대위변제 사업이 사실상 정책 모델로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이미 운영 중인 HF 사업에서 낮은 회수율이 확인된 만큼, 막대한 재원 투입 및 사업의 지속성 여부에 의구심이 일고 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25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3년부터 올해 10월까지 HF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해 집행한 신속 대위변제 규모는 누적 2156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 가운데 실제로 회수된 금액은 90억원에 불과해 회수율은 4.2% 수준에 머물러 있다. 대위변제액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회수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다.

회수율이 낮은 이유는 장기 상환으로 제도가 설계됐기 때문이다. HF 관계자는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거 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대위변제 이후 채무를 최장 20년에 걸쳐 분할 상환하도록 하고 있다”며 “일반 보증사고처럼 단기간에 회수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초기 회수율이 낮게 나오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까지 회수 불능으로 확정된 금액은 없으며, 대부분 장기 상환 일정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즉 회수율 4%는 제도가 실패했기 때문이라기보다, 애초부터 회수를 늦추도록 설계된 구조의 결과라는 것이다. 실제로 HF의 대위변제는 피해자의 상환 능력을 고려해 상환 유예나 조정도 허용하고 있어 단기간에 회수율을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피해자의 재기를 지원하겠다는 정책 목표를 감안하면 일정 수준의 회수 지연은 불가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럼에도 회수율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는 제도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전세대출보증 사고 자체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전세대출보증 사고금액은 최근 5년 새 3배 가까이 증가했고, 사고 건수의 절반 이상은 2030세대에 집중돼 있다. 향후에도 유사한 피해가 반복될 경우 대위변제 유입 규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정건전성 측면에서 당장 위기 신호는 감지되지 않는다. HF는 자산과 자본이 함께 증가하며 법정 건전성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대위변제 누적액 역시 전체 자산이나 자본 대비 비중은 크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가 아니라 중·장기다. 장기간 회수되지 않는 채권이 계속 쌓일 경우, 재정 운용 부담이 구조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금융권에서는 전세사기 피해에 대한 사후 구제 중심의 접근 전반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HF처럼 대위변제를 통해 피해자를 먼저 구제하는 방식은 단기 회수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사고가 반복될 경우 공공이 먼저 지급한 자금이 장기간 묶이면서 재정 부담으로 누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형평성 문제도 함께 짚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전세사기에 대한 선구제 후회수는 보이스피싱이나 투자사기 등 다른 금융사기로 생존의 위협을 받는 피해자들과의 형평성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며 “HF 사례에서 보듯 실제 회수 가능한 채권이 제한적인 만큼, 상당 부분이 공적 재원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사후 보상 확대보다는 예방 중심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세사기 자체를 완전히 막기는 어렵지만, 전세 계약 과정에서 보험 가입을 활성화하고 보험료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통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실거주 목적의 전세가 많은 만큼 주거취약계층 보호와 재정 부담을 동시에 고려한 제도 설계가 중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