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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급식만 잘 줘도… 영양결핍 인구, 1억2000만 명 줄어”

동아일보 조가현 동아사이언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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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급식만 잘 줘도… 영양결핍 인구, 1억2000만 명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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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식단, 최대 292조 의료 효과”
전 세계 사람들의 보건과 지구환경 관점에서 학교 급식의 질을 높여야 하는 과학적 당위성이 제시됐다. 2030년까지 모든 아동에게 건강한 학교 급식을 제공하면 영양결핍 인구를 약 1억2000만 명 줄이는 동시에 연간 80만∼120만 명의 식습관 관련 질환 사망 억제, 온실가스 배출 감소 등 다양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마르코 슈프링만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글로벌보건연구소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전 세계 모든 학령기 아동에게 학교 급식을 제공할 경우의 건강·환경·비용 영향을 모델링 분석하고 연구결과를 22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랜싯 지구 건강’에 공개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현재 학교 급식을 받는 아동은 전 세계적으로 5명 중 1명에 불과하다. 저소득 국가에서는 10명 중 1명으로 더 낮다. 연구팀은 2030년까지 전 세계 모든 아동에게 급식을 제공하면 수혜 아동이 현재 3억400만 명에서 16억 명으로 430%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학교 급식을 확대하면 식량 불안정 지역의 영양결핍 유병률이 24%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세네갈 68%, 말레이시아 66%, 니제르 63% 등 일부 국가에서는 효과가 평균보다 더 커진다.

특히 급식으로 인해 어린 시절 형성된 건강한 식습관이 성인기까지 부분적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당뇨병·심장질환·암 등 식이 관련 질환으로 인한 사망을 연간 80만∼120만 명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급식 메뉴 구성이 지구환경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결과도 내놨다. 채소 비중을 높이고 육류·유제품을 줄이면 온실가스 배출, 토지·물 사용 등 여러 환경 지표를 종합해 평가한 ‘환경 부담 총량(환경 영향)’이 기존 식단 대비 약 50% 감소한다는 분석이다. 반면 현행 국가별 또는 세계보건기구(WHO) 식이 지침만 따를 경우 환경 영향 감소 효과가 거의 없어 기존 지침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급식 프로그램 확대에는 상당한 비용이 든다. 고소득 국가에서는 국내총생산(GDP)의 0.1%의 추가 비용이 들지만 저소득 국가에서는 GDP의 1.0% 수준의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 저소득 국가에서는 낮은 학교 등록률과 아동 노동 문제도 급식 확대의 장벽이다.

다만 건강한 급식으로 질병 치료비를 1200억∼2000억 달러(약 175조∼292조 원) 절감하고 기후 피해 비용도 180억∼700억 달러(약 26조∼102조 원) 줄일 수 있어 추가 비용을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

슈프링만 교수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학교 급식이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건강 및 환경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며 “학교 급식에 대한 투자는 효과적이고 경제적으로 타당하다”고 말했다.


실비아 파스토리노 영국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박사는 같은 학술지 논평에서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급식이 식품 교육과 연결되면 아동 건강 증진, 지속 가능한 습관 형성, 생물다양성 보호, 탄소 배출 감소, 회복력 있는 지역사회 구축에 기여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100개 이상의 국가가 학교급식연합에 가입해 2030년까지 모든 학교 아동에게 건강한 급식을 제공하겠다는 서약을 채택한 바 있다. 학교급식연합의 독립 연구기관인 ‘학교 보건 및 영양 연구 컨소시엄’은 현재 케냐·르완다와 협력해 ‘지구 친화적 학교 급식 툴킷’을 개발 중이며 첫 결과는 2026년 봄 발표 예정이다.

조가현 동아사이언스 기자 ga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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