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에서 첫 여성 사장이 나왔다.
현대차그룹은 24일 진은숙 현대차·기아 ICT 담당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고 밝혔다. 진 사장은 올 3월 현대차 최초의 여성 사내이사에 오른 데 이어, ‘첫 여성 사장’이라는 상징적 이정표까지 함께 넘었다.
이 인사는 분명 의미가 있다. 그리고 결코 가볍지 않다. 현대차가 소프트웨어와 IT를 더 이상 보조 기능이 아니라, 미래 경쟁력을 규정하는 핵심 요소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조직 차원에서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승진 인사가 아니라, 회사가 무엇을 중심에 둘 것인가에 대한 선언에 가깝다.
현대차그룹은 24일 진은숙 현대차·기아 ICT 담당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고 밝혔다. 진 사장은 올 3월 현대차 최초의 여성 사내이사에 오른 데 이어, ‘첫 여성 사장’이라는 상징적 이정표까지 함께 넘었다.
이 인사는 분명 의미가 있다. 그리고 결코 가볍지 않다. 현대차가 소프트웨어와 IT를 더 이상 보조 기능이 아니라, 미래 경쟁력을 규정하는 핵심 요소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조직 차원에서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승진 인사가 아니라, 회사가 무엇을 중심에 둘 것인가에 대한 선언에 가깝다.
사람을 통해 방향을 보여주는 인사였다. 한국 대기업 지배구조 안에서 여전히 쉽지 않은 선택이었고, 그만큼 결단의 무게도 있었다. 이 장면은 정의선 체제가 무엇을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지를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낸다.
다만 인사는 언제나 다음 질문을 동반한다. 사람을 세운 뒤, 조직의 작동 방식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바로 이 지점에서 정의선의 기업가정신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선다.
전략은 선택의 연속
경영학에서 인사는 전략의 하위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전략의 가장 구체적인 표현이다. 피터 드러커는 “전략은 계획이 아니라 선택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인사는 그 선택이 조직의 일상으로 내려오는 첫 장면이다.
그래서 인사는 늘 출발점이지, 증명이 아니다. 인사가 바뀌면 의사결정의 언어가 바뀌고, 위험을 바라보는 기준이 달라진다. 반대로 인사가 바뀌었는데도 결정 방식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그 인사는 상징으로 남는다.
이번 인사의 본질은 ‘최초 여성’이라는 수식어에 있지 않다. 외부 출신 기술 인재를 전면에 세운 결정은, 제조 중심의 기존 성공 공식만으로는 다음 시대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전제로 한다. 이는 기업가정신의 핵심 조건이다. 기존 성공을 의심할 수 있는 용기다.
문제는 언제나 그 다음이다. 그 언어로 실제 결정을 내리기 시작하는가. 조직의 회의실에서, 투자 판단에서, 실패를 받아들이는 기준에서 그 변화가 작동하는가다.
인사는 전략의 재설계를 요구
최근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전략 재조정은 이 질문에 대한 첫 번째 응답으로 읽힌다. 정의선 회장은 공개 석상에서 “도입 속도가 늦은 편”임을 인정하면서도, 격차보다 안전을 중시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기술적 판단이기 이전에 전략적 우선순위의 조정이다.
송창현 전 AVP본부장의 사임, SDV 전략 전반에 대한 재검토 흐름도 같은 맥락에 있다. 현대차의 자율주행 로드맵이 단순히 기술 경쟁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설계와 의사결정 구조의 문제로 옮겨왔음을 보여준다.
자율주행은 사고 한 번으로 신뢰가 무너질 수 있는 영역이다. 이 점에서 ‘안전 우선’이라는 선택은 충분히 합리적이다. 그러나 기업가정신의 관점에서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속도를 늦추는 동안 무엇을 정리하고, 무엇을 선택했는가다.
여성 사장 임명과 자율주행 재조정은 서로 다른 사건이 아니다. 사람을 바꾼 인사는 “누가 결정하는가”에 대한 답이고, 자율주행 전략의 재조정은 “무엇을 우선하는가”에 대한 첫 번째 무거운 판단이다. 선언이 실행으로 옮겨지는 과정이다.
선택의 선명도가 기업가정신을 완성
글로벌 사례는 이 지점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준다. Tesla는 자율주행을 완성도의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 축적 속도의 문제로 정의했다.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학습 곡선을 앞당겼고, 그 선택을 끝까지 밀어붙였다. 반대로 Toyota는 기술 확산 속도를 의도적으로 늦추면서도, 핵심 공정과 품질 통제권을 놓지 않는 전략을 택했다.
방식은 달랐다. 그러나 공통점은 분명했다. 선택이 명확했다는 점이다. 마이클 포터가 말했듯, 전략의 본질은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하지 않을지를 정하는 데 있다. 무엇을 먼저 할 것인가, 무엇을 늦출 것인가가 분명하지 않으면 전략은 방향을 잃는다. 선택 없는 확장은 성장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분산에 가깝다.
정의선의 기업가정신은 지금 한 단계 더 높은 질문 앞에 서 있다.
시작하는 용기에서, 정리하고 선택하는 용기로 넘어갈 수 있는가다. 사람을 세웠다면, 이제 그 사람이 실제로 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권한과 책임의 경계, 실패를 감내하는 기준, 성과를 평가하는 언어가 함께 바뀌어야 한다.
첫 여성 사장 임명은 중요한 출발점이다. 그러나 그 자체가 답은 아니다. 기업가정신은 도전에서 시작되지만, 완성에서 평가된다. 이번 인사는 그 완성으로 가기 위한 하나의 이정표다.
이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다. 방향의 선명도다.
그리고 그 방향을 끝까지 책임지는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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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기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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