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네르기아, 회전형 우주정거장 특허 얻어
원심력이 중력 대체…신체 기능 저하 방지
원심력이 중력 대체…신체 기능 저하 방지
러시아 기업 에네르기아가 특허 상세문서에 삽입한 인공중력 생성 우주정거장 그림. 에네르기아 제공 |
‘열 십(十)자’ 형태 동체를 뱅글뱅글 돌려 인공 중력을 생성하는 신개념 우주정거장이 러시아에서 특허를 획득했다. 이 우주정거장이 현실화하면 무중력 환경에서 나타나는 우주비행사들의 뼈와 근육 약화를 방지할 수 있어 향후 인류의 지구 밖 진출에 중요한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24일(현지시간) 미국 과학매체 스페이스닷컴과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우주기업 에네르기아는 회전하는 거대 우주정거장에 대한 특허를 최근 자국에서 공식 획득했다.
특허 상세 문서를 보면 에네르기아 우주정거장은 십(十)자와 비슷한 형상이다. 중심축에 기다란 막대기 형상의 인간 거주 공간 4개가 90도 각도를 유지하면서 부착돼 있다.
전기 동력을 넣으면 우주정거장은 뱅글뱅글 돌도록 고안됐다. 이때 생기는 원심력을 지구 중력의 대체재로 이용한다. 직경이 80m인 이 우주정거장은 분당 5회전을 하도록 설계됐다. 우주정거장에 탄 사람은 마치 중력이 존재하는 듯한 환경에서 살 수 있다.
생성하는 중력은 지구의 절반 정도다. 우주정거장 안에서 똑바로 선 채 발을 딛고 걷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는 수준이다.
현재 인류에게 인공중력을 일으키는 기술은 없다. 고도 수백㎞만 올라가도 우주비행사는 자신의 신체가 공중에 둥둥 뜨는 경험을 한다. 이런 무중력은 단순히 신기한 일이 아니다. 중대한 문제를 일으킨다. 골밀도를 낮추고, 근육량을 감소시킨다. 뼈나 근육은 기본적으로 중력이라는 자극에 저항하도록 설계돼 있는데, 무중력 공간에서는 굳이 기존 역할을 유지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몸 상태로 강한 중력이 존재하는 천체에 내린다면 한동안은 정상적인 신체 활동을 할 수 없다. 고도 400㎞에 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 거주 우주비행사들이 뼈와 근육을 최대한 지키기 위해 6개월의 임무 기간 동안 하루 2시간 이상씩 운동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이번 기술은 아직은 특허만 얻은 것이라 언제 실용화할지는 미지수다. 우주정거장 건조 비용 등 구체적인 계획도 아직 서 있지 않다.
하지만 인류의 우주개척에 속도가 붙으면서 향후 십수년 안에 우주비행사들은 수년 이상 연속적으로 지구 밖에서 활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이 기술의 효용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운동만으로는 뼈와 근육을 지키는 데 한계가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에네르기아는 “우주정거장을 여러 조각으로 나눠서 지구에서 발사할 것”이라며 “이를 지구궤도에서 모아 조립하는 방법으로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운영 중인 ISS는 노후화 문제로 2030년 폐기될 예정이어서 차세대 우주정거장에 인공중력 기술이 적용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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