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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우면 미세먼지 나쁘다'는 옛말…이유는 '해수면 온도'

이데일리 정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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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우면 미세먼지 나쁘다'는 옛말…이유는 '해수면 온도'

서울맑음 / -3.9 °
전국 미세먼지 특보 발령 전년比 급증
따뜻한 이동성 고기압 영향에 미세먼지 정체 현상
내년 2월엔 미세먼지 절정 가능성도
“사흘 춥고 나흘 미세먼지”…‘삼한사미’ 신조어까지
[이데일리 정윤지 기자] ‘기온이 낮으면 미세먼지가 심하다’는 말이 옛말이 됐다. 과거에는 날씨가 추워지면 화석연료 사용이 많아져 미세먼지가 나쁨이 일반적이었지만 기후변화에 따라 이같은 공식이 깨지고 있다.

이는 높아진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가 겨울의 파란 하늘을 빼앗으면서다. 따뜻한 공기가 한반도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미세먼지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화석연료 사용이 많아져 미세먼지가 많아질 수 있다는 인식이 있지만,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가 한반도의 겨울 하늘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절기상 대설인 7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바라본 도심이 미세먼지로 뿌옇다. (사진=연합뉴스)

절기상 대설인 7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바라본 도심이 미세먼지로 뿌옇다. (사진=연합뉴스)


25일 이데일리가 한국환경공단의 전국 미세먼지·초미세먼지 주의보와 경보 발령 내역을 파악한 결과 이달 들어 전국 각 지자체가 발령한 미세먼지 주의보는 5회, 초미세먼지 주의보는 16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전국에서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단 2회 발령된 것을 고려하면 올해는 유난히 탁한 하늘이 많은 셈이다.

실제 시민들은 작년보다 유난히 하늘이 탁했다고 말한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29)씨는 “원래 겨울에 미세먼지가 많다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올겨울은 따뜻한 대신 공기가 깨끗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앞서 지난 2017~2019년 겨울철 기온이 내려갈수록 석탄 등 화석연료의 사용이 많아져 미세먼지를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지만 최근엔 사뭇 다른 기상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올 겨울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배경의 핵심은 ‘따뜻한 해수면 온도’다. 한반도 주변 지역의 해수면 온도가 상승한 탓에 따뜻한 이동성 고기압이 한반도에 자리잡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찬 바람이 덜 불어 기온은 높은 대신 미세먼지가 한반도 주변에 갇혀 있는 시간 역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평소대로라면 차가운 바람이 미세먼지를 밀어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지표면과 상층 대기의 온도 차가 줄어들며 공기가 위로 섞이지 않아 미세먼지가 대기 하층에 정체되기에도 쉽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찬 고기압의 영향을 받는 시기엔 상층의 찬 바람이 지표면으로 내려오는 순환이 활발하게 이뤄지는데, 비교적 따뜻한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받을 땐 이 현상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러한 기압 패턴이 더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겨울철 날씨을 대표하는 ‘삼한사온(三寒四溫·사흘은 춥고 나흘은 따뜻하다)’이라는 말 대신 ‘삼한사미(사흘은 춥고 나흘은 미세먼지가 많다)’라는 신조어가 나오기도 했다.

이달 날씨를 보더라도 강한 한파 대신 비교적 온화한 날씨가 이어졌다. 이달 1일~23일까지 전국 평균기온은 전년 같은 기간(1.7도) 대비 1.4도 높은 3.1도였다. 서울에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됐던 지난 8일은 최고 기온이 14.2도로 이달 중 가장 따뜻한 날로 기록됐다. 송창근 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과 교수는 “고기압이 한반도에 멈춰 있으면 대기가 정체돼 미세먼지가 많아진다”며 “미세먼지가 빠져나갈 환경이 되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탁한 대기는 남은 겨울 동안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립환경과학원(과학원)은 지난달 28일 ‘2025년 겨울 초미세먼지 전망’을 통해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전년 대비 높고 ‘나쁨’ 이상 일수도 전년 대비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내년 2월은 평년보다 기온이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전통적으로 미세먼지가 많은 2월, 대기가 더욱 탁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만 지구 온난화로 북극해 해빙 면적이 줄어들면 찬 공기가 남쪽으로 자주 불 경우 미세먼지 농도가 옅어질 가능성도 있다. 김상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시베리아에서 깨끗하고 찬 공기가 빨리 내려오니 오염물질 확산이 빨리 되고 축적이 되지 않아 미세먼지 농도가 낮아진다”며 “그렇지 않은 경우 미세먼지가 쌓인다”고 설명했다.

절기상 대설(大雪)이자 일요일인 7일 수도권 하늘이 흐린 가운데 경기도 고양시 한국동서발전(주) 일산발전본부 앞에 세워진 대기환경정보 전광판에 초미세먼지 ‘나쁨’ 농도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절기상 대설(大雪)이자 일요일인 7일 수도권 하늘이 흐린 가운데 경기도 고양시 한국동서발전(주) 일산발전본부 앞에 세워진 대기환경정보 전광판에 초미세먼지 ‘나쁨’ 농도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