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조선비즈 언론사 이미지

개당 755원 vs 141원… MZ 여성이 생리대 대신 기저귀 택한 이유

조선비즈 이호준 기자
원문보기

개당 755원 vs 141원… MZ 여성이 생리대 대신 기저귀 택한 이유

서울맑음 / -3.9 °
“생리대는 원 플러스 원(1+1) 할인을 해도 여전히 비쌉니다. 대체재는 바로 기저귀입니다.”

한 유튜버가 대형마트에서 촬영한 영상에서 이렇게 말했다. 영상에 등장한 ‘오버나이트 생리대’ 26개입 가격은 1만6900원. 1+1 할인을 적용해도 개당 가격은 325원이다.

반면 유튜버가 대안으로 제시한 유아용 기저귀는 개당 약 120원 수준이었다. 댓글에는 “생리대는 필수품인데 한국은 너무 비싸다”, “아기용 제품이라 오히려 성분이 더 순할 것 같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기저귀를 생리대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추천하는 내용의 영상들. /유튜브 캡쳐

기저귀를 생리대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추천하는 내용의 영상들. /유튜브 캡쳐



최근 2030 여성들 사이에서 생리대 대신 기저귀를 사용하는 소비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 생리대 가격 부담이 커진 탓이다.

26일 유튜브에서 ‘생리대 기저귀’를 검색하면 관련 영상이 수십 건이 확인된다. 생리대 대신 기저귀 착용을 권하거나, 실제 사용 후기를 공유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평소에는 일반 중·대형 생리대를 사용하되, 생리량이 많거나 취침 중에는 팬티형 생리대나 ‘입는 오버나이트’ 제품 대신 기저귀를 착용하는 방식이다.


기저귀를 생리대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후기. /네이버쇼핑 캡쳐

기저귀를 생리대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후기. /네이버쇼핑 캡쳐



반응은 뜨겁다. 지난해 11월 올라온 기저귀 착용 추천 영상은 약 1년 만에 조회 수 217만회를 기록했고, 올해 1월 올라온 또 다른 후기 영상도 조회 수 164만회를 넘겼다.

유통 시장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확인된다. 생리대 대용으로 입소문 난 기저귀 제품의 쿠팡 판매 페이지에는 생리대 용도로 사용했다는 후기가 1000여 건 이상 달려 있다. 추천 수가 많은 후기 상당수도 생리대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내용이다.

일부 오픈마켓에서는 해당 기저귀 상품 판매 페이지에서 여성 청결제를 함께 추천 상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일자형 유아용 기저귀 제품과 입는 오버나이트 제품 비교. /쿠팡 캡쳐

일자형 유아용 기저귀 제품과 입는 오버나이트 제품 비교. /쿠팡 캡쳐



생리대 대신 기저귀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생리대 대용으로 잘 알려진 기저귀 제품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192매에 2만7150원에 판매되고 있다. 개당 약 141원꼴이다. 같은 쇼핑몰에서 비슷한 크기의 ‘입는 오버나이트’ 생리대는 24개입 1만8110원으로, 개당 약 755원에 달한다. 가격 차이가 5배가량 난다.

국내 생리대 가격 문제는 그동안 여러 차례 지적돼 왔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9일 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 중 “우리나라 생리대가 엄청 비싸다”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조사해 달라”고 지시했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 24일 유한킴벌리, LG유니참, 깨끗한나라 등 생리대 제조업체 3곳의 본사에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여성환경연대의 ‘2023 일회용 생리대 가격 및 광고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생리대 1개당 평균 가격은 해외보다 39.55%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이 매달 20~30개씩 약 40년 가까이 생리대를 사용하는 점을 감안하면 누적 부담이 적지 않다. 직장인 김모(32)씨는 “팬티형 생리대는 급할 때 편의점에서 사면 4개에 만원으로, 1개에 2500원꼴”이라며 “가격 부담 때문에 밤에 잘 때만 사용했는데, 기저귀로 바꾼 뒤에는 비교적 여유롭게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형마트 생리대 코너에서 직원이 상품을 정리하고 있다. /뉴스1

한 대형마트 생리대 코너에서 직원이 상품을 정리하고 있다. /뉴스1



안전성에 대한 인식도 영향을 미쳤다. 생리대는 피부에 직접 닿는 위생용품인 만큼 성분에 대한 관심이 크다. 2017년 생리대 유해 물질 논란 이후 소비자 불신이 이어졌고, 탐폰이나 생리컵의 경우 드물게 독성 쇼크 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반면 기저귀는 기본적으로 유아용 제품인 만큼 더 안전 기준이 더 엄격할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 권모(33)씨는 “오랜 기간 아기용으로 사용돼 온 제품이라 시중 생리대보다 덜 걱정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기능성도 이유로 꼽힌다. 대·소변 흡수를 전제로 설계된 기저귀가 체감상 흡수력이나 냄새 차단 면에서 낫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A(32)씨는 “일반 생리대는 밤에 누우면 새는 경우가 많아 두 개를 겹쳐 쓰기도 했지만, 기저귀는 하나만 착용해도 밤새 흡수가 유지된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용도 차이에 따른 한계를 지적한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생리혈을 처리하는 생리대와 대소변을 처리하는 기저귀는 제품의 속성과 구조, 관리 기준이 다르다”며 “일자형 기저귀가 생리대와 같은 착용감이나 활동성을 제공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호준 기자(hjoon@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