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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데 점심에 김치찌개나 먹을까"… 성인병 위험 올라갑니다 [Weekend 헬스]

파이낸셜뉴스 강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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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데 점심에 김치찌개나 먹을까"… 성인병 위험 올라갑니다 [Weekend 헬스]

서울맑음 / -3.9 °
겨울에 더 당기는 찌개·국밥 등 국물요리
나트륨 함량 높아 위건강과 혈압에 영향
운동량 적은 계절에는 요로결석 유발도
"따뜻한 물 많이 마시고 저염식단 지켜야"



겨울이 되면 자연스레 찾게 되는 음식이 있다. 뜨끈한 국밥, 얼큰한 찌개, 매콤한 탕류다.

차가운 바람에 움츠러든 몸과 마음을 녹여주는 국물요리는 한국인의 '소울푸드'라 불릴 만큼 친숙하다. 직장인 A씨 역시 겨울이 오면 점심 메뉴로 국밥이나 찌개를 고르는 일이 잦아진다.

하지만 이러한 선택이 반복되면 위 건강은 물론 혈압, 심지어 요로결석까지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국물요리는 추위 속에서 일시적인 만족감을 주지만, 맵고 짠 자극적인 성분이 누적되면 겨울철 대표적인 건강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맵고 짠 음식, 위 점막을 공격한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물요리는 메뉴 특성상 염분(나트륨) 함량이 높다. 특히 짬뽕, 김치찌개, 국밥류는 1인분 기준으로 하루 권장 나트륨 섭취량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고춧가루, 젓갈, 장류가 더해지면 위 점막에 가해지는 자극은 배가된다.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장재영 교수는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위암 발생률이 높은 국가 중 하나인데, 그 배경에는 짜고 자극적인 식습관이 깊이 자리 잡고 있다"며 "염분이 많은 음식에는 아질산염 등 발암물질이 다량 포함돼 있어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위 점막 염증을 유발하고, 장기적으로는 샘암종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샘암종은 위 점막에서 시작해 대부분의 위암으로 진행되는 병변이다. 반복적인 염증은 위 점막 세포를 손상시키고, 위축성 위염과 장상피화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위암 발생 이전 단계에 해당하는 전암병변으로,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제는 위암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장 교수는 "속쓰림, 소화불량 같은 증상이 지속되는데도 약으로만 버티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내시경 검사를 받은 적이 없다면 자가진단이나 임의 복용보다는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의 조기 위암 완치율은 95% 이상으로 매우 높은 만큼, 정기적인 위내시경 검사와 식습관 개선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겨울철 혈압관리의 핵심은 '나트륨 절제'

국물요리의 또 다른 문제는 혈압이다. 고혈압 환자에게 나트륨은 혈압을 직접적으로 상승시키는 주요 요인이다. 특히 겨울철에는 혈압 관리가 더 까다롭다. 추위 자체가 혈관을 수축시키고 교감신경계를 자극해 혈압을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경희대병원 심장혈관센터 우종신 교수는 "갑작스러운 추위는 혈압 상승을 유발할 뿐 아니라,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심뇌혈관 질환으로 이어질 위험을 높인다"며 "겨울철에는 실내외 온도 차, 활동량 감소, 염분 섭취 증가가 동시에 작용해 혈압 관리에 실패하기 쉬운 환경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국밥과 찌개류는 '국물을 남기면 괜찮다'는 인식과 달리, 이미 음식 자체에 많은 나트륨이 배어 있다. 나트륨 섭취의 적정 기준은 식품 100g당 120mg 미만이지만 대부분의 국물요리는 이를 훨씬 초과한다. 나트륨 섭취가 늘면 갈증으로 인해 단 음식을 찾게 되고 이는 과체중과 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인다.

우 교수는 "혈압이 장기간 조절되지 않으면 심부전, 신부전, 뇌졸중 등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겨울철일수록 국물 섭취를 줄이고, 옷을 겹겹이 입어 체온을 유지하는 등 생활 전반에서 혈압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겨울에도 방심할 수 없는 요로결석

요로결석은 흔히 여름철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땀 배출이 많아지면서 수분이 부족해지고, 소변이 농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겨울 역시 요로결석 발생 위험이 결코 낮지 않다. 국물요리 섭취 증가로 나트륨 섭취는 늘어나는 반면 추위로 인해 물 섭취량과 활동량은 감소하기 때문이다.

경희대병원 비뇨의학과 이상협 교수는 "결석 예방의 핵심은 소변량을 충분히 유지하는 것"이라며 "하루 배출 소변량이 2.5L 이상이 되도록 순수한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산소 운동은 중력의 영향으로 결석의 자연 배출을 돕지만, 겨울철에는 운동량이 줄어들어 결석 위험이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요로결석은 신장에서 생성된 노폐물이 요관, 방광, 요도 등 요로 어디에서든 돌처럼 굳어지는 질환이다. 결석의 위치와 크기에 따라 증상은 다양하다. 요관에 머무를 경우 극심한 옆구리 통증이 발생하며, 통증이 심해 응급실을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방광 근처까지 내려오면 빈뇨, 배뇨통, 혈뇨가 동반될 수 있고, 감염이 겹치면 발열과 혈압 저하, 심한 경우 패혈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겨울철 건강관리의 핵심은 '과한 국물 섭취는 줄이고, 충분한 수분 섭취와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추위를 이기기 위한 선택이 오히려 위, 심혈관, 비뇨기 건강을 위협하지 않도록 식습관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따뜻한 국물 한 그릇이 주는 위안은 크지만, 그 이면에 숨은 건강 위험까지 함께 떠올려야 할 겨울이다. 전문가들은 필요할 때는 국물 대신 따뜻한 물이나 저염 식단으로 몸을 데우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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