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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되면 될 때까지 '악악!' 해병 정신으로 강해졌다

매일경제 임정우 기자(happy23@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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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되면 될 때까지 '악악!' 해병 정신으로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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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시즌 활약을 다짐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는 임성재.  임정우 기자

2026시즌 활약을 다짐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는 임성재. 임정우 기자


임성재의 손을 보면 한국을 대표하는 프로 골퍼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연습량이 많은 주니어 선수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비롯해 물집과 굳은살이 곳곳에 박혀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 골프연습장에서 만난 그는 영하의 날씨에도 구슬땀을 흘리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8번째 시즌을 준비하고 있었다.

임성재는 "2026시즌 개막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훈련 강도를 점차 높여가고 있다. 철저한 준비 없이는 내년에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렵다. 다시 한번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 나가고 세계 랭킹을 20위 이내로 끌어올리기 위해 칼을 열심히 갈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8~2019시즌부터 PGA 투어를 주 무대로 삼고 있는 임성재는 한국 남자골프를 대표하는 간판이다. 매년 30명에게만 출전 기회가 돌아가 한 번도 나가기 어려운 투어 챔피언십에 7년 연속 출전한 그는 한국인 통산 상금 1위, 아시아 선수 최초의 신인왕 등 수많은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임성재에게 만족이란 없다. 투어 챔피언십 연속 출전 기록을 이어가고 톱랭커 반열에 오르기 위해 계속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다. 그는 "PGA 투어에서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골프에 미쳐야 한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같은 안일한 생각을 하고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 올해는 기초군사훈련을 다녀오느라 예년보다 준비 기간이 짧기 때문에 더욱 집중해서 12월을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임성재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골프 남자단체전 정상에 오르며 받은 병역 혜택을 이행하기 위해 제주도의 해병대 9여단 훈련소에 입소해 3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았다. 화생방과 총검술, 각개전투, 행군, 제식 훈련, 수류탄 투척 등 여러 훈련을 착실하게 소화한 그는 수료한 지 1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머리가 짧고 군기가 바짝 들어 있었다.

그는 "기초군사훈련을 다녀온 뒤 병역 의무를 마친 모든 분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생활을 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안 되면 될 때까지'라는 해병 정신의 힘을 깨닫게 됐는데, 앞으로 프로 골퍼로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 미소를 지었다.


PGA 투어에서도 연습벌레로 알려진 임성재가 20일 넘게 골프채를 잡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임성재 역시 이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만큼 기초군사훈련에 앞서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러나 앞서 수많은 시련을 이겨내고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된 것처럼 빠르게 감을 찾아가고 있다.

임성재는 "3주 만에 골프채를 잡았지만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았다. 웨이트 트레이닝과 스트레칭 등을 하지 못해 몸이 전체적으로 뻣뻣한 것을 제외하고는 이전과 거의 비슷했다. 최근에는 꾸준히 운동까지 병행하면서 컨디션이 많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2026시즌 첫 대회로 내년 1월 23일 개막하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를 선택한 그는 올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드러냈다. "PGA 투어에서 보낸 7시즌 중에 올해 성적이 가장 아쉬웠던 것 같아요. 투어 챔피언십에도 가까스로 출전했는데, 새로운 시즌에는 다른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보겠습니다."

[용인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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