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1주년] "국토부 대응 세심하지 못해…개인에게 잘못 돌려"
“사과 받고 싶어서”…계속해서 싸워온 유가족들
"앞으로 사고 없도록 하는 게 진짜 진상규명"
“사과 받고 싶어서”…계속해서 싸워온 유가족들
"앞으로 사고 없도록 하는 게 진짜 진상규명"
[이데일리 방보경 기자] “희생자 179명, 책임자 처벌 0명”
지난해 12월 29일 전남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로 부모님을 잃은 고재승(43) 씨는 이런 문구를 적은 피켓을 들고 용산 대통령실 앞으로 출근한다. 지난 여름 희생자 179명을 추모하기 위해 시작한 1인 시위는 어느덧 179일을 앞두고 있다.
지난 24일 이데일리와 만난 고씨는 정부의 세심하지 못한 대응으로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사고 당시 현장에 막 도착했을 때는 미처 눈치채지 못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국토교통부의 대처가 이상하다고 느껴서다. 참사 초기부터 중장비가 투입돼 참사 현상을 훼손했을 뿐만 아니라 고인이 남긴 한 줌의 흔적이라도 찾고 싶었던 유족들의 희망을 꺾었다는 것이다. 고씨는 “나중에 보니 각종 잔해물이 마대자루에 담아 방치되고 있었다”며 “거기에 혹시 시신의 일부가 들어 있지 않냐고 말하는 유족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대처도 마찬가지였다. 정부는 항공기 기체와 꼬리, 날개를 초록색 방수천으로 덮어놓은 게 전부였다. 이후 천이 찢어지고 바람에 날리는 걸 유가족들은 그대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정부에 항의했더니 조금 더 튼튼한 방수천을 덮어놓는 게 고작이었다. 고씨는 “매뉴얼은 분명히 창고 같은 시설물을 만들어 눈과 비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고 했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12월 29일 전남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로 부모님을 잃은 고재승(43) 씨는 이런 문구를 적은 피켓을 들고 용산 대통령실 앞으로 출근한다. 지난 여름 희생자 179명을 추모하기 위해 시작한 1인 시위는 어느덧 179일을 앞두고 있다.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인 고재승 씨가 지난 24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책임자 처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
지난 24일 이데일리와 만난 고씨는 정부의 세심하지 못한 대응으로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사고 당시 현장에 막 도착했을 때는 미처 눈치채지 못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국토교통부의 대처가 이상하다고 느껴서다. 참사 초기부터 중장비가 투입돼 참사 현상을 훼손했을 뿐만 아니라 고인이 남긴 한 줌의 흔적이라도 찾고 싶었던 유족들의 희망을 꺾었다는 것이다. 고씨는 “나중에 보니 각종 잔해물이 마대자루에 담아 방치되고 있었다”며 “거기에 혹시 시신의 일부가 들어 있지 않냐고 말하는 유족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대처도 마찬가지였다. 정부는 항공기 기체와 꼬리, 날개를 초록색 방수천으로 덮어놓은 게 전부였다. 이후 천이 찢어지고 바람에 날리는 걸 유가족들은 그대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정부에 항의했더니 조금 더 튼튼한 방수천을 덮어놓는 게 고작이었다. 고씨는 “매뉴얼은 분명히 창고 같은 시설물을 만들어 눈과 비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고 했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족들이 가장 분노하는 대목은 정부가 참사의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지난 7월 조종사에게 사고의 과실이 있다는 결과를 공개하려다 유족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조류 관리 실패, 관제 대응 미흡, 콘크리트 둔덕 등 다른 원인에 대해서는 국가 기관의 책임이 있는데 이는 외면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준화 씨도 고씨처럼 국토부의 대처가 이상하다고 느껴 대응에 나선 유가족 중 한 명이다. 지난 1월 사조위가 발한간 예비조사보고서를 읽어본 후 짚이는 부분이 몇 군데 있었다. 화재발생이라고 적혀야 할 내용이 ‘일부 전소’로 바뀌어 있었다. 사고의 원인으로 꼽혔던 ‘활주로 끝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은 ‘담벼락’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씨는 “사조위가 국토부 소속이다 보니 (국토부에) 피해가 가는 말을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때부터 ‘이건 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관련 규정을 찾아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경찰 현장 감식에도 따라갔다. 현장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영영 진실을 모를 수 있다는 조급함에서였다. 그는 로컬라이저의 너비(44m)와 폭(3.4m)을 직접 측량했다.
이씨의 노력은 6개월간 이뤄졌다. 입을 다물고 있던 공무원을 설득해 간신히 실시설계 보고서를 얻어냈고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비행장시설 설계 매뉴얼도 찾았다. 이를 통해 규정에 맞지 않았던 정황을 확인했다. 참사 당시 박성우 국토교통부 장관의 “무안공항은 설계할 당시 건설규정에 의하면 규정에 맞았다”는 해명이 사실과 달랐다는 것이다. 결국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2일 무안공항 로컬라이저가 공항안전운영기준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는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첫 조사결과다.
유가족들이 이렇게까지 노력하는 이유는 국가의 사과를 받고 싶어서다. 누구도 시스템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사죄를 제일 먼저 해야 한다고 이들은 말한다. 이씨는 “국토부가 모든 것을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사죄하는 게 시작”이라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시스템을 정비하고 앞으로 사고가 나지 않도록 책임을 지는 게 진짜 진상규명”이라고 강조했다.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인 이준화 씨가 23일 자신이 직접 모은 로컬라이저 관련 국토부 내부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방보경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