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이데일리 언론사 이미지

韓 유니콘 지형도 바꾼 네이버…비결은 딥테크 'DNA'

이데일리 이소현
원문보기

韓 유니콘 지형도 바꾼 네이버…비결은 딥테크 'DNA'

서울맑음 / -3.9 °
국내 기술 유니콘 비중 15% 불과, 글로벌 대비 절반 '뚝'
네이버 D2SF, 올해 테크 유니콘 3곳 배출
메타가 탐낸 퓨리오사AI, 법인 설립 전 발굴
네이버도 스타트업 출발, 기술변화 기민하게 수용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네이버(NAVER(035420))가 투자한 스타트업 3곳이 올해 혁신 성장의 척도인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반열에 나란히 올랐다. 국내 유니콘 배출이 정체된 척박한 환경 속에서 유망 스타트업을 조기에 발굴해 장기 파트너십을 이어온 결과 ‘테크 유니콘’을 배출해 더욱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네이버 D2SF, 퓨리오사AI, 노타AI, 클로봇 CI 이미지(사진=네이버)

네이버 D2SF, 퓨리오사AI, 노타AI, 클로봇 CI 이미지(사진=네이버)


불모지서 피어난 ‘테크 유니콘’ 3인방

25일 대한상공회의소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유니콘 기업 1200여개 중 AI·IT 솔루션 등 기술 기반 기업 비중은 36% 이상이지만, 한국은 15%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국내 유니콘의 절반 가까이(46.1%)가 유통·서비스 등 소비재 분야에 쏠린 ‘딥테크 불모지’ 구조다.

이러한 악조건을 뚫고 퓨리오사AI(AI 반도체 설계), 노타(486990)(AI 경량화·최적화), 클로봇(466100)(로봇 소프트웨어) 등 테크 스타트업 3개사가 올해 유니콘으로 등극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네이버의 스타트업 양성 조직인 D2SF가 창업 초기에 발굴했다는 점이다. 3사 모두 리스크를 분담하는 모험자본이 부족한 상황에서 투자를 받았고, 장기간의 기술 개발과 사업 검증을 거쳐 테크 유니콘으로 도약했다.

퓨리오사AI는 D2SF의 선구안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D2SF는 퓨리오사AI 법인 설립 이전, 예비창업 단계에서 투자를 결정했다. 당시 국내 스타트업이 자체 AI 반도체 칩을 설계·생산한다는 것 자체가 무모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D2SF는 기술력 하나만 보고 입주 공간부터 클라우드 인프라, 후속 투자까지 지원했다. 그 결과 퓨리오사AI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 메타로부터 약 8억 달러 규모의 인수 제안을 받을 정도로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올해 7월 시리즈C 브릿지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하며 유니콘에 올랐고, 현재는 LG AI연구원 등 국내외 기업들과 AI 반도체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내달부터는 2세대 칩 ‘레니게이드’ 양산에 돌입한다.

주요국 및 한국 유니콘 업종 분포 현황(자료=대한상공회의소)

주요국 및 한국 유니콘 업종 분포 현황(자료=대한상공회의소)


사업 전환부터 상장까지…‘신뢰 자산’이 된 네이버

노타도 D2SF의 투자 철학을 잘 보여준다. 2015년 창업 1개월 차에 D2SF의 손을 잡은 노타의 초기 사업은 스마트폰 오타 줄이는 키보드 앱이었지만, 이후 AI 경량화·최적화 기술 기업으로 전환해 네이버와 추천 알고리즘 경량화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함께하며 기술 경쟁력을 키웠다.


창업 10년 만에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고, 시가총액 1조원을 넘겨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채명수 노타 대표는 “실적이 뒤늦게 따라오는 테크 기업의 특성을 이해하고 극초기부터 믿어준 D2SF가 성장의 발판이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로봇 SW 분야 최초로 상장한 클로봇은 D2SF의 ‘신뢰 자산’을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꼽았다. 김창구 클로봇 대표는 “하드웨어보다 눈에 띄지 않는 로봇 SW 사업의 특성상 시장의 이해를 구하기 어려웠으나, ‘네이버 D2SF가 투자한 회사’라는 타이틀이 투자 업계에서 강력한 신뢰 자산이 됐다”고 강조했다.

D2SF는 클로봇의 시리즈A 단계에서 투자를 단행했으며, 다양한 실내 자율주행 로봇을 하나의 범용 소프트웨어로 구동하는 기술력으로 작년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고, 현재 시가총액 1조원을 넘겨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올해는 휴머노이드사업실을 신설해 ‘피지컬 AI’ 개발에 나섰으며, 현장 로봇 운영 데이터 기반으로 54억원 규모의 국가 과제도 주도하고 있다.


9배 높은 성장률의 비결…‘스타트업 DNA’

네이버의 스타트업 투자 철학은 기술의 성장 가능성과 실행력에 방점이 찍혀 있다. 투자 검토 단계부터 내부의 기술 리더들을 투입해 기술 잠재력과 장기 협업 가능성을 검토한다. 네이버에 따르면 D2SF 전체 투자팀의 64%가 네이버와 구체적인 사업 협력을 진행 중이며, 자체 밸류업 프로그램을 활용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성장률이 약 9배 높게 나타났다.

네이버의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육성은 현재 진행형이다. 내년엔 산업 AI 분야 최초 상장을 준비 중인 제조 특화 AI 기업 ‘마키나락스’가 차기 유니콘 후보로 대기 중이다.

프론티어 테크에 리스크를 감수하며 투자를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네이버 스스로가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기술 변화를 기민하게 수용하는 ‘스타트업 DNA’를 가졌기에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개최한 국내 첫 스타트업 생태계 시상식인 ‘스타트업 캐탈리스트 어워드 2025’에서도 네이버 DSF는 이그나이터(가능성에 불을 붙인 혁신자) 부문에 선정됐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관계자는 “기술 스타트업이 저평가되던 시절부터 꾸준히 가능성에 투자해온 실행력, 전략적 투자와 실질적인 사업 연계를 병행해온 노력까지 과감한 혁신 추진자”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