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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기업] 생산·소비자 위해 농산물 도매시장 유통구조 개선한다

중앙일보 김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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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기업] 생산·소비자 위해 농산물 도매시장 유통구조 개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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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



성과 부진한 도매법인 지정 취소 등

농안법 개정안 내년부터 시행 예정



단기 가격 변동성 높은 경매제 개편

예약형 거래, 정가 수의 매매 추진

가락시장 야간 전경. 1985년 개장한 서울 동남권 최대 농수산물 공영도매시장이다. 최근 공영도매시장의 불합리한 유통구조가 농산물 가격 불안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부가 농안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 농림축산식품부]

가락시장 야간 전경. 1985년 개장한 서울 동남권 최대 농수산물 공영도매시장이다. 최근 공영도매시장의 불합리한 유통구조가 농산물 가격 불안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부가 농안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 농림축산식품부]


올해 농산물 가격이 요동쳤다. 집중호우·가을장마 등 이상 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이 원인으로 제기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보다 불합리한 농산물 유통구조를 지적한다. 특히 40년간 농산물 거래 방식으로 굳어진 ‘경매제’가 단기 가격 불안을 유발한다고 비판한다.

국내 농산물 유통은 공영도매시장(총 32개소: 중앙 9개, 지방 23개) 중심으로 이뤄진다. 거래방식은 ‘경매제’ 중심이다. 1985년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가락시장) 개장과 함께 도입돼 제도화됐다. 경매제에선 농업인 등 생산자가 직접 협상하는 대신 도매시장법인이 판매 대행을, 중도매인(매매참가인)이 구매대행을 각각 맡아 입찰을 통해 가격을 정한다. 농가의 가격협상 부담을 덜어주고, 신선도가 생명이 농산물의 신속한 분산 유통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내년 농안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출하 가격 보전제도’가 가락시장 중심으로 시범 운영된다. 사진은 가락시장 채소2동 전경.

내년 농안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출하 가격 보전제도’가 가락시장 중심으로 시범 운영된다. 사진은 가락시장 채소2동 전경.





기후변화 따른 폭등보다 구조적 문제 커



다만 가락시장 설립 이후 40년간의 공영도매시장 체계에서 농안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 위반에 따른 도매인 지정이 취소되거나 도매 법인 간의 상호 경쟁에 따른 도매 시장 진출 사례는 현재까지 나오지 않았다.

아울러 가락시장 도매법인의 높은 영업이익률에 대한 비판이 국정감사 등을 통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로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면서 도매거래 가격에서 일정액 수수료를 징수하는 도매법인의 수익도 이에 연동해 높아졌기 때문이다. 농산물 가격 변동성의 근본적인 원인은 생산량 변동에 있지만, 도매시장의 경매제가 단기 가격 불안을 유발하는 요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정부가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 도매시장의 경쟁 강화 및 공적 역할 제고, 가격 변동성 완화를 위해 다양한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먼저, 기존 도매시장 내 유통주체(도매법인·중도매인)들 간의 경쟁을 강화하고, 도매시장 간의 경쟁을 유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도매법인 지정취소 의무화, 신규법인 공모 및 재지정 근거 마련 등 농안법 개정을 추진하고 도매법인 평가체계를 개편할 예정이다.

도매법인 평가 결과 하위 10%를 대상으로 부진 등급을 부여하고, 지정 기간 내 2회 연속 또는 3회 이상 부진 등급 부여 시 지정취소를 의무화하는 동시에, 거래금액·재무건전성 등을 고려한 중도매인 성과 평가 체계 구축도 검토한다.

또한 연 거래량, 영업 손실 여부 등을 고려해 도매시장의 물류 기지화 등 기능 전환을 검토하고, 광역단위 도매시장 운영 평가를 위해 지자체·유통주체 등이 참여하는 ‘도매시장정책협의회’(가칭)를 구성해 장기적인 시장 구조 변화를 논의할 수 있는 체계도 마련할 방침이다.






가격 급락때 출하자에게 최소 출하비용 지원



정부는 출하자 보호, 농업 분야 기여 등 도매시장법인의 공적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지속한다. 경매 물량 집중에 따른 가격 급락 시 출하자에게 최소 출하비용을 지원하는 ‘출하 가격 보전제도’(가칭)를 가락시장 중심으로 시범 운영한다. 이와 함께 일정 수준 이상 영업이익 발생 시 농식품부 장관이 도매법인의 위탁수수료율 인하·조정을 권고하도록 농안법의 근거 규정을 마련할 예정이다.

도매시장에서의 가격 안정을 위한 예약거래 확대, 전자송품장 활성화에도 힘쓴다. 농안법 개정을 통해 정가 수의매매 전담인력 운용을 의무화하는 한편, 융자로 지원하는 결제 자금의 금리 인하, 산지의 물류기기 국비 지원율 상향 등 예약형 정가 수의 거래를 선택하는 유통주체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와 동시에 도매시장 출하정보를 전자적으로 기재하는 전자송품장 작성 확대를 유도한다. 이를 위해 전자송품장 출하물량에 대한 경매 우선순위 부여, 위탁수수료 감면과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도매시장법인 평가에도 적극적으로 반영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전자송품장을 통해 기재된 실시간 출하물량 정보 흐름을 분석해 생산자가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출하할 수 있도록 도매시장 출하 예측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농산물 도매시장의 불합리한 유통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이 같은 핵심 내용을 담은 농안법 개정안이 지난 1일 국회 농해수위에서 의결된 데 이어 18일 법사위를 통과했다. 본회의 통과는 내년 1월로 예상한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공영도매시장의 경쟁 부재, 경매 중심 유통구조가 농산물 가격 요동의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며 “성과가 부진한 도매법인의 지정을 취소하고, 예약형 정가 수의 매매 전문인력 운용을 의무화하는 등의 농안법 개정안이 내년 시행되면 농산물 가격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재학 중앙일보M&P 기자 kim.jaih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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