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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소는 공연사 마음대로, 환불은 소비자 몫…티켓 예매 플랫폼의 ‘갑질’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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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소는 공연사 마음대로, 환불은 소비자 몫…티켓 예매 플랫폼의 ‘갑질’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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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업자의 일방적 공연 취소 잦지만
티켓 취소·환불은 현행 기준과 달라
공연장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공연장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1. 지난 2023년 5월 공연 예매 플랫폼을 통해 뮤지컬 티켓을 예매한 A씨는 공연 당일 오전 내부 사정으로 공연이 갑작스럽게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A씨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입장료 환급과 함께 입장료의 10%에 해당하는 배상을 요구했지만, 주최 측은 입장료 환급 외에 추가 배상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2. 지난 2022년 4월 B씨는 한 공연의 휠체어석 예매를 위해 티켓 오픈 시간에 맞춰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수차례의 시도에도 연결은 되지 않았고, 결국 예매 시작 3분 만에 전석이 매진됐다. B씨는 “휠체어석 예매를 전화로만 제한하는 것은 장애인의 공연 접근성을 저해하는 구조”라며 개선을 요구했다.

공연 시장 성장과 함께 티켓 예매 건수가 늘면서 공연 취소와 환불을 둘러싼 소비자 피해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연업자의 일방적인 취소로 인한 피해가 가장 많았지만, 예매 플랫폼들은 소비자에게 불리한 티켓 취소 규정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연이 집중되는 연말연시 추가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

25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접수된 공연 티켓 관련 소비자 피해는 총 1193건이었다.

지난해에는 전년(186건) 대비 3배가 넘는 579건이 접수되며 큰 증가세를 보였다.


피해 유형별로는 공연업자의 일방적 공연 취소 등 ‘계약불이행’이 44.8%(534건)로 가장 많았다.

이어 취소 수수료 분쟁 등 ‘계약해제·해지’가 22.4%(268건), ‘부당행위’ 11.6%(139건), ‘품질 불만’ 6.9%(82건) 등의 순이었다.

한국소비자원이 NOL티켓, 멜론티켓, 예스24티켓, 티켓링크 등 국내 주요 공연 예매 플랫폼 4곳을 조사한 결과, 이들 모두 자체적으로 정한 취소 마감 시간까지만 티켓 취소를 허용하고 있었다.


현행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공연 당일 공연 시작 전까지 티켓 취소가 가능하다. 취소 시 요금의 90%를 공제한 금액을 환급하도록 하고 있다.

공연 예매 플랫폼별 예매 취소마감시간 규정 표. 한국소비자원 제공

공연 예매 플랫폼별 예매 취소마감시간 규정 표. 한국소비자원 제공


그러나 조사 대상 플랫폼 4곳 모두 공연 전날 오전 11시나 오후 5시를 취소 마감 시간으로 설정해 공연 당일 취소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 중 3곳은 공연 당일 취소 시 티켓 금액의 90%를 취소 수수료로 공제한다고 안내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당일 취소가 가능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반면, 티켓 판매는 공연 전날 이후에도 계속 진행돼 소비자에게 불리한 구조가 굳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플랫폼 4곳 모두 취소 수수료 부과 기준을 ‘고객센터에 반환 티켓이 도착한 날’로 정하고 있었는데, 이 경우 소비자가 티켓을 신속히 발송하더라도 배송 지연이나 오배송이 발생하면 추가 수수료 부담을 떠안게 되는 구조다.

실제로 C씨는 지난해 6월 해외 유명 가수의 내한 공연 티켓을 예매했다가 같은 해 11월 예매를 취소했으나, 티켓이 고객센터에 도착한 날짜를 기준으로 수수료를 공제 받았다.

그는 “티켓 도착일을 기준으로 취소 수수료를 산정하는 것은 배송 과정의 위험을 소비자가 전적으로 부담하게 되는 것”이라며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조사 대상 공연 120개 중 시야 제한석 정보를 사전에 안내한 경우는 58개(48.3%)에 불과했다.

휠체어석 예매 역시 64개(53.3%) 공연에서 전화를 통해서만 가능해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공연 예매 플랫폼 사업자에게 공연 취소 시 신속한 환불 처리와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른 취소·환불, 반환 티켓 발송일 기준 취소 수수료 부과, 휠체어석의 온라인 예매 기능 도입 등을 권고할 예정이다.

국윤진 기자 sou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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