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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감정가 139%에 낙찰도… 뜨거운 경매 법정

동아일보 임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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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감정가 139%에 낙찰도… 뜨거운 경매 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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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법 문 열기전부터 북새통

“시세보다 싸게 사려 지방서 올라와”… ‘갭투자 금지’ 피할 수 있어 인기

낙찰가율 2개월 연속 100% 넘겨… “호가 크게 올라 입찰때 신중을”

“요즘 서울 아파트는 물건도 없고 한두 개 나와도 부르는 게 값이잖아요. 경매는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다고들 해서 충남 보령시에서 아침 기차 타고 나왔습니다.”(자영업자 장모 씨·60)

23일 오전 9시 20분 서울남부지방법원 112호 경매 법정. 아직 법정 문이 열리기 전부터 법정 앞은 경매에 참여하려는 이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삼삼오오 경매물건 목록을 확인하고 있었다. 경매 결과를 발표하기 전 법정 안팎에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모이자 150석가량 되는 좌석이 가득 찼다. 자리에 앉지 못한 50여 명은 법정 뒤쪽에 서서 참여했다. 아내와 함께 법정을 찾은 장 씨는 “서울과 지방의 집값 격차가 너무 벌어져 서울로 이사를 고민 중인데, 집값이 워낙 높아 경매를 택했다”고 했다.

30대 직장인 이모 씨는 경매 참여를 위해 이날 휴가를 썼다. 이 씨는 “경매로 시세보다 싸게 낙찰받고, 생애최초 디딤돌 대출로 자금을 마련해야 서울에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공부 삼아 나왔다”고 했다. 주부 박모 씨(67)는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에서 갭투자가 어려워졌는데 낙찰되면 전세 세입자를 받으려 한다”며 “앞으로 또 어떤 정책 변화가 있을지 모르니 규제를 피할 수 있는 경매를 계속 지켜볼 것 같다”고 했다.


최근 서울 아파트 경매 시장의 낙찰률과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이 치솟고 있다. 서울 전역과 경기 남부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10·15대책으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원천 차단됐다. 하지만 경매는 토지거래허가제 적용을 받지 않아 세입자를 받을 수 있다. 경매 시장이 일종의 ‘갭투자 해방구’로 인식되며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의 11월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률은 전월(39.6%) 대비 10.7%포인트 오른 50.3%였다. 낙찰가율은 101.4%로 2개월 연속 100%를 넘겼다. 감정가보다 더 비싸게 낙찰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날 경매에서 입찰자가 가장 많았던 양천구 신정동 목동파크자이 전용 84㎡ 역시 11명이 입찰해 감정가 14억2000만 원보다 높은 17억1489만9999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121%였다. 목동파크자이 전용 84㎡는 올해 10월 15억 원대 중반부터 17억 원대까지 거래됐고, 최근 호가는 19억 원을 넘어선 상태다. 낙찰자인 60대 중반 엄모 씨는 “매매 최고가보다는 크게 낮은 가격이 아니지만 호가보다 저렴해 만족한다”고 밝혔다.


함께 경매에 나온 양천구 목동 목동신시가지 전용 96㎡는 10명이 입찰해 31억320만 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138.5%였다. 올해 10월 거래된 해당 면적의 최고가 30억5000만 원보다 비싼 가격이다.

이처럼 감정가는 물론 매매 최고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받는 사례가 나오면서 과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지금은 매물이 없어 호가가 높아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나중에 시장 상황에 따라 호가보다 실거래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호가만 비교해 보고 입찰을 하기보다는 입지나 학군 등을 면밀히 따져 신중하게 입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임유나 기자 im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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