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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러 퇴역 핵잠 ‘아큘라’ 이전 가능성… 과시 위한 '모형' 추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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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러 퇴역 핵잠 ‘아큘라’ 이전 가능성… 과시 위한 '모형' 추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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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공개 ‘핵잠 건조 현장’ 전문가 분석]
한국 계획 '핵잠'과 달리 핵무기 탑재용
러에서 소형 원자로 기술 등 반입 가능성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25일 8700톤(t)급 전략 핵잠수함을 건조 중이라며 함체 전체의 사진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25일 8700톤(t)급 전략 핵잠수함을 건조 중이라며 함체 전체의 사진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25일 공개한 핵추진잠수함의 외형만 보면 이미 완성에 가까운 모습으로 파악된다. 완전한 형체가 갖춰졌고 도색까지 이뤄져 잠수함 내에 핵추진 동력을 얻을 수 있는 소형 원자로가 이미 들어가 있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북한 주장이 맞다면 우리보다 훨씬 먼저 핵잠 전력화가 가능할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더미(dummy·모형)’일 가능성도 있다며 북한 전략에 휘둘려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날 북한이 8,700톤급이라며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핵잠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할 수 있는 전략핵잠수함(SSBN) 형태로 추정된다. 임철균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전체적인 배의 형상은 러시아 퇴역 SSBN인 ‘프로젝트 941 아큘라(Acula)’와 흡사한 것으로 보인다”“선두 전면부에 533㎜ 어뢰발사관 6개가 식별되고, 세일(함교)에는 5개의 SLBM 사출구 덮개와 10개의 SLBM 수직발사관 등을 갖춘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아큘라는 1970년대 초 러시아가 미 해군 주력 SSBN인 로스앤젤레스(SSN-688)에 대항하기 위해 내놓은 잠수함으로, 러시아에서는 전량 퇴역해 북한에 기술을 이전해 줬을 가능성 또한 적지 않다. 북한이 일찌감치 이를 흉내내 SSBN을 개발했을 가능성이 큰 셈이다.

"北, 고농축 우라늄 사용 가능성"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25일 8700톤(t)급 전략 핵잠수함을 건조 중이라며 함체 전체의 사진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25일 8700톤(t)급 전략 핵잠수함을 건조 중이라며 함체 전체의 사진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러시아의 아큘라급 잠수함 설계 기술이 반영됐다면, 이 잠수함엔 두 개의 원자로와 증기 터빈, 기어박스가 이미 담겼을 가능성이 높다. 임 위원은 “해당 잠수함의 선체가 조립됐다는 건 이미 원자로와 터빈 등 내부 장비 장착이 완료됐다는 것을 뜻한다”며 이 경우 늦어도 2028년 내 진수식을 하는 장면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①압력선체 원통블록 제작 ②원자로 터빈 등 중량물 탑재 ③압력선체 종방향·환형 용접 ④외피 결합 및 외관 완성 ⑤계통 연결 시험 ⑥연료 장전 및 임계 도달까지 핵잠 건조 6단계를 언급하며 “이번 북한 보도사진은 ④단계를 공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8,700톤급은 통상 1만1,000~1만8,000톤급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SSBN 등보다는 작은 규모”라면서 “핵탄두를 탑재한 잠수함발사 순항미사일(SLCM)을 탑재하는 ‘순항미사일 핵공격 잠수함(SSGN)’으로의 개량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는 5,000톤급 이상 핵추진잠수함(SSN) 건조를 추진하고 있다.

사용연료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우리가 핵잠을 만들더라도 20% 미만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인 반면 북한은 90% 이상 고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군사전문기자 출신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이 공개한 사진은)기묘한 형태 탓에 ‘프랑켄슈타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김군옥영웅함’과 비슷한 모습으로, 대형 SLBM을 탑재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면서도 “90% 이상 고농축우라늄은 배가 퇴역할 때가 돼도 교체할 필요가 없어 우리의 잠수함 확보 추진 명분과 필요성은 더 커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우리 핵잠이 20% 미만 저농축 핵연료를 사용하게 되면 우리는 약 10년마다 원자로를 교체해야 한다.

北 핵잠 모습 기형적 … 제반 기술 확보 미지수



그래픽=박종범 기자

그래픽=박종범 기자


다만 이날 북한이 공개한 핵잠 모습이 기형적이라는 점과 더불어, 그간 제반 기술력 등이 공개되지 않은 점 등을 비춰봤을 때 완성도가 드러난 것보다 현저히 낮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의 과시적 보도에 우리 핵잠 건조 계획이 조급하게 흘러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일 잠수함연구소장은 "중국의 '진급(최신 SSBN)'과 유사하게 수직발사관(10문) 등을 설계한 것으로 보인다"며 "함수소나와 현측배열소나는 있으나 예인소나와 흡음타일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도 “SSBN치고는 지나치게 크기가 작은 데다, 형상 자체도 기이하고 조잡해 보인다”며 “핵잠 건조에 필요한 북한의 철강 가공 능력이 입증되지 않아 (완성도에) 의문이 남는다”고 말했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선임연구위원은 “핵잠은 선체와 원자로, 수중운용 안정성, 승조원 숙련 및 정비체계까지 ‘통합 시스템’을 갖춰야 완성이라고 볼 수 있다”며 “현재 북한 주장 비중이 크고, 공개된 근거만으론 확증이 어렵다”고 봤다. 과시성 건조 과정 공개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