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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고강도 대책으로 막은 고환율, 펀더멘털 확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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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고강도 대책으로 막은 고환율, 펀더멘털 확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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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강력 대책으로 1500원을 위협했던 미국 달러 환율이 일단 꺾였다. 기획재정부의 ‘국내 투자.외환 안정 세제지원 방안’과 당국자들의 잇따른 강력 구두개입으로 1480원을 오르내린 달러 환율은 24일 하루 만에 1450원 아래로 뚝 떨어졌다.

12.24 대책은 고환율 대응책으로 세금감면책을 직접 동원한 것이 핵심이다. 5000만원으로 한도는 정했지만 미국장에 투자한 개인들, ‘서학 개미’들이 돌아와 국내 증시에 1년간만 머무르면 22%의 양도소득세를 전액 면제해 준다는 것과 개인투자자가 환헤지 상품을 매입하면 5%의 소득공제를 해주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국세청을 내세워 외화 유출 기업을 잡겠다고 엄포를 놓은 지 하루 만에 나온 조치다. 구두개입도 과도할 정도로 강했다. 하준경 대통령실 경제성장수석이 나서 ‘환투기 세력’이 있다며 환율이 오를 이유가 없다고 장담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위급 당국자가 직접 환투기 세력 운운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한 대응이다. 이번 대책으로도 고환율이 재연된다면 한국의 통화 외환 당국은 특정되지도 못한 환투기 세력에 지고 굴복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고환율에 대한 정부의 고민과 조바심은 이해된다. 가뜩이나 저성장 장기침체의 우리 경제에서 고물가 대응과 적정 외환보유액 유지는 다급한 과제다. 그만큼 치밀, 정교하고 냉철한 대응을 해야 한다. 기재부와 한은의 실무책임자까지 고강도의 공식 구두개입을 하고 “정부 능력을 보게 될 것”이라는 투박한 경고를 시장에 던지는 게 적절한지 의구심이 생긴다. 30원이 넘는 24일의 급락은 역설적으로 과도한 강경책을 일거에 마구 쏟아낸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키웠다. 시장에서는 당국이 정책발표 시점에서 상당한 규모의 달러 실탄까지 방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의 고환율은 단기 수급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불안 요인이 두루 반영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일시적 미봉책이나 갑자기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휘두르는 식으로는 어렵다는 얘기다. 세제 동원, 다발적 구두개입, 보유 달러 방출 카드를 한두 번 거칠게 휘두른다고 풀기는 어렵다. 확장재정에 기인하는 통화증발을 막고 경제 체질 개선에 나서는 등 펀더멘털을 살피는 게 더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