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내수진작' 총력…현장 체감은 '아쉽'
'신속폐업·재기지원' 방점…'선택과 집중' 육성·지원 병행
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 한 채소 매장 TV에 지역 상권 활성화와 소비쿠폰을 주제로 한 '디지털 토크 라이브' 생중계가 틀어져 있다. 2025.10.1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
(서울=뉴스1) 장시온 기자 = 지난해 폐업자가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대부분이 '사업 부진' 때문이었다. 새 정부는 각종 소비 진작책을 '긴급 처방'했다. 각종 지표가 반등하면서 내수는 일단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정책 초점도 옮겨갔다. 역대 첫 '소상공인 전담차관'이 신설됐고, '성과 중심'으로 예산 집행이 이뤄졌다. 경쟁력있는 소상공인은 중소기업으로, 취약 소상공인은 신속한 폐업과 재취업으로 연계했다.
전문가들은 "오랜 기간 누적된 자영업 악화 국면을 단기적인 부양책으로 해소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본다. 고질적인 자영업 과잉 문제가 여전한 가운데 '회전문식 창업'을 막을 묘안을 정부는 고민하고 있다.
'소비쿠폰' '상생페이백' 긴급처방
최장 열흘에 달하는 추석 황금연휴를 앞둔 2일 오후 광주 북구 우산동 말바우시장 일대가 차례상을 차리기 위한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2025.10.2/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
26일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2024년 폐업자는 100만 8282명으로 1999년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절반이 '사업 부진' 때문이었다. 50만 6198명으로 50.2%를 차지했다. 폐업 사유로 사업부진이 50%를 넘긴 건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후 처음이다. 상위 3개 업종이 소매업과 음식업 등 자영업자들이었다.
새 정부는 팔을 걷어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 "지난해 폐업한 사업자가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하는데 참 심각한 상황"이라며 "민생의 모세혈관이라고 할 수 있는 소상공인의 경영 안정이 급선무"라고 했다.
이후 소비 진작책이 전방위적으로 추진됐다. '긴급처방'이었다. 10조 원을 투입해 전 국민에게 20만 원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했다. 2차 소비쿠폰은 4조 원 지급됐다.
추경 카드도 동원됐다. 소비를 늘리면 20%를 돌려주는 상생페이백을 통해 1조 원을 환급했고, 3차례에 걸친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로 1100만여 명에게 766억 원을 돌려줬다.
결과적으로 내수경기는 반등했다. 1분기 역성장했던 민간 소비는 3분기 1.3% 증가하며 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고, 1월 47.6이었던 소상공인 체감경기는 지난 11월 75까지 올라왔다.
중기부는 총 14조 원 정도의 소비 촉진 효과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소비 촉진 정책이 현장 소상공인들의 매출 회복과 경영 부담 완화에 실질적인 마중물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소상공인 2명 중 1명 "소비진작책, 더 필요 없다"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가 100만 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서울 도심의 한 상가 건물이 텅 비어 있다. 2025.9.1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
생업 최전선에 있는 사장님들은 체감하지 못했다. 내수진작책이 추가로 필요하냐고 물었더니 '필요 없다'는 답이 더 많았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도소매업과 소상공인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소상공인 경영실태 및 정책과제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6명은 정부의 내수진작책이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도움이 됐다'고 답한 이들의 10명 중 3명은 "효과는 있었지만 일시적이었다"고 답했다. 2명 중 1명은 내수진작책이 "더 이상 필요 없다"고 답했고, "필요하다"는 32.1%에 머물렀다.
매출도 제자리걸음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달 한국경제인협회가 소상공인 1000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소상공인 10명 중 8명은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비슷하거나 감소할 것"이라고 봤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지표가 좋아지긴 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오랜 기간 누적된 경영 악화, 금융 부담 등의 문제를 단기적인 소비 진작책으로 바로 해소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새 정부 방점은 '전담차관 신설' '성과 중심'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대전 중앙시장을 방문해 어묵을 구입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7.24/뉴스1 |
올 한 해 소상공인 정책의 변곡점은 '소상공인 전담차관' 신설이 꼽힌다. 그간 소상공인 업계에서는 '담당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에 주로 창업벤처 분야 관련 인사가 주로 임명되고 상대적으로 소상공인 전문가는 배제된다'는 우려가 꾸준히 나왔다.
이에 정부는 9월 정부조직 개편을 통해 중기부에 소상공인 전담차관 조직을 신설했다. 차관직에는 중기부 관료 출신 이병권 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전문위원이 발탁됐다. 이 차관은 11월 부임 후 10번 넘는 현장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전담차관 신설로 힘이 실린 소상공인 정책은 내년 새로운 국면을 맞을 걸로 전망된다. 역대 정부가 현금성 지원과 대출 공급 등으로 틀어막았던 구조적 약점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단 의지가 엿보인 한 해였다.
지난 17일 발표된 중기부 2026년 업무보고를 살펴보면 초점은 '성과 중심'에 맞춰졌다. 역량 있는 사장님은 기업으로 키우고, 취약 소상공인은 신속한 폐업·재취업으로 유도한다는 것이다. 소상공인 전체 예산은 5조 5000억 원으로 편성됐다.
공과금과 배달비 같은 고정비 보조 예산은 올해보다 60%가량 삭감하는 대신 빚이 있는 소상공인 300만 명을 집중 모니터링해서 위기 징후가 나오면 폐업·재취업 트랙으로 연계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업무보고 브리핑에서 "현재 소상공인이 (폐업을) 결심하고 실행할 때까지 1년 4개월이 걸린다. '나는 안 망할 거야'라는 생각에 대해 냉정한 데이터도 보여드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중이 많은 건 모두가 알고 있지만 물리적으로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앞서 이 대통령도 대선 후보였던 4월 소상공인연합회와 간담회에서 "소상공인 숫자가 많은 대한민국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의논해야 한다"며 '자영업 과잉'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인구 감소, 내수 침체, 온라인 전환 등 소상공인은 기본적으로 계속 어려울 수밖에 없다. 자영업자 비중은 장기적으로 10%대 중반까지 떨어질 것"이라며 "단순 현금성 지원은 회전문식 창업·폐업만 부추기므로 경쟁력있는 소상공인이 레벨업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zionwk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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