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동아 DB |
도널드 트럼프 1기 미국 행정부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오브라이언, 집권 공화당의 대럴 이사 하원의원(캘리포니아주)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물의를 빚은 쿠팡에 대한 한국 측 규제 움직임을 두고, 미국 기술 기업에 대한 차별이라며 비판했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23일(현지시간) ‘X’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무역 관계 재조정을 위해 노력해 왔으며, 한국이 미국 기술 기업을 표적으로 삼아 그의 노력을 훼손하는 일은 매우 유감스러울 것”이라고 썼다.
또 그는 “한국 국회가 쿠팡을 공격적으로 겨냥하는 것은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차별적 조치와 미국 기업을 향한 광범위한 규제 장벽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기업의 공정한 대우를 보장하고 해당 분야에서 중국의 확대되는 영향력에 맞서 전략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강력하고 조율된 미국의 대응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쿠팡은 매출 대부분이 한국에서 발생하지만 지분 100%를 소유한 모회사 쿠팡 아이엔씨는 미국 델라웨어주에 법인을 두고 나스닥에 상장한 미국 기업이다.
이사 의원 또한 22일 강경우파 매체 데일리콜러 기고문을 통해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쿠팡)을 상대로 공격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하며 쿠팡 외에도 애플·구글·메타 등도 사례로 언급했다. 그는 “한국의 규제가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미국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정치권에서 이런 주장이 나오는 배경에는 쿠팡의 법적 지위와 막대한 로비 활동이 지목된다. 미 상원 로비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나스닥 상장 후 약 5년간 미국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총 1075만 달러(약 156억 원)의 로비 자금을 지출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준비위원회에 100만 달러(약 14억5000만 원)를 기부했다.
쿠팡 물류센터. 2025.12.16/뉴스1 |
이번 논란은 쿠팡에서 한국 인구의 약 65%에 해당하는 337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보안 사고로 시작됐다. 유출된 정보에는 고객의 이름, 주소, 전화번호, 이메일뿐 아니라 일부 주문 명세까지 포함됐지만, 쿠팡은 유출 사실을 약 5개월간 인지하지 못했다.
대통령실은 25일 성탄절 휴일에도 쿠팡 사태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관계부처 장관급 회의를 연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주재로 열리는 회의에는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장,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참석한다. 쿠팡의 미국 정관계 인사 로비 의혹도 들여다보기 위해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외교부 등 외교·안보라인도 참석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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