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9일 경북 예천군 소재 경도요양병원을 방문해 환자를 살피고 있다. 사진 왼쪽은 경도요양병원을 운영하는 인덕의료재단 이윤환 이사장. 사진 보건복지부 |
정부가 24시간 근무를 전제로 운영돼 온 간병인 근무 체제에 ‘파트타임(시간제)’ 근무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만성적인 간병 인력 수급난을 완화하겠다는 취지이나, 현장에서는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다”라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복지부는 시간제 간병인 제도 도입 방안을 내부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이는 지난 16일 열린 제54회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간병인 인력난을 지적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당시 국무회의에서 이스란 복지부 제1차관은 돌봄·복지·의료 분야 활성화 전략을 보고했다. 이를 들은 이 대통령은 "간병인이 지금 너무 비싸다"라며 "노동 강도가 너무 세니까 (간병인을) 구하기 어렵다는 악순환이 있다. 한번 하면 풀(Full)로 24시간 해야 하고 일주일 내내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느냐"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내년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시행을 앞두고 인력 확보가 쉽지 않은 현실을 짚은 것이다. 보건복지자원연구원이 최근 간병인 2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2.6%가 24시간 종일제로 일한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수요·공급이 만나는) 플랫폼이 커지고 하겠다는 사람이 많아지면 아르바이트 삼아 2시간만 하겠다는 사람이 나올 수 있지 않겠나"라며 "(근무 시간을) 쪼개면 싸게 (인력을) 공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풀 근무를 대전제로 하고 있는데 생각을 통째로 바꿔야 할 것 같다"라며 "간병인을 못 구한다고 외국인 수입할 생각을 하지 않나. (그러지 말고) 조합·플랫폼 형태로 수요와 공급을 많이 모으라"라고 주문했다.
간병비 부담 완화는 이재명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다. 정부는 요양병원 간병비를 급여화하는 정책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해 현재 100%인 본인 부담률을 2030년까지 30% 내외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다만 간병을 전담할 인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지가 정책 성패의 관건으로 꼽힌다.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복지부는 시간제 간병인 플랫폼 도입과 협동조합형 인력 공급 모델 등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복지부 핵심 관계자는 "교대근무나 3교대 체제와 같은 근무 형태를 도입하거나 인력 관리를 맡는 협동조합형 인력 제공 업체를 허용하는 방안 등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현장 반응은 대체로 회의적이다. 한 간병업체 대표는 "24시간 근무 관행은 돌봄 수요와 인력난 등이 맞물린 결과로, 이 일을 하려는 간병인들은 급여가 높고 숙식이 제공되는 24시간 근무 체제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획기적인 처우 개선이 먼저"라고 말했다. 한 요양병원 원장(내과 전문의)은 "일이 워낙 힘들어 요양보호사 활동률이 20%대에 그치는 상황에서 근무 형태만 바꾼다고 내국인 인력이 유입될 거 같지 않다"고 내다봤다.
환자 입장에서도 간병 인력의 잦은 교체가 적절한 대안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한 간병업체 관계자는 "간병인은 병실에 상주하며 환자에게 정서적 안정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라며 "간병인이 수시로 바뀐다면 환자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경증 환자에 대한 간병은 시간제 적용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중증 환자는 상태 점검과 지속적인 관리가 핵심"이라며 "시간제 간병은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