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건강·지역 의료공백 해소 '두 마리 토끼' 잡겠다"

서울대병원 운영 국립소방병원, 시범진료 개시…내년 3월엔 지역주민 진료도

(음성=연합뉴스) 서울대학교병원 운영 국립소방병원은 24일 현판식을 열고 시범진료를 개시했다. 사진은 국립소방병원 전경. 2025.12.24. [서울대병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음성=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특수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소방관의 생애 전주기 건강관리는 물론 지역의 의료공백을 해소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습니다."

국내 최초로 소방공무원에 특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립소방병원이 성탄절을 하루 앞둔 지난 24일 현판식을 열고 시범진료를 시작했다.

곽영호 초대 병원장은 이날 국립소방병원 시범진료 개시 기자간담회에서 "소방관에 대한 국가적 예우를 다하고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지역 주민에 헌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국립소방병원은 화재·구조·구급 현장에서 각종 질병과 외상 등에 노출되는 소방공무원의 건강을 국가가 책임지기 위해 충북 음성군 충북혁신도시에 설립됐다.

소방공무원의 직무 특성을 고려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의료기관으로, 소방청이 설립하고 서울대병원이 운영 전반을 맡는다.

소방공무원의 직무 특성을 반영한 진료와 연구를 통해 소방 분야에 특화된 의료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충북 중부권의 중증·응급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지역 거점 병원 역할도 수행한다.

시범진료는 24일 재활의학과 외래 진료로 시작했으며, 오는 29일부터는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를 포함한 5개 필수 진료과 외래로 확대된다. 시범진료 기간에는 설립 취지에 따라 소방공무원과 그 가족 등을 대상으로 운영한다. 소방공무원은 외래 진료와 입원 모두 본인부담금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시범진료 1호 환자는 충주소방서 서충주안전센터 2팀장 김홍걸 소방경(52)이 됐다. 이날 재활의학과 진료를 받은 김 소방경은 전국 6만여명 소방공무원이 바라던 국립소방병원이 드디어 설립된 데에 의미를 부여하며, 지역 주민의 의료서비스 이용 편의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도 기대했다.

(음성=연합뉴스) 서울대학교병원 운영 국립소방병원은 24일 현판식을 열고 시범진료를 개시했다. 사진은 1호 환자 시범진료 모습. 2025.12.24. [서울대병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시범진료 이후 내년 3월부터는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외래진료를 확대한다. 내년 6월에는 입원실·수술실·응급실 등을 포함해 정식 개원할 예정이다.

국립소방병원 전체 규모는 지하 2층·지상 4층(연면적 약 3만9천㎡), 302병상 상당이다. 정식 개원하는 내년 6월 108병상으로 시작해 2027년 1월 302병상 전체를 가동하는 게 목표다.

총 19개 진료과에 전문의 48명이 진료를 맡는다. 이달 기준 곽 병원장을 제외하고 전문의 8명의 채용을 마쳤고, 정식 개원 전까지 의사직 채용을 마치는 게 목표다.

'의정 갈등' 여파로 예년만큼 전문의 배출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의미 있는 일을 하고자 하는 의사들이 힘을 보탰다고 곽 병원장은 전했다. 국립소방병원에서 일하는 의사는 서울대병원 소속으로 채용돼 교육과 연구 등을 이어갈 수 있다.

(음성=연합뉴스) 서울대학교병원 운영 국립소방병원은 24일 현판식을 열고 시범진료를 개시했다. 사진은 초대 병원장인 곽영호 국립소방병원 원장(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이 시범진료 개시 기자간담회에서 국립소방병원의 향후 계획 등을 말하는 모습. 2025.12.24. [서울대병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곽 병원장은 "의미 있는 일을 하겠다는 분들이 많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지만, 병원 차원에서도 지역에서 생활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신축 아파트 제공 등 실질적인 혜택을 주고자 한다"며 "정주 여건 개선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임상과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연구비 확보를 위해서도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국립소방병원은 정식 개원 이후 화상·통합재활·정신건강·건강증진 등 4대 특성화센터와 소방의학연구소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각종 외상뿐만 아니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우울증 위험이 높은 소방공무원의 업무 특성이 반영됐다. 정신건강센터에서는 급성기 진료와 함께 장기적인 정신건강 개선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필요시 비대면 진료 서비스도 제공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소방공무원의 질병 예방부터 치료, 재활, 회복까지 이어지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국립소방병원의 목표다.

또 24시간 가동하는 지역응급의료센터를 운영해 119 이송 및 중증응급환자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감염병과 재난 상황 대응 역량도 갖춘다. 고압산소치료시설, 헬리콥터가 이착륙할 수 있는 헬리패드도 마련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서울대병원의 의료시스템을 그대로 이식해 소방공무원에 대한 예우에 힘을 기울이는 한편 지역 주민들을 의료수요에 대응하는 거점 병원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겠다고 곽 병원장은 거듭 강조했다.

곽 병원장은 "국립소방병원이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진료 체계와 운영 기반을 차근차근 갖춰 소방공무원과 국민 모두에게 신뢰받는 지역 거점 공공병원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현판식에 함께 한 김영태 서울대병원장 역시 "국립소방병원은 국민의 생명을 지켜온 소방공무원의 헌신에 국가가 응답하는 상징적인 병원"이라며 "서울대병원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립소방병원이 소방에 특화된 진료·연구 중심 병원이자 충북 중부권 공공의료 거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그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음성=연합뉴스) 서울대학교병원 운영 국립소방병원은 24일 현판식을 열고 시범진료를 개시했다. 2025.12.24. [서울대병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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