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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기업] 가리왕산, 자연 복원하며 올림픽 유산 활용하는 균형발전 실험

중앙일보 류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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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기업] 가리왕산, 자연 복원하며 올림픽 유산 활용하는 균형발전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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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군청

가리왕산 케이블카 설경. 정선군은 이분법적 틀을 벗고 자연 복원, 올림픽 유산, 산림형 국가정원을 모두 이루는 방안을 도출했다. [사진 정선군청]

가리왕산 케이블카 설경. 정선군은 이분법적 틀을 벗고 자연 복원, 올림픽 유산, 산림형 국가정원을 모두 이루는 방안을 도출했다. [사진 정선군청]


강원 정선군 가리왕산은 이제 단순히 ‘올림픽 경기장이 있던 산’에 머물지 않는다. 케이블카 존치 논란을 지나, 산림형 국가정원이라는 국가 정책 실험의 무대로 이동하고 있다. 자연 보전과 지역 발전이라는 오래된 충돌의 지점에서, 가리왕산은 하나의 해법을 제시하는 중이다.

가리왕산 케이블카는 정선군이 보존한 대표적인 올림픽 유산이다. 하부역에서 출발한 캐빈은 숲과 능선을 따라 상승하며 정상부까지 이어진다. 이동 약자도 무리 없이 정상부에 오를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다. ‘산은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는 정선군의 판단이 반영된 결과다.

정상 상부역에는 데크로드와 전망대가 조성돼 있다. 최근 설치된 디지털 망원경을 통해 흐린 날에도 능선을 관찰할 수 있고, QR코드를 활용해 풍경을 기록할 수 있다. 올림픽 전시관과 지역 예술인의 전시 공간, 가상현실(VR) 콘텐츠도 함께 운영된다.

가리왕산을 둘러싼 논의는 오랫동안 첨예했다. 자연 복원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올림픽 유산 활용을 주장하는 입장이 충돌했다. 정선군은 이 과정에서 ‘지역의 선택’을 일관되게 강조해 왔다. 케이블카 존치를 바라는 주민 의견은 여러 차례 확인됐고, 정부·지자체·전문가·환경단체·지역사회가 참여하는 협의 구조가 만들어졌다. 그 결과, 올해 초 자연 복원과 올림픽 유산 활용, 산림형 국가정원 조성을 함께 추진한다는 합의가 도출됐다. 갈등을 회피하지 않고 조정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방향을 설정한 사례다. 가리왕산은 개발과 보전 두 가치를 동시에 관리하는 정책 실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가리왕산이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에 없던 ‘산을 기반으로 한 국가정원 모델’이기 때문이다. 올림픽 경기장이 있었던 부지, 자연 복원 지역, 케이블카가 하나의 권역 안에서 연결돼 있다. 산림의 연속성이 유지된 상태에서 보전과 활용의 균형을 설계할 수 있는 구조다.

최근 출범한 ‘가리왕산 국가정원 이행추진단’에는 정부와 전문기관, 환경단체가 함께 참여하고 있다.


가리왕산 국가정원의 핵심은 ‘개발 최소화’다. 산림의 생태적 가치를 유지한 채 사람의 접근 방식을 조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선군은 이 공간을 치유·휴식·생태교육의 장으로 설계하고 있다. 올림픽 유산을 재해석하고, 자연을 공공 자산으로 관리하는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사람이 몰려 자연이 훼손되는 구조가 아니라, 자연을 기준으로 이용 방식을 설계하는 방향이다.

류장훈 중앙일보M&P 기자 ryu.ja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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