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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김병기(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회동을 가진 뒤 의장실을 나서며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 2025.12.09. photo@newsis.com /사진= |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야당의 2박3일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뚫고 여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위헌성 시비로 상정 직전까지 법안을 뜯어고친 여당과 쟁점 법안 처리를 지연하기 위해 민생 법안을 볼모로 잡은 야당 모두에 득보다 실이 컸단 평가가 나온다. 이같은 양측의 공전은 해를 넘겨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으며 2박3일간 계속된 연말 필리버스터 정국이 일단락됐다. 여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에 이어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위헌성 시비가 제기되자 상정 순서를 바꾸며 수정을 거듭했다. 법안 통과 후 우원식 국회의장이 이례적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결을 거쳐 본회의에 부의된 법안이 불안정성 논란으로 본회의에서 수정되는 것은 몹시 나쁜 전례"라며 여당을 강도 높게 질타했을 정도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경우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지난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우군 역할을 했던 범진보진영 야당·시민단체 등도 우려를 제기하며 "이재명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거센 비판을 마주하고 있다. 진보당은 법안 통과 후 논평을 통해 "가짜뉴스 규제에만 몰두한 나머지 정작 진실을 말할 자유와 권력 감시라는 본질적인 가치를 소홀히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이번 입법으로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4시간동안 '나 홀로 토론'을 펼치며 역대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을 갈아치웠지만 '무엇을 위한 필리버스터였나'라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주요 쟁점 법안을 악법으로 규정한 국민의힘은 민생 법안일지라도 합의되지 않을 경우 필리버스터를 실시한다고 못 박은 바 있다. 이에 따라 필리버스터를 진행한 법안에 국민의힘이 찬성표를 던져 법안이 처리되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양보 없는 대치 속에 주요 민생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해당 법안 처리가 요원한 사회 곳곳의 비판이 고조되고 있음에도 여야의 대치는 한층 강화될 조짐이다. 민주당은 오는 30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3대(내란·김건희·채상병) 특검의 후속·보완 성격의 2차 종합특검법 상정을 고심하고 있다. 또한 국민의힘이 제안해 전격 수용하기로 한 통일교 특검도 같은 날 상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통일교 특검과 2차 추가 종합 특검을 가급적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처리하도록 모든 당력을 기울여 달라고 정청래 대표가 원내에 특별 지시했다"고 전했다. 특검 추천권을 두고 야당과 이견을 보이는 통일교 특검 역시 조속히 정리해 최종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이들 특검법안을 오는 29일 최고위원회에 보고한 뒤 의원총회에서 공유할 방침이다.
이같은 민주당의 행보에 국민의힘은 거세게 반발한다. 2차 종합특검의 경우 절대 수용 불가 의사를 내비친 상태며 통일교 특검법의 경우 민주당과 무관한 기관 또는 단체가 제3자 후보 추천을 실시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이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추천안'을 수용하지 않겠단 뜻을 분명히 밝힌 상태다. 여기에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통해 투쟁을 강화할 방침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에서 성탄 예배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전향적 입장을 보이지 않는다면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겠다. 가장 중요한 건 특검 추천권을 누가 갖느냐"라며 "중립적 기관에서 특검을 추천하는 안을 민주당이 수용하지 않는다면 특검을 하겠단 의지가 없는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전했다.
양측의 팽팽한 기 싸움은 새해에도 이어진다. 법왜곡죄, 대법관 증원법 등 주요 사법개혁안과 필리버스터 제한법(재적 의원 5분의 1 이상이 출석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게 하는 법안) 등의 상정 시기를 연초로 고민하고 있어서다. 이들 법안은 국민의힘이 극렬히 반대하는 법안이고 필리버스터 제한법은 조국혁신당 반대로 상정이 잠정 연기됐던 법안이다.
정청래 대표는 26일 당 대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주요 법안 처리 계획과 이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 등을 밝힐 것으로 전해진다.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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